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되고 한화에어로 안된다"…엇갈린 금감원 판단, 왜
금융감독원의 역대 최대인 3조6000억원 규모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계획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직전 지분 매입에 쓴 1조3000억원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상 최대 유증에 제동 건 금감원
28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유상증자 당위성, 주주 소통 절차, 자금 사용 목적 등에서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의 기재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정정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에서 “해외 방산 1조6000억원, 국내 방산 9000억원, 해외 조선 8000억원, 무인기 엔진 3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감원은 이런 계획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면 어디에 어떻게 쓴다는 게 나와야 하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계획은 너무 장기에 걸쳐져 있고 명확하지도 않다”면서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 놓고, 아무렇게나 써도 문제를 삼을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지분 매입 1조3000억원 소명 필요”
특히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직전 지분 매입에 쓴 1조3000억원에 대한 논란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보통주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했다. 이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은 연결 기준 34.7%에서 42%로 늘었다.
해당 지분 매입이 한화그룹 승계를 위한 일종의 정리 작업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화오션까지 이어지는 방산부문 지배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화 총수 일가 지배력이 큰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는 1조3000억원의 한화오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분 매입 일주일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승계용 지분 정리에 주주 돈을 투입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1조3000억원을 지분 매입에 쓰지 않았다면, 유상증자도 3조6000억원까지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1조3000억원의 지분 매입이 기업 성장이나 미래 가치를 위해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그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의 관계 등에 대한 명확한 소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SDI은 허용? 금감원이 불확실성 키운다 비판도
하지만 금감원은 역시 대규모 유상증자로 논란을 빚었던 삼성SDI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SDI는 그간 맺어온 계약 등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유상증자 자금을 어떻게 쓸지 명확히 밝혔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기업이 성장을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게 금감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이슈에 따라서 사실상 유상증자를 허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역할을 하자, 시장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기업들은 금감원의 결정에 따라 장기 투자 계획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장기적으로 주가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유상증자를 공시한 다음 날 전 거래일 대비 13.02% 급락한, 6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금감원이 유상증자 계획에 정정신고서를 요구한 직후인 28일에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98% 내린 63만원에 장을 끝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금감원은 유상증자를 막아 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이 금융당국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시장기능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고, 기업들이 자기 의사대로 경영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금감원의 역할”이라고 짚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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