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요" 비명에 맨손 구조…사망자 1002명 '아비규환' 미얀마
지난 28일 미얀마를 강타한 113년만의 강진(규모 7.7)후 속출하는 매몰자와 실종자를 구하기 위한 사투가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9일 미얀마 군사정권이 밝힌 인명피해 규모는 사망 1002명, 부상 2376명이다. 전날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밝힌 144명에서 하루만에 7배 가량 늘었다. 태국 방콕에서도 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붕괴한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들이 많아 피해 규모는 더 급증할 확률이 높다. 지진 진앙지와 가장 가까워 큰 피해를 본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 주변에 사는 한 자원봉사 구조대원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기 위한 기계가 없어 구조가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BBC에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맨손으로 (잔해를) 파내면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시신들을 수습하고 잔해 아래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려면 이걸로는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도와줘요, 도와줘요’하고 울부짖는다. 정말 희망이 없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만달레이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또 다른 대원은 “건물 대부분이 붕괴했다”며 “(사람들이) 거리에서 달리면서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고 있었다”고 했다. 이 대원에 따르면 만달레이 종합병원은 지진 피해자들로 거의 꽉 찬 상태다. 병원 건물 역시 지진으로 손상된 상태다. 그는 “밤이 돼도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잠을 이루지 못해 길바닥에 앉아 있는 이들도 있었다”며 “눈앞에서 가족, 친구, 친인척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수도 네피도 지역에서 구조작업에 참여 중인 한 대원도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사람들이 갇혀서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구조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강진이 발생한 사가잉 단층선에 가까운 지점에 있는 미얀마 바간 불교유적이 파괴됐을 확률이 있다고 전했다. 11세기에 지어진 불탑들과 사찰 등 2200여개의 불교 유적들이 밀집된 곳이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태국 임신부, 지진 피해 길거리 출산
병원에 입원 중이던 임신부가 들것에 실려 건물 밖으로 대피한 후 들것에 누운 상태로 의료진에 둘러싸여 거리에서 출산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BBC는 방콕 짜뚜짝에서 건설 중이던 30층 높이의 고층건물 붕괴 현장에서 잔해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구조대원과 매몰자들이 위험하다고 전했다.
군부 “해외 도움 요청”…트럼프 “도울 것”
쿠데타 이후 제재에 나서는 등 미얀마 군사정권과 선을 그어온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인도적 차원의 도움을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얀마 군정의 도움 요청에 응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지진은) 끔찍한 일”이라며 “우리는 도울 것이며, 이미 그 나라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X(옛 트위터)에 “(미얀마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준비가 됐다”며 “EU의 기후변화 감시용 코페르니쿠스 위성을 통해 긴급 구조대에 관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은 500만 달러(약 73억원) 규모의 초기 긴급 지원을 약속했다. 미얀마 군정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온 중국과 러시아도 구조대와 의료진을 태운 항공기를 미얀마로 급파했다. 이 밖에도 미얀마는 이미 인도와 ‘아세안 재난관리 인도적 지원 조정센터’(AHA 센터)의 지원 제안을 수락한 상태다.
“군부 저항세력엔 물품 안 줄 것”
미얀마 군정이 일부 지역엔 국제 사회 지원을 고의로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몬시 페러 국제앰네스티 부국장은 “군정 하에서 수십년간 고통을 받아온 집단들이 있다”며 “저항 세력 집단 활동 지역에 군부가 지원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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