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넘쳐 설비 멈추는 판에 발전소 두 곳 또 짓는다?

김순애 2025. 3. 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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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멈추는 횟수 매년 증가하는데 총규모 300MW 발전소 또 계획... "어민 다 죽으라는 말이냐"

[김순애 기자]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인 기후위기의 원인은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온실가스이다. 온실가스는 화석연료를 가열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기에 전 세계는 기후위기 대응 해법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도는 2012년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정책을 발표하면서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설비 추진에 앞장섰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규모는 878MW까지 늘어나 제주도 전체 에너지 설비 규모 2314MW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전력 계통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멈추는 출력 제한 횟수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자료에 따르면 출력 제한 횟수는 2015년 3회, 2016년 6회, 2017년 14회, 2018년 15회, 2019년 46회, 2020년 77회, 2021년 65회, 2022년 132회, 2023년 181회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이에 대한 손실 추계만 해도 2022년 57억 원이 넘어선다.

AI가 설명하는 환경영향평가 초안, 참여자들에게 건네진 선물 한꾸러미

이런 상황에서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동부발전은 제주도에 총규모 300MW의 가스복합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 ‘제주복합3호기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와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초안 주민설명회 많은 주민들이 설명회에 참여했다.
ⓒ 김순애
한국동부발전이 추진하는 LNG복합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와 기후영향평가서 초안 주민설명회가 지난 2월 20일 진행된 데 이어 한국중부발전은 3월 27일 오후 2시 제주 삼양동에 위치한 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삼양발전소)에서 '제주복합3호기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와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초안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주민설명회장에 들어서니 얇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요약본 책자와 묵직한 선물들이 들어있는 종이 쇼핑백이 주민들에게 건네졌다. 쇼핑백에는 떡 상자, 우산, 음료수, 수건 등이 들어있었다. 건네받은 자료는 내용도 어려운 데다가 글씨조차 너무 작아서 참여자들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왔다. AI 목소리가 화면에 띄워진 환경영향평가와 기후영향평가 초안 자료에 대해 15분 정도 내용을 설명했다. 설명에서 나온 발전소 건설 및 운영 관련해서 특기할 만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발전소 공사와 운영 시 미세먼지 농도(24시간) 120㎍/㎥로 대기환경 기준 100㎍/㎥ 초과
△발전소 공사와 운영 시 초미세먼지 농도(24시간) 48㎍/㎥로 대기환경 기준 35㎍/㎥ 초과
△발전소 공사와 운영 시 오존 농도(8시간) 84ppb로 대기환경 기준 60ppb 초과
△초당 9톤의 온배수 추가 발생
△온배수 추가 방류에 의해 바다 생태계 1℃ 영향 범위 면적 확산
△발전소 운영시 년 537,503톤 CO2eq 온실가스 배출

검은 모래로 유명한 삼양해수욕장이 있는 삼양동에는 1982년 10MW급 기력 1호기가 준공되었다. 현재 삼양발전소는 기력발전, 내연발전, LNG복합발전 등 총 488MW의 설비용량을 갖춘 제주도 내 최대 전력공급 단지로 제주도 전력 공급의 약 25%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150MW 규모의 설비를 추가하려는 계획이다.
▲ 동복리에 건설예정인 '청정에너지복합발전' 환경영향평가서와 기후영향평가서 동복리 발전 사업자는 한국동부발전이다.
ⓒ 김순애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들의 목소리와 중부발전 측 입장

설명이 끝나자 주민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현재도 온배수로 인해서 굉장히 피해가 심하다. 25년 전 2호기 건설할 때 저희가 건설팀하고 0.5℃로 협의했다. 하지만 안 지켜졌다. 추가로 초당 9톤 온배수 배출되면 어민 다 죽으라는 말이다."(삼양어부회장 안◯◯)

"1℃ 확산 범위가 400m 정도라 말했는데 체감은 4km 정도라고 본다. 지금 바다 수온 상승 탓에 패류도, 우뭇가사리도 다 죽는 상황이다. 온수 나오는 곳에 감태를 이식했지만 지금 감태가 없다. 이제 삼양 바다에는 한치도 없다. 수온 오르는 게 400m밖에 영향 없다는 소리는 말 같지도 않다." (삼양어촌계장 김◯◯)

"발전소 건설 이유로 발전량 예비율을 말하는데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경우는 한전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나 몰라라 하는 건가? 풍력이든 태양광이든 창구를 일원화해서 그렇게 해서 종합적으로 산출된 전력량을 가지고 늘릴 거냐 말 거냐 결정이 돼야 되는데 중부발전 남부발전이 경쟁하듯이 발전소를 짓겠다고 자원한 것 같다."(주민 ◯◯◯)

이러한 불만들에 대해 중부발전 측은 "바다 식생이 바뀌고 해초류들이 연안에서 없어지는 거는 맞지만 제주 바다뿐만 아니고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다 그런 상황이다"라고 말해서 참여자들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했다.

출력을 제한하는 와중에 발전소를 짓는 현실에 대해 사업자 측은 "삼양발전소 이용률이 거의 10%대로 사기업이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상당히 이용률이 낮고 매출이 적자다. 거의 1년에 천억 적자지만 수익보다는 공공을 위한 기업이기 때문에 나중에 광역 정전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비력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오존의 환경기준 초과에 대해서는 "이미 기존 발전시설로 환경 기준을 초과하고 있고 신규발전소의 기여 농도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계획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주민 피해와 생태계 피해가 큰 발전소 건설 사업

삼양동은 2만 6000여 명이 거주하는 인구 밀집 지역이며 해안가에 위치하였기에 발전소 건설로 인한 어업 종사자들의 피해, 대기환경 악화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큰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 동부발전이 가스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는 지역은 구좌읍 동복리로 인구가 밀집되지 않았지만 주변이 곶자왈 지대로 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제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제주도의 환경단체인 '곶자왈사람들'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발전소 건립계획이 발표되자 2024년 "사업예정지에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제주고사리삼을 포함해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자 환경부 지정 국가적색목록인 흑난초, 나도고사리삼, 새우난초, 백량금, 호랑가시나무 등이 확인됐다"며 "곶자왈을 파괴하고, 기후위기 부추기는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동부발전은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자 사업 부지를 인근의 용도가 끝난 채석장 부지로 옮겼지만 채석장은 사용 기한이 끝나면 법적으로 원상태 복구가 원칙이다. 해당 부지는 계획관리지역과 보전관리지역으로 이뤄져 있으며 경관보전지구3등급, 생태계보전지구3등급, 지하수자원보전3등급 지역과 닿아 있다.
▲ 동복리 발전소 예정부지 채석장 이용이 끝난 곳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재녹화가 이뤄져야 한다.
ⓒ 김순애
2035 탄소중립은 불가능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가스발전 2기 건설이 제주도가 밝힌 2035 탄소중립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오영훈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작년 5월 2035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했고 탄소중립 선도도시 지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와 그린수소 생산을 통해서 2035년 온실가스 배출량 0을 달성하겠다고 야심차게 밝혔다. 하지만 삼양과 동복에 청정에너지복합발전이라는 표현을 내세우는 두 발전소가 준공되어 운영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53만 7503톤, 56만 7326톤이다. 두 발전소가 동시에 가동된다면 11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2021년 제주도의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이 432만 톤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발전소 운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두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협의기관이면서 사업 승인기관이기도 하다. 앞으로 오영훈 도지사가 두 사업을 어떻게 할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필자는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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