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韓銀이 1위라니…대기업은 불황에 뚝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5. 3. 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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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수출기업들을 제치고 법인세 납부액 1위에 올랐다.

사실상 정부 기관 성격인 한은의 법인세 납부액이 국내 법인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으로 최근의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21조3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납부액은 한은 납부액을 조금 밑도는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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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6조 법인세 납부할듯
삼전·SK하이닉스·현대차
기존 법인세 빅3보다 많아
세금체납도 작년 1.7조 늘어
불황 건설업만 2.6조 달해

한국은행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수출기업들을 제치고 법인세 납부액 1위에 올랐다. 사실상 정부 기관 성격인 한은의 법인세 납부액이 국내 법인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으로 최근의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재계에선 "얼마나 경기가 나쁘길래 한은이 법인세 1위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올해 법인세 납부액은 2조578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지난해 세전 기준 10조39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미국 주식시장 활황과 금리 인하기를 맞아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수익을 올린 결과다.

한은은 이 중 약 25%에 해당하는 액수를 법인세로 내는데 올해 법인세 납부액은 전년 납부액의 5배에 달한다. 법인세는 당해 연도 결산을 완료한 뒤 이듬해 3월 말까지 국세청에 신고·납부한다. 한은은 1981년 정부가 공공 법인에 대해서도 과세하면서 법인세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1999년까진 일반 법인보다 낮은 최고세율 15%를 적용받았지만, 1999년부턴 일반 법인과 동일한 과세표준과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올해 한은이 내게 될 법인세는 법인세 '3대 큰손'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가 낼 법인세보다 많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조5300억원(별도 기준)의 영업손실을 낸 여파로 지난해에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지난해 1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지만 전년 손실을 차후 연도에 공제해주는 이월결손금 등 각종 공제 항목을 적용한 결과 올해 납부액도 수천억 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21조3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납부액은 한은 납부액을 조금 밑도는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당기법인세부채는 2조9700억원이다. 비과세소득, 소득공제 등을 차감하면 최종 납부액은 한은 납부액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의 당기법인세부채는 1조6600억원이다.

반도체 호황기에는 삼성전자 한 곳에서만 한 해 6조원가량의 법인세를 납부했던 것을 감안하면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 규모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납부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총액은 7조155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상위 10대 기업 납부액(12조2005억원)보다 5조원가량 급감한 액수다. 이들 10대 기업은 삼성, SK, 현대차, LG 등이다.

임광현 의원은 "2023년 반도체 시장 불황 여파로 법인세수가 20조원 넘게 급감하며 총 법인세수에서 10% 이상 차지하던 상위 10대 기업의 전체 법인세에서의 비중이 한 자릿수로 줄었다"며 "이 같은 법인세 액수는 2022년 법인세 감세 효과가 적용되지 않은 실적으로 법인세수 감소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금 체납액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체납액은 19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7000억원 늘었다. 극심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각각 2조2000억원, 4000억원 체납한 여파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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