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무죄에 다시 尹-李구도로…與잠룡들 '차기 선회'?
李 사법리스크에 기댔던 與, 다시 '尹 복귀'로 선회
'중도보수' 발판 삼던 한동훈·오세훈, 전략 수정 불가피
일정 줄인 韓·吳…"이번 대선 건너뛰는 것이 낫지 않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여당 대권주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조심스레 고개 드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당내 주류의 "조기대선은 없다"는 기류 확산으로 대선을 향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면서, 대권주자로서 세간의 주목도를 끌어올릴 만한 정치적 행보도 사실상 멈춰선 모습이다.
李 사법리스크 덜자 힘 빠진 한동훈·오세훈
2심 무죄 선고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벼워지면서 여권은 당 지도부부터 대권주자들까지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도 여당 지지율이 오히려 올랐고, 여권 대선 잠룡들이 사실상 조기대선 행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이 대표가 물리적으로 출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을 때에는 (이 대표가 타격을 입을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반(反) 이재명 정서는 소구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대표가 범죄자인 것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느냐"며 "그런데 법적 면죄부를 받았으니 국민들도 흐린 눈으로 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대표 변수의 영향력이 워낙 큰 탓에, 국민의힘이나 여권 대권주자들의 자체 행보만으로는 옅어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이겨낼 만한 전략이 되기에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그간 사법리스크로 인한 이 대표의 '출마 자격 상실'을 지나치게 기대한 탓에 '플랜 B' 없는 대선 구상을 숨기지 않아왔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잠룡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극우성향의 기독교계 등 강성 지지층과 거리감을 유지하는 등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 계엄 해제를 주도했으며, 검사 출신으로 '범죄자 잡는 조선제일검'의 이미지가 있어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의 호적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조기대선 구도가 다시 '윤석열 대 이재명', 강 대 강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의힘은 유일하다시피했던 대선전략, '이재명 사법리스크 부각'이 무용지물이 되자 '윤 대통령이 복귀할 수 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데 애쓰고 있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대선 뒤로 미뤘던 의원들 간 모임도 최근엔 다시 잡는 분위기"라며 "강성 친윤계 의원들 뿐만 아니라 당내 전반적으로 '대선이 없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尹 복귀'만 바라보는 與 분위기도 부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경쟁력을 높이려던 오 시장과 한 전 대표에게 이같은 강성 지지층 맞대결이라는 흐름의 변화는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여권 지지층이 원하는 대선주자상이 오 시장이나 한 전 대표와 같은 '중도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의 인물'에서 '이 대표로부터 윤 대통을 지키고 보수를 지켜낼 인물'로 이동하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두 잠룡의 캠프 일각에서는 이번에 윤 대통령의 파면이 현실화 돼 조기대선이 치러지더라도 출마를 포기하고 그 다음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분출되고 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시점에서 면죄부를 받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윤 대통령) 탄핵은 불가하다"며 윤 대통령의 복귀를 의식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
명태균 리스크와 토지허가제 번복으로 고전 중인 오 시장 측도 당내 중도보수 지지층의 입지가 좁아지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두 사람은 최근 외부 일정을 부쩍 줄인 모습이다. 이들은 한동안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거나 현역의원들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는데, 이 대표의 2심 선고 이후에는 정치인과의 공개 접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더욱 강해지는 상황에서는 중도보수가 경선에서 승리하기 더욱 어려우니 차라리 이번 대선은 건너뛰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특히 한 전 대표는 나이가 50대인 만큼 다음에도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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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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