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디즈니 아니면 뽀로로풍? 챗GPT 새 이미지 생성기 저작권 논란

김동현 기자 2025. 3. 2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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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4o를 이용해 2023년 8월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그샷’을 각각 다른 풍으로 본지가 생성한 모습. 왼쪽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로 만든 이미지고 오른쪽은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풍으로 제작한 그림이다. /챗GPT-4o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니 나를 지브리 스타일로 바꿨다는 메시지가 수백 개 와 있었어요. 프로필을 바꿔봤습니다. 누군가 더 나은 그림을 만들어줄 수도 있을까요?”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프로필을 교체하며 이런 글을 올렸다. 새 프로필 속 올트먼은 만화 주인공처럼 익숙한 모습이다. 짧게 비쭉비쭉 솟은 갈색 머리에, 크고 동그란 눈은 푸른색이지만 피부색은 동양인처럼 살구색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화풍(畫風)으로 올트먼을 묘사한 것이다. 지브리는 ‘모노노케 히메(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히트작들로 영미권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올트먼의 새 프로필은 오픈AI가 지난 25일 생성형 AI(인공지능) 모델 ’챗GPT-4o’에 탑재한 이미지 생성기의 작품이다. 이미지 생성기는 사진을 특정 애니메이션 제작사 혹은 만화가의 화풍으로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자신의 프로필을 바꾼 올트먼처럼 ‘스타워즈’ ‘대부’ ‘해리포터’ 등 유명한 영화의 명장면들을 지브리풍으로 바꾼 그림들이 소셜미디어에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국내 소셜미디어에도 넷플릭스에서 상영 중인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봉준호 감독의 2019년작 ‘기생충’ 포스터를 지브리나 일본 만화 ‘도라에몽’ 화풍으로 변환한 그림들이 올라오고 있다.

샘 올트먼(왼쪽) 미국 오픈AI CEO(최고경영자). 왼쪽은 실제 사진이고, 오른쪽은 그가 27일 X(옛 트위터)에 올린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화풍으로 그린 초상화다./X

본지가 실제로 챗GPT-4o 이용 요금을 결제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023년 머그샷(수용기록부 사진)을 입력해보니 여러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트럼프를 각각 다르게 묘사한 그림들이 나왔다. 지브리·디즈니 등 세계적 제작사는 물론 ‘심슨 가족‘(미국) ‘귀멸의 칼날‘(일본) 등 특정 작품에 나오는 인물처럼 그려달라는 요청도 가능했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려면 챗GPT-4o가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활용해 화풍을 학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픈AI가 지브리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과 저작권 계약을 맺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미국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은 “오픈AI와 지브리 모두 저작권 계약 관련 문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저명한 제작사나 만화의 화풍을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저작권 침해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후쿠이 겐사쿠 변호사는 27일 “(이미지 생성 기능이) 작풍을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고, 지브리 영화 장면과 구체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면 저작권 침해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수 있다”며 “스타일이란 어디까지나 아이디어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 문화청도 최근 발표한 ‘AI와 저작권’ 관련 지침에서 “화풍과 같은 아이디어는 저작권법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챗GPT-4o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23년 '머그샷'을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요청하자 만든 이미지.
트럼프의 같은 사진을 한국 애니메이션 '뽀로로'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하자 이런 이미지가 나왔다.
2023년 8월 24일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교도소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의 머그샷. 기사의 이미지들은 이 사진을 기반으로 챗GPT에게 다양한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주문해 만든 것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현지 매체들은 “(화풍 모방이) 당장은 재밌는 놀이로 여겨지지만 장기적으론 창작자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 “현행법 제도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쪽에만 유리하다”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지브리에서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창립자이자 간판 애니메이터인 미야자키 하야오(84) 감독은 과거 AI로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해 “역겹고 소름이 끼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2016년 NHK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AI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감상한 뒤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까. 작품 자체가 삶에 대한 모독이란 생각이 든다. 이 기술을 내 작품에 접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오픈AI가 저작권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인도 방송사 NDTV 등을 운영하는 아다니그룹은 지난 1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오픈AI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존 그리셤, 데이비드 발다치, 마이클 코널리 등 유명 소설가들도 지난해 10월 오픈AI의 챗GPT가 훈련 과정에서 자신의 저작물을 무단 이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미 뉴욕 연방지법은 최근 뉴욕타임스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오픈AI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26일 현지 매체 데드라인이 보도했다.

※아래는 본지가 기사를 위해 챗GPT-4o로 만들었지만, 지면엔 싣지 않은 이미지들이다. 일부 화풍에 대해선 비슷하지 않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대체로 해당 작품의 스타일을 차용하려는 AI의 의도는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어떤 작품의 스타일로 그리라고 명령했는지는 캡션에 적었다.

한국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한국 웹툰 작가 이말년의 '삼국지'
한국 만화 '아기공룡 둘리'
일본 만화 '슬램 덩크'

☞생성형 AI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글과 사진 등 새 콘텐츠를 생성해내는 AI 모델을 말한다. 기존 AI가 데이터를 학습해 대상을 모방했다면, 생성형 AI는 학습한 것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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