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집값 오른다” [편집장 레터]
“토허제(토지거래허가제)는 ‘잠삼대청’에 거의 5년간 적용되는 동안 대부분 사람들이 인식조차 못 했던 규제였으나, 해제 이후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갑자기 주목받게 되었다. 원래 특정 지역을 겨냥한 원샷 규제였던 토허제가 이제는 서울의 40만가구를 아우르는 광역 규제 수단으로 변모했다.” (오지윤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토지거래허가 대상 주택은 규제 이후 비규제주택 대비 약 4.3%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은 38.3% 감소했다. 주목할 부분은 간접효과다. 잠삼대청과의 거리 기준으로 비규제주택을 분류한 결과, 잠삼대청으로부터 5㎞ 안쪽에 위치한 주택은 5㎞ 이상 위치한 주택에 비해 규제 이후 가격이 2.3% 상승했다. 규제지역 수요 중 일부가 대체성 높은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간 결과다. 비록,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대상 주택 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했지만, 이와 같은 직접효과와 인근 지역의 간접효과를 모두 고려한다면 규제가 주택시장을 안정화시켰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KDI ‘주택시장과 규제’ 보고서 中)
오지윤 교수 얘기대로 잠삼대청 거주자 외에는 별반 관심도 없던 ‘토허제’가 일약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그뿐인가요. 최근의 급격한 서울 집값 상승에 불을 붙인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죠. “지금과 같이 집값이 안 잡히고 있는 시기에 왜?”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킨 토허제 해제는 이제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로까지 꼽히고 있습니다. 2011년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서울시장직을 걸고 찬반투표를 시행해 서울시장직을 잃었던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찬반투표에 이어 두 번째 똥볼을 찼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실제 오 시장은 옛날 그때처럼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사죄했습니다.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토허제 해제에, 이후 집값이 드라마틱하게 급상승하자 한 달여 만에 더 넓은 지역 재지정에, 코미디가 따로 없습니다.
사실 토허제는 2023년 부동산 거래 침체기에 해제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버텼던 오 시장이 지난 2월 뜬금없이 토허제를 해제한 것은 토허제 최고 미스터리로 꼽힙니다. 어쩌면 미스터리랄 것도 없죠.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임은 삼척동자도 알만 한 일일 테니까요.
웃프게도 토허제 재지정 후 집값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데 한 표를 던집니다. “토허제 지정 지역과 가까운 마포·성동·광진·동작·강동구는 풍선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신축 또는 준신축 아파트 밀집 지역 위주로 매수에 나서는 것이 좋다”는 기가 막힌 조언도 나옵니다.
작금의 서울 부동산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방 부동산이 모두 죽고 오로지 서울과 수도권만 남은 상황에서 지방 거주자들이 돈 싸들고 서울로 올라와 ‘똘똘한 한 채’를 사겠다고 난리이니 서울 똘똘한 한 채 가격이 안 오를 재간이 있겠습니까. “지방 부동산 양도세 면제 등 지방 부동산을 살릴 아주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요즘입니다.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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