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지켜온 문화유산도 잿더미로
[앵커]
영남권을 휩쓴 산불은 수백 년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문화유산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처음으로 가장 높은 단계의 국가유산 위기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이번 산불로 생긴 국가유산 피해가 27건에 달합니다.
경북 안동의 문화유산 피해현장을 임예진 기자가 찾았습니다.
[기자]
깊은 산자락에 위치해 풍광이 좋기로 유명한 안동 지례예술촌이 통째로 불에 탔습니다.
고택 체험을 하려는 사람들로 예약이 끊기지 않던 곳인데,
지금은 온전한 건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됐습니다.
마을에 있던 문화유산도 삽시간에 넘어온 산불에 힘없이 스러졌습니다.
1800년에 세워진 경북 문화유산 지산서당입니다.
강한 바람에 문은 떨어져 나갔고,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산산이 부서진 기왓장이 흙무더기와 잔뜩 뒤엉켜 있어 발을 디디기도 쉽지 않습니다.
옆에 있던 지촌종택과 행랑채도 모두 불에 탔습니다.
불길은 거의 사그라들었지만, 건물 잔해 사이에서는 열기가 계속 피어 오릅니다.
신라 문무왕 때 지어져 천 년 넘는 세월을 견딘 용담사도 화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법당인 무량전과 대웅전은 다행히 큰 피해가 없었지만, 사찰의 심장 역할을 하는 종무소 한 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신자들의 시주로 한장 한장 쌓아 올린 기왓장도 곳곳에 나뒹굽니다.
새벽에 급히 몸을 피했던 스님은 혹시라도 다시 불이 번질까,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긴 사찰로 돌아와 밤낮으로 잔불을 끄고 있습니다.
[운법스님 / 용담사 주지 : 대들보도 많이 의미 있는, 신도들이 다 힘을 모아서 지은 건데 좀 많이 아쉽죠. 신도들하고 지역 주민들이 같이 애쓰고 있으니까 어서 빨리 일어나서….]
또, 금학산 중턱에 있어 산불의 직격탄을 맞은 금정암 화엄강당도 비석만 덩그러니 남긴 채 폭삭 무너졌습니다.
이 밖에도 조선 후기 고택인 국탄댁과 송석재사가 전소되는 등
이번 산불로 안동에서만 문화유산 11곳이 불에 타 훼손됐습니다.
영남권 전체로는 27건에 달합니다.
무서운 속도로 번지며 재앙 수준의 피해를 낳은 이번 산불은
역사와 전통이 깃든 문화유산도 송두리째 앗아 갔습니다.
YTN 임예진입니다.
촬영기자; 진수환
영상편집; 신수정
디자인; 정은옥
YTN 임예진 (kimdaegeun@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얀마에서 규모 7.7 강진..."방콕에서 고층빌딩 붕괴"
- "김수현, 왜 설리에게 나체 강요했나" 유가족이 들은 충격적인 증언 [지금이뉴스]
- "소방관은 무료 식사"...진화 돕는 시민도
- 지브리풍 밈 제작 유행인데...'챗GPT-4o' 저작권 침해 논란
- 머스크 "5월 말까지 1조 달러 절감...성공 못하면 미국 배 침몰"
- "몸 싱싱한 20대에 애 낳아라"...남교사 수업 중 발언 '파문'
- 김수현, 눈물로 40분간 호소..."미성년자 교제 사실 아냐"
- [속보] 전자발찌 끊고 도주한 48살 이태훈...평택에서 검거
- 짧아진 평의에 해석 분분...이번 주 선고기일 나올까
- '성폭력 혐의' 장제원 전 의원 고소인 측 "동영상까지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