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블랙박스 수사, 본질은 윤석열의 지시

문상현 기자 2025. 3. 3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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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정조준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이다. 경찰은 그가 김 차장과 이 본부장 배후에 있다고 의심한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오른쪽)이 3월8일 석방된 윤석열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훈: 대통령께서 전략을 세우시고 준비하시는 데 전혀 지장이 없도록 저희 경호처가 철통같이 막아내겠습니다.

윤석열: 흔들림 없이 단결. 국군 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한다. 일관된 임무 하나만 생각한다.

김성훈: 말씀하신 그 내용 다시 한번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흔들림 없이 주어진 숭고한 임무 수행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올해 1월7일 윤석열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주고받은 메시지다. 경찰이 2월3일 김 차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4대(일반폰 3대, 비화폰 1대)를 확보하면서 이 메시지가 확인됐다. 김 차장은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인 ‘시그널’과 텔레그램을 사용했는데, 윤석열과 대화한 내용 일부를 캡처한 뒤 삭제했지만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서 복원했다. 김 차장이 이 대화를 캡처해둔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이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을 정조준했다. 대통령 경호처의 실질적인 1, 2인자로 통하는 이들이 피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이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 배후에 윤석열이 있었다는 의심을 받는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윤석열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와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 서버 삭제를 시도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이 법 집행 방해와 증거인멸을 시도했는데, 이는 윤석열의 지시에 적극 따른 결과라고 경찰은 판단한다. 배후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일차적으로 위법 행위에 적극 가담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공조수사본부는 윤석열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1월3일)에 실패했다. 당시 군·경호처 직원 200여 명을 동원해 윤석열 체포를 막은 경호처는, 다음 영장 집행을 예상하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요새화 작업을 진행했다. 관저 주변에 날카로운 ‘면도날 철조망’을, 정문 앞에는 차 벽 용도로 버스를 배치했다.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공조본은 영장을 재청구(1월6일)했는데, 윤석열과 김성훈 차장이 앞서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날 발부됐다.

윤석열과 김성훈 차장의 메시지는 경호처의 실질적 1인자가 누구였는지 보여준다. 경호처 수장이던 박종준 당시 경호처장은 1월10일 사임했다. 김성훈 차장은 3월8일 윤석열이 석방된 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고 인사할 때 바로 뒤에서 경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석열이 관저로 돌아가 김치찌개로 저녁 식사를 할 때 김 차장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7일 윤석열-김성훈의 메시지 대화는 두 사람이 공조본의 체포영장 집행 대응을 위해 적극 소통했다는 정황으로도 읽을 수 있다. 경호처는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섰을 당시 ‘정파 상관없이 대통령이 누구든 현직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경호처 임무’라며 경호처의 오랜 전통과 신념을 강조했는데, 실제로는 윤석열의 지시에 따라 사실상 친위대 역할을 한 셈이다. 윤석열의 “국군 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한다”라는 말에 김 차장은 “‘다시 한번’ 주지시키겠다”라고 답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가 여러 차례 내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1월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가 버스로 막혀 있다. ⓒ시사IN 조남진

1차 체포영장 집행 전에는 경호처 법제실에서 ‘체포영장을 막을 수 없다’는 취지의 검토 문건이 작성됐고, 이를 토대로 경호처 간부 회의가 진행됐다는 점도 경찰은 파악했다. 체포영장 집행 방해에 대한 내부 반발과 건의가 여러 차례 있었던 사실도 주목한다. 경찰은 이를 통해 윤석열 체포 이후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섰던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거부하면 위법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극 막아섰고, 그 배경에 윤석열의 지시가 있었다고 의심한다.

경찰은 윤석열이 체포영장 집행 당시 총기 사용 의사가 있었고, 경호처 직원들에게 총기 사용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제출한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따르면, 윤석열은 1차 체포영장 집행(1월3일)이 실패한 뒤인 1월10일 경호처 부장단 오찬에서 “(체포영장 집행 때) 총을 쏠 수는 없느냐”라고 말하자 김 차장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오전 박종준 경호처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경찰에 출석했다.

