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내란인데도 선고 미루는 당신들, 법관 맞습니까?"
[소중한,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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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도 내 가슴도 다 탔어" 헌재의 선고 지연에 '분노'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
ⓒ 남소연 |
가수 정태춘이 광화문 앞 무대에 올라 이같이 말하며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불렀다. 제주도에서 온 가수 강허달림 역시 "광장에 모인 여러분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보탰다.
<꼭 안아주세요>를 부르기 직전 강허달림은 "오늘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지만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건 바로 옆에 있는 사람 덕분"이라며 "힘내자. 제발 빨리 (윤석열 파면이) 선고돼 축하공연에 또 오고 싶다. 비행기 타고 오겠다. 그때까지 힘내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와 합창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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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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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행동은 "연인원 100만 명이 참여해 꽃샘추위보다 더 매서운 파면의 바람으로 광화문 일대를 가득 채웠다"라고 밝혔는데, 이들은 집회 직후 두 갈래로 대규모 행렬을 만들어 헌법재판소(헌재)를 향해 행진했다. 야5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도 집회에 참석해 "헌재가 헌정붕괴 상태를 지속한다면 국회가 결단하겠다", "한덕수·최상목을 동시에 탄핵하자"고 밝혔다.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의 헌법 위반 행위가 사라졌습니까.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내란을 일으킨 사실에 변동이 있습니까. 헌법과 법률과 판례에 비추어 대통령직을 유지할 명분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그런데도 선고 일정을 잡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법관이 맞습니까."
집회는 사회를 맡은 김형남 비상행동 활동가의 이 같은 질문으로 시작됐다. 김재하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무대에 올라 "헌재가 아무리 철통 보안을 지킨다 한들, 결국 누가 파면 선고를 반대했는지 누가 질질 끌며 선고를 지연시켰는지 만천하에 드러나게 돼 있다"라며 "120년 전 나라를 팔아먹어 대대손손 낙인 찍힌 을사오적처럼 내란 세력에 민주주의를 팔아먹은 2025년 을사오적이 되지 않기를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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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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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평일에 집회를 마치고 집에 가면 밤 9시 반이고 집 청소하고 아들을 챙기면 12시, 1시 넘어 잠에 든다. 얼마 전 아들이 물었다. '아빠 탄핵이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거야'라는 이 질문에 흔들리지 않을 부모가 어딨겠나"라며 "아들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저는 집회 횟수를 조금 조정하면서 아내, 아들과 함께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의 응원 메시지가 있었고 오늘 이 자리에 저와 함께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아이들에게 희망과 환영의 박수를 부탁드린다"라며 "예전에 저는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캠핑을 가거나 테니스를 쳤는데 지금은 이 자리에 서 있다. 바로 이 자리가 나와 우리 그리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올라온 TK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다연씨는 "누군가 경상도는 답이 없다고, 산불을 두고 경북은 불타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저희 동지들이 대구 동성로에서 윤석열 파면을 외치고 있는 것은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세상은 누군가 특정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불에 타 죽어도 되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평등 세상을 만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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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하는 사람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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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수많은 동료 시민들과 거리에서 호소한 지 110일이 넘었다. 헌법재판관들에게 묻는다. 12월 3일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나"라며 "(파면 선고를 미룬 채) 정시 퇴근하고 주말 약속을 지키면서, 사적 행복을 포기한 이 수많은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더해 "정녕 헌재가 정치적으로 판단한다는 걸 인정하는 건가. (탄핵 심판은) 윤석열 개인을 벌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라며 "부디 내란 수괴와 동조자들의 새빨간 거짓말을 듣지 말고 대한민국 미래 세대만 생각해달라"고 울먹였다.
최유정씨도 "4월 초가 제 생일인데 그즈음이면 윤석열이 파면되고 비교적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헌재는) 대체 몇 주를 질질 끌고 있는 건가. 시민 모두가 목격한 내란수괴 선고에 이렇게 긴 시간을 소요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란으로 제 일상이 이미 무너졌는데 일상을 살아가는 동시에 부패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머릿수 하나라도 채우고자 소중한 주말에 광장에 나오지만 사실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라며 "하지만 함께라서 이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다들 같은 마음 아니겠나. 소중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이 광장에 쏟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김경호 목사는 "목사를 사칭하며 혹세무민하는 전광훈이란 자와 그 아류들의 준동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 용서를 구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목사는 "(전광훈 등은) '하나님 까불지 말라'며 까불어 대는, 기독교의 탈을 쓴 비성경·반신앙의 적그리스도다. 저들은 양심과 민중의 힘으로 제압해야 할 사이비들"이라며 "선거마다 기를 써도 (득표율) 2%를 넘지 못하는 저 동원된 인파 전광훈 무리의 허장성세를 믿지 말라.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은 처참하게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헌법재판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그들이 뭐라고 나라의 운명을 그들에게 맡겨야 한단 말인가"라며 "광장의 시민들이 100일 넘게 파면을 기다리는 것은 헌법 체계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검은 것을 희다고 억지 부리지 말라. 역사의 범죄자가 되지 말라. 묘한 숫자 놀음으로 기각이나 각하를 꾀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도 (내란) 공범이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한다. 국회의원의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달라. 4·19와 5·18 같이 시민들의 피에 기대 민주주의를 지켰던 상황이 절대로 있어서 안 된다"라며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하라. 이 위기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기회가 돼야 한다. 앞뒤 재지 말고 단호하게 나아가 달라. 우리가 함께하겠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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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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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국혁신당은 더 이상 108배도, 삼보일배도 하지 않겠다. 지금은 호소할 때가 아니라 결단하고 행동할 때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을 몽땅 다 온몸을 던져 행사하겠다"라며 "한덕수, 최상목 두 사람을 동시에 즉각 탄핵하자. 내란 국무위원도 원칙에 따라 모두 책임을 묻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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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고 지연 헌재 향한 '분노의 행진'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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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국동 소화전에 올려진 윤 대통령 얼굴 모형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사진은 집회 참가자가 윤 대통령 얼굴 모형을 길가 소화전에 내려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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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설마 했던 상황을 우리는 그동안 계속 목도했다. (앞으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간악한 시도를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막아야 한다"라며 "첫째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절대 임명할 수 없다. 둘째 후임 헌법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이전 재판관 임기가 계속된다. 야5당은 이 두 가지가 담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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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앞 경찰 차벽에 막힌 시민들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선고 지연에 분노를 표하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 차벽에 막히자 항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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