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안 보고 무섭게 매수하더니…일주일 만에 '돌변'
숨죽인 서울 부동산시장
'토허제 풍선효과' 없었다
마포·성동도 매물 줄며 '잠잠'
송파 매물 1주일새 19% '뚝'
강남·서초·용산도 거래 위축
급등하던 집값 안정세로
전문가 "당분간은 소강상태
매수자 우위로 흐름 바뀌며
실수요자 내집마련 노려볼만"
“지난 23일까지 집을 살펴보지도 않고 거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시행 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겠다는 사람도 없지만 산다고 해도 보여줄 매물이 거의 없어요.”(서울 마포구 염리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로 확대 시행한 지 1주일이 지났다. 해당 지역뿐 아니라 서울 부동산 전반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 3구와 용산구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해지자 매물이 확 줄었다. 마포구, 성동구 등으로 수요가 퍼질 것이라던 풍선효과도 예상과 달리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실수요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인접한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매물 줄고, 가격 진정세 국면
3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28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 매물은 1주일 전보다 19.0% 급감했다. 강남구(-8.8%), 서초구(-11.7%), 용산구(-8.6%) 등의 매물 감소도 가팔랐다. 이들 4개 구에서만 1주일 새 3000개가 넘는 매물이 사라졌다.
급등하던 아파트 가격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2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주일 전보다 0.01% 내렸다. 서울 아파트값(0.25%→0.11%)은 상승폭이 확 줄었다. 올해 초부터 급등세를 보인 송파구는 이번주 0.03% 내리며 1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단기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며 “예상보다 규제가 강한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까지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남 3구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마포구, 성동구 등으로 오름세가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 풍선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포구와 성동구 역시 매물이 감소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동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면 비슷한 가격대의 옆 동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지만, 구 단위로 묶었기 때문에 수요가 옮겨가기 쉽지 않다”며 “마포나 성동구 아파트가 강남구 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의 대체재는 되지 못한다”고 했다.
◇매수자가 유리한 내 집 마련 기회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시장 상황을 살펴 추가 규제까지 예고한 상황이라 단기 급등세가 재현되기는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규제에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거래를 눌렀다”며 “다음달 ‘압여목성’(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갭투자가 아닌 실수요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부동산 ‘포모’(FOMO·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에 휘둘리지 않고, 매수자가 유리한 입장에서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는 시기라는 의미다. 함 랩장은 “전세금 정도를 모아뒀다면 이번 기회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시도해볼 만하다”며 “지금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할 때는 아닌 만큼 모아둔 돈이 충분하지 않다면 분양 물량을 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아파트 거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강남 3구나 용산구의 오피스텔과 빌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형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5%를 웃도는 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전세 사기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양 수석은 “빌라와 오피스텔은 1~2인 가구용 주거”라며 “지하철 등 입지와 투자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관망세가 대세 하락장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봤다. 윤 위원은 “금리는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고, 공급이 적은 데다 전셋값도 상승하는 등 가격이 내려갈 요인이 적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후 시장 변동성이 줄고 집값은 진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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