김건희의 분노에 놀란 경호관

이광우 본부장은 1월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 전 경호관들에게 “관저 무기고에서 MP7(기관총) 2정과 실탄 80발을 꺼내 관저 내 가족경호부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기관총과 실탄이 옮겨지자 “(관저 인근) 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는 지침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경호관들이 이광우 본부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건희씨도 총기 사용과 관련한 언급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1월15일 윤석열이 체포된 직후 관저 내에 있는 가족경호부 사무실로 찾아가 장시간 화를 냈다고 한다. 김씨는 “경호처에 실망했다. 총 그런 데 쓰라고 놔뒀는데, 총 안 쏘고 뭐 했느냐”라며 경호관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또 “마음 같아서는 이재명 대표도 쏘고 나도 자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신 가족부장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김건희씨의 분노에 놀란 경호관이 김 부장에게 이 상황을 전화로 보고했다. 경찰은 김 부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경호관이 당시 상황을 김 부장에게 전하는 통화 녹음을 확보했다. 경찰은 김건희씨의 발언 역시 총기를 사용해서라도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 한 증거로 해석하고 있다.

경찰과 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월15일 오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문 안쪽에서 경호관들이 경찰과 공수처 관계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관저를 요새화했던 김성훈 차장은 ‘비화폰(보안폰) 문지기’ 역할도 맡고 있다. 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은 국가 보안 사항과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만들었다. 통화 음성이 암호화되어서 도감청과 녹음이 불가능하다. 경호처 비화폰 통신 기록은 용산 대통령실 경내에 위치한 경호처가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된다. 12·3 비상계엄 관련 비화폰을 사용한 인물은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이다.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이 모두 사용했다는 뜻이다. 군 지휘관들은 군 안보폰(비화폰)을 쓰는데, 비상계엄 전 경호처로부터 비화폰을 별도로 지급받았다.

검찰과 경찰 수사를 종합하면, 윤석열은 계엄 선포 직후 비화폰으로 군 지휘관들에게 각종 지시를 하달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윤석열로부터 받은 “의원들 끌어내라”는 지시가 비화폰으로 이뤄졌다. 〈시사IN〉 취재에 따르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도 군 안보폰과 경호처 관리 비화폰을 번갈아 사용하며 윤석열·김용현 전 장관과 소통했고, 국회 봉쇄와 계엄해제 의결 방해 등 위법·위헌적 지시를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윤석열 측과 김용현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및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호처 비화폰 통화 기록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다. 비화폰이 ‘내란 블랙박스’로 불리는 이유다. 앞서 공조본과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팀은 경호처를 상대로 비화폰 통화 기록이 저장된 서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김성훈 차장 등이 막아서면서 실패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지난해 12월7일 경호처 직원에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이 사용한 비화폰의 통화 기록을 원격으로 삭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서버 관리자가 비화폰 통화 기록 삭제가 “누구의 지시냐”라고 묻자 김 차장이 “대통령의 지시”라고 답변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서버 관리자는 지난해 12월12일 보고서(‘처 보안폰 보안성 강화 방안 검토 결과’)를 작성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라며 김 차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사IN〉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특수본은 여인형 전 사령관과 이진우 전 사령관으로부터 12·3 비상계엄 이후 경호처가 관리하는 비화폰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군 지휘관들은 검찰과 군검찰로 구성된 검찰 특수본에서 수사를 받았다. 여인형 전 사령관은 비화폰 보안앱이 켜지지 않는 이유를 묻는 검찰 질문에 “군 안보폰은 원격으로 소거가 가능한데, 경호처 핸드폰도 그런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이진우 전 사령관은 “압수수색 나왔을 때 (비화폰을) 제출하면서 켜려고 했는데 뭘 차단해놨는지 켜지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비상계엄 당시 핵심 군 지휘관 2명의 비화폰이 이미 디지털 포렌식도 불가능한 ‘깡통폰’이 됐다는 뜻이다. 앞서 경호처 실무자가 비화폰 통화 기록 삭제 지시 등을 이행하지 않았던 만큼, 추가 수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비화폰 이동 경로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검찰 특수본은 김용현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2일 비상계엄 선포 전날 김성훈 차장으로부터 비화폰 한 대를 제공받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한 정황을 파악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김성훈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예비 비화폰을 달라. 사용자 이름은 테스트로 설정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당시 사용자 이름이 ‘테스트’ 그룹으로 설정된 비화폰은 통화 가능 대상자가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제1부속실장, 경호처장, 경호차장 그리고 노상원 전 사령관으로 모두 6명이다. 김용현 전 장관의 전화를 받은 김성훈 차장은 경호처 지원본부장에게 비화폰 한 대 불출을 지시했고, 김 차장의 비서관이 김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

