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검찰·국세청 ‘3중 포화’에 무너진 대방건설 성공신화

이석 기자 2025. 3. 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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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 입찰·2세 편법 지원으로 사법 리스크 직면…구찬우 사장 기소
팬데믹 특수 끝난 뒤 실적 급락으로 건설 업계 줄도산 우려

(시사저널=이석 기자)

대방건설그룹은 2009년 2세 경영을 시작했다. 창업자인 구교운 회장의 장남 구찬우 사장이 대방건설 대표이사에 취임한 때다. 대방건설그룹이 고속성장을 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으로 불과 10년여 만에 외형이 40배나 증가했다.

요컨대 대방건설그룹의 핵심 회사는 구찬우 사장이 이끄는 대방건설과 여동생 구수진씨가 최대주주인 대방산업개발이다. 이들 회사는 수십 개의 페이퍼컴퍼니 자회사를 설립한 뒤 LH가 분양하는 공공택지 입찰에 집중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 곳이라도 택지를 수주하면 아파트 시공권을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에 넘기는 식으로 성장을 이어온 것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벌떼 입찰 통한 성장 전략에 급제동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대방건설의 입찰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21년에는 경기도에서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꼼수 입찰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건설 부조리 중 가장 심각하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논란이 되자 대방건설은 문제가 된 건설사 9곳을 자진 폐업했다. 그럼에도 대방건설그룹 소속 회사는 2021년 43개에서 2022년 45개로 오히려 증가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2월25일 오너 2세 회사를 편법 지원한 대방건설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벌떼 입찰을 통해 보유하던 알짜 택지를 또 다른 2세 회사인 대방산업개발 및 시행 자회사에 넘긴 게 문제가 됐다. 대방산업개발이 이 부지를 시세보다 싼 값에 넘겨받으면서 거둔 매출은 1조6136억원, 이익은 2501억원에 이를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의 토지는 수도권의 신도시나 혁신도시에 위치해 있는 만큼 개발 호재가 크다"면서 "경영이 어려워진 2세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알짜 부지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3월초 대방건설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공정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10여 일 만이었다. 압수물 분석과 오너 일가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일사천리로 마친 검찰은 3월21일 구찬우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유력 후계자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다.  

대방건설은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추징금도 부과받았다. 필드뉴스에 따르면, 인천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해 말부터 대방건설을 상대로 비정기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법인세 등 100억원 상당의 세금을 대방건설에서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검찰·국세청의 '3중 포화'로 벌떼 입찰을 통한 대방건설그룹의 성장 모델이 무너진 것으로 평가한다. 대방건설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2세 경영 체제로 전환된 2009년부터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된 2021년까지 매출은 1095%, 영업이익은 5427%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자산 역시 2042%나 폭증했다. 재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높은 성장 폭이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대방산업개발의 성장 흐름은 더 가파르다. 지난 12년 동안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 자산 등은 각각 9128%, 3671%, 1620% 증가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4년 228위에서 75위로 150계단이나 상승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 2023년 기준으로 대방건설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722억원과 994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정점이던 2021년(매출 2조575억원, 영업이익 4756억원) 대비 매출은 60%, 영업이익은 79.1%나 감소했다.

아직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4년 경영 상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미분양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 업계가 동반 부실에 빠졌다. 대방건설 역시 이 위기를 비껴나갈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 ⓒ뉴스1

500% 넘는 대방산업개발 부채율도 부담

상대적으로 대방산업개발은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 최근 2년간 이 회사의 연결 매출은 2953억원에서 3421억원으로 16%, 영업이익은 181억원에서 534억원으로 195% 증가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면에는 그룹 차원의 지원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문제가 된 수도권의 공공택지 거래 역시 구교운 회장 지시로 진행된 사실이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앞으로는 벌떼 입찰이나 계열사 간 공공택지 전매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방건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서 대방건설의 벌떼 입찰이나 계열사 간 공공택지 전매 행위를 부당 지원이라고 콕 찍어 지적했다"면서 "과거처럼 대놓고 2세 회사를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방산업개발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2023년 말 기준으로 대방산업개발의 부채비율은 513%를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부채율은 상승하는 추세다. 200% 수준에서 부채율을 관리하고 있는 대방건설과 비교된다. 앞서 관계자는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위험기업으로 분류된다"면서 "대방산업개발은 이 기준을 크게 상회하면서 최근 거론되는 건설회사 4월 위기설의 대상으로도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1년 창업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온 구교운·구찬우 부자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월 위기설' 거론되는 건설사, 어떤 곳이 있나

부채율 400% 넘는 건설회사 '수두룩'…줄도산 우려 현실화

현재 실적난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예상되는 곳은 대방건설이나 대방산업개발뿐만이 아니다. 올해에만 이미 중견 건설사 7곳이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58위인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삼부토건(71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 삼정이앤시(122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지난 1월과 2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3월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엔지니어링(180위)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를 법원이 결정하기도 했다.

문을 닫은 곳은 더 많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2월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109곳이다. 하루에 종합건설사 1~2곳이 문을 닫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전문건설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폐업 건수는 634곳에 이른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한다.

12월 결산법인 실적이 공개되는 '4월 위기설'이 업계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건설 업계에서는 부채비율 400%를 넘는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을 보면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기업이 많다"면서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경우 순자산(자본총액)이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대방산업개발을 비롯해 동원산업개발(65위), 한양산업개발(91위), 이수건설(85위) 등이 잠재적 위험기업으로 거론된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각각 513%, 344%, 817%, 820%를 기록했다.

시공능력 30위 안팎의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법정관리에 돌입한 태영건설(24위)의 부채비율이 74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36위) 538%, 코오롱글로벌(19위) 364%, 금호건설(20위) 260% 등 순이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공이나 분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사업을 중단하기도, 그렇다고 사업을 강행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실제 올 1분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민영 아파트 분양 물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3월말까지 수도권의 민영 아파트 분양 건수는 7건으로 전년 동기(31건) 대비 78%나 감소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데, 대통령 탄핵 문제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줄줄이 연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은 "각 사업부 임원들의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진행 중인 사업 역시 '없던 것으로' 한 건설사가 많다.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건설업 회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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