[르포] 광부 떠난 폐광 갱도에 자율주행 로봇은 왜 내려갔나
탐사로봇·자원추출기 등 공개···5년 내 기술사업화 목표
‘다다다다’
마치 장난감 자동차처럼 생긴 황금색 자율주행 로봇이 자갈밭에 사각형 모양의 레이저를 쏘아댄다. ‘탐사 모빌리티’라 불리는 이 로봇은 레이저 유도 파쇄 분광기(LIBS) 등의 센서를 통해 달 표면에 존재하는 50종 이상의 원소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장비는 이같은 방식으로 마치 로봇청소기처럼 달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자원 지도를 작성하고 유용한 가스 및 광물의 함량이 높은 지역을 탐사한다. 이를 통해 자원 개발이 유망한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로봇이 탐사를 하고 있는 곳은 달이 아니다.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폐광이다. 1954년부터 40년동안 약 1800만t(톤)의 무연탄을 생산하다 1993년 폐광한 함태 탄광이 이제 달에서 헬륨3를 캐는 미래 산업 기지로 새출발한다.
지난 28일 서울경제신문이 방문한 함태 광업 폐갱도에는 40여 년 전 탄광을 캐던 철길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철길 위에는 석탄을 운반하는 전차 대신 자율주행 로봇이 힘겹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자원개발센터 김경자 박사 연구팀은 28일 이곳에서 ‘폐광 내 현지자원 실증 시연’ 설명회를 갖고 “헬륨3, 희토류, 산소, 물 등 달 자원 개발은 미래 지구 에너지 문제 해결을 넘어 화성 테라포밍의 관문을 여는 열쇠”라며 “다가올 달 자원 탐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상의 실증단지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달 표면에는 헬륨3를 비롯해 희토류 등 자원이 풍부하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민간 기업은 최근 달 현지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달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지상에서 조성해 실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동굴’은 달에도 존재하는 만큼 이같은 실험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꼽힌다.
지질연은 지난 2월 태백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폐갱도 지하공간을 달 극지대와 유사한 환경으로 모사·재연하는 우주차원 채취 및 탐사 기술 실증 연구를 기획해 왔다. 이번 현장 시연은 달에서의 자원 채취 작업의 기술적 가능성과 안전성을 시범 적용해 철저히 검증하는 가늠터(테스트베드)로 세계 최초로 폐갱도에서 적용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지질자원연은 이번 시범 적용을 통해 폐갱도를 달 탐사 전초기지로 탈바꿈해 다가오는 우주 자원 개발 경쟁에서 선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폐갱도에서는 저중력 환경에서의 동력 전달과 울퉁불퉁한 비평판 표면에서의 원활한 주행이 가능한 ‘달 표면 다목적 모빌리티’를 볼 수 있었다. ‘달 표면 다목적 모빌리티’는 자율주행 기능과 탑재체를 유연하게 교체할 수 있는 다목적 화물공간을 보유한 달 탐사의 핵심적인 장비다. 특히 연구팀은 모빌리티가 실제 달에서 움직일 때 충격과 흔들림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달 환경과 유사하게 모사한 비평판 표면을 제작해 현장에 설치했다. 로봇은 비평판 표면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본체에 달린 삽으로 1g의 모래를 정확히 퍼 올려 자신의 몸체에 저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달 표토층 자원 추출기’는 폐광 외부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해당 장비는 달 표토층에서 물, 산소, 휘발성 기체를 추출하는 핵심 장비로 2024년 실험실 단계에서 필요한 모든 구성품이 제작된 상태다. 연구팀은 2025년 현재 지상 실험을 통해 태양광과 전자빔을 결합한 복합 열원으로 토양을 가열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해당 기기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표면 산소 추출 임무인 '리프트(LIFT)-1'에 활용되며, 동시에 미국 우주자원 광산개발 기업 '오프월드'의 데모 임무를 통해 2027년 'K-LOVE'라는 이름으로 달로 향할 예정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태백시는 5월부터 폐광자원을 활용한 우주자원개발 기술 실증을 위한 ‘태백 우주자원융합실증단지’ 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실증단지는 융합실증시스템실험동, 옥외실험부지, 우주자원산업단지 등으로 구성되며, 지질연은 지상에서 진행한 달 자원추출기 활용 실험을 달 남극에서 이를 실증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국내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 자원을 스케일업한 달 자원 기술사업화를 5년 내에 완료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김경자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은 “폐광을 재활용해 우주 자원 개발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이번 시연은 단순히 기술적 진전을 넘어서 새로운 우주 산업의 미래를 여는 전환점을 의미한다”며 “국내외 선진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우주 자원 개발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와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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