대검 지휘부와 김용현의 비화폰 통화

당초 이 비화폰은 김 전 장관의 비서 역할을 한 양호열 전 비서관 이름으로 지급하기로 했으나, 경호처 실무진이 “대상자가 지급 요건에 맞지 않는다”라고 반발하자 김 차장이 자신에게 비화폰이 추가 지급되는 것으로 불출대장에 기록했다고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같은 날 저녁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이 비화폰을 건네받았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이다. 국가 기밀이 외부에 유출됐다는 뜻이다. 김 차장이 계엄 선포를 미리 알고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면 내란 방조 등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경우, 지난해 12월3일 오후 8시20분 챗GPT에 ‘계엄령’과 ‘계엄 선포’ ‘국회 해산’을 검색한 기록이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드러났다. 오후 8시20분은 당시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도착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이광우 경호본부장 측은 3월19일 입장문을 내고 “포렌식 과정에서 인터넷 검색, SNS 사용 등에 있어 시간의 오차가 있는 경우가 발견됐다. 이광우 본부장은 포렌식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검색한 시간은 비상계엄이 발동된 이후이고, TV를 보고 비상계엄의 발표를 알게 되었다고 진술했다”라고 밝혔다.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월25일 국회 내란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3월18일 서울 서부지검은 경찰이 신청한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부지법에 청구했다. 경찰은 앞서 1월18일과 24일, 2월13일 등 김 차장에 대해 3차례, 이 본부장에 대해 2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비화폰 통신 기록, 서버 등 계엄 관련 중요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라는 이유로 모두 반려했다. 그러자 경찰은 서부지검을 관할하는 서울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원회에 구속영장 심의 신청을 했고, 영장심의위는 3월6일 영장 청구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영장심의위가 심의 신청에서 경찰의 손을 들어준 건 이례적이다.

검찰이 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비화폰은 반납하고 노 전 사령관의 비화폰을 사용했는데, 통화 대상자 중 한 명이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이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검찰에 자진 출석하기 이틀 전 이진동 차장과 통화했다. 이진동 차장은 2024년 12월7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김 전 장관이 있는 곳이 군사 보호시설 안이어서 사실상 영장을 받아도 집행이 어렵다”라며 “수사팀에서 설득이 어렵다고 해서 제가 직접 통화해 설득해보겠다고 한 과정이었다”라고 말했다.

대검 지휘부와 김용현 전 장관의 비화폰 통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검찰이 경찰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구속영장 신청을 계속 반려하면서, 경호처가 비화폰 기록을 감추려는 이유에 대한 의심도 커졌다. 국가 기밀이 아니라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검찰도 여기에 동조해왔다는 의혹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대검찰청 지휘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 수사팀 의견과 달리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서 ‘윤석열 봐주기’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윤석열이 석방 상태인 점은 경찰에게 변수다. 24시간 윤석열 밀착 경호 중인 김성훈 차장은 현직 대통령 경호 필요성을 내세우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진술을 거부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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