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의 10년 '계시록'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5. 3. 3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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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록 류준열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류준열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어떤 '계시록'보단, 기약 없이 펼쳐질 10년에 대한 설렘을 드러낸 류준열이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연출 연상호)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 21일 공개됐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쇼'에 이어 1년 만에 돌아온 류준열은 "제 연기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전히 제 연기가 어색하고 쑥스럽고, 부끄럽다. 제 작품을 잘 못 보겠더라. 하지만 친구들은 빨리 봤으면 좋겠다"며 "저는 제 연기를 두 눈으로 못 보고 실눈으로 봤다. 그 정도로 늘 그렇듯 제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항상 후회 가득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공개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계시록' 작품이 유독 류준열에게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연상호 감독과의 첫 호흡이기 때문이다. 함께 출연한 신현빈, 신민재 등은 이미 연상호 감독과 인연이 있지만, 류준열에겐 첫 경험이었다.

작품에 임하기 전, 연상호 감독과 수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는 류준열은 "둘이서 몇 시간씩 이야기를 했다. 작품 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마지막에 제가 조사실에서 녹차를 마시면서 지켜보는 장면이 조금 바뀌었다. 원래 대사가 굉장히 많고, 제가 경찰을 설득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대사를 다 없애버렸다. 계시에 순종한다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며 "그 장면은 감독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캐릭터 자체는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제가 고민하면 감독님이 답을 주시고, 제가 막히면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주셨다. 그런 이야기들이 작품 전반에 녹아있다"고 이야기했다.

계시록 류준열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류준열이 연기한 성민찬 목사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개척 사명을 받고 교회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우연히 교회에 찾아온 성범죄자 권양래(신민재)와 엮이게 되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일종의 '계시'라 믿는다.

실제로 개신교 신자라는 류준열은 극 중 범죄를 저지르는 성민찬 목사에 대해 "제가 작품에 임하면서 불편한 마음보단 이야기의 한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큰 의미를 두려고 하진 않았다. 대신에 제가 교회를 오래 다녔으니까 캐릭터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순 있었다"며 "이번 작품에서 제 연기는 조금 더 과감하고 직설적이었다. 큰 믿음 안에서 제가 믿는 절대적인 신이 사인을 준 것이고, 계시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시청자분들께 직접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제가 생활감을 갖고 리얼리즘적인 연기를 준비했다면, 이번엔 '믿음'이라고 하는 거대한 에너지를 과감하게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계시록'은 동명의 원작 웹툰이 존재한다. 다만 류준열은 이를 참고하기보단, 오히려 비틀어버렸다는 설명이다.

류준열은 "원작에서 성민찬은 직관적이다. 올백 머리에 슈트를 입고, 날카로운 안경을 써서 세속적인 인물로 표현했다. 그런 세속적인 목사가 계시를 통해 원하는 지점의 욕망을 표현한다는 것이 웹툰의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식으로 가면 김이 새고 뻔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디자인을 바꾸려고 했다"며 "영화 속 평범한 목사는 선(善)을 행하는 목사가 하는 선택들에 중점을 뒀다. 자신의 욕망은 들어가지 않고, 신의 섭리에 따라가는 것이라는 모습을 강조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누군가는 성민찬을 악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성민찬의 입장에선 끝까지 자신의 '선'을 행하는 것이다. 신의 종으로서 완벽히 수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늘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포인트였다"고 밝혔다.

또한 류준열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주체를 자신에게 둘 것인지, 누군가에게 둘 것인지는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목회자는 신의 계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우리도 기도할 때 내가 믿는 신한테 대화를 시도하지 않냐. 성민찬은 목회자니까 기다렸을 때 마침 계시가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게 정말 계시인지, 자신만의 착각인지는 시청자들의 몫으로 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시록 류준열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류준열은 '계시록' 안에서 스스로의 믿음을 만들었다. 극 중 성민찬은 납치 피해자인 중학생 아영이(김보민)를 위해 신도들과 기도회를 연다. 그러나 성민찬은 '당연히' 아영이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성민찬을 연기한 류준열의 '믿음'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류준열은 "아영이가 죽어있어야 성민찬이 계시를 받은 대로 권양래를 처단할 수 있다. 만약 아영이가 살아있다면 권양래를 처단할 수 없고, 그렇게 된다면 계시가 어긋난다. 그래서 저는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며 "스스로도 괴로웠다. 아영이가 살아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신이 죽었다고 사인을 보내니까 그 괴로움이 표현된 것 같다. 이 장면을 보시고 어떤 분들은 아영이의 죽음을 확실히 하기 위한 기도회로 해석하시고, 어떤 분들은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하시더라. 시청자분들에게 그런 고민의 여지를 남겨두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더불어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성민찬을 완전히 입는 과정도 필요했다. 류준열은 "목소리 톤을 두고 많은 시도를 했다. 능수능란한 달변가 느낌의 목사님들과 정치인 분들의 영상을 참고했다"며 "신뢰감은 분명히 있으면서도, 기도가 끝날 땐 에너제틱하게 하이톤으로 바뀐다. 그런 부분이 인물의 변화에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류준열은 "유독 과감하게 연기했던 작품인 것 같다. 속 시원하게 연기했다는 것보다도 한 스푼을 더 넣은 느낌"이라며 "주변에 쓴소리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늘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한다. 너무 뻔하거나, 똑같은 걸 한다면 저를 찾아주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계시록 류준열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계시록'은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믿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기한다. 이러한 지점에 대해 류준열은 "종교는 믿음을 형상화하는 데 있어서 좋은 선택인 것 같다. 물론 종교가 없는 분들도 각자의 믿음이 있다. 종교를 떠나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자체가 '믿음'인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공감할 수 있고, 이야기할 거리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류준열이 가진 '믿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류준열은 "저의 요즘 '믿음'은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을 찍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다들 즐겁게 볼 수 있고, 상처받지 않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라며 "만약 제가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서 찍었는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아픈 과거가 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들더라. 그런 믿음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류준열은 "제 인생에 있어서 '믿음'은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안 좋은이 일이 있더라도, 제가 죽으라고 일어난 일은 아니고, 잘못된다고 죽는 것도 아니다. 내가 견딜 수 있다면 견디고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며 "좋은 면만 보려고 한다. 신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준다는 말이 있지 않냐. 저에게 이 시련이 왔다는 건 결국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분노의 화살을 남에게 향하기엔 제 인생이 너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5년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류준열은 "지금 제 자리가 어딘진 모르겠지만, 이 자리까지 오는 걸 상상도 못 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매 순간이 감사하다. 하루하루 눈 뜨고, 작품 하고, 스태프들을 만나서 수다 떨고, 밥 먹고 이런 것들이 너무 재밌다. 물론 그 이면엔 괴로움도 있다"면서도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데 있어선 감이 안 온다. 지금까진 열심히 해서 온 것 같은데 다음 10년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가야 다음 10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정답에 대한 감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다. 제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막연함이 있다. 그게 웃음이 나기도 한다. 제가 철들었나. 철들면 안 되는데. 그래서 여전히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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