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비전 있나] ② 예선을 꿰뚫는 아쉬움, 보수적인 운영으로는 본선 '명예회복' 힘들다

김정용 기자 2025. 3. 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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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의 마무리만 남겨놓고 있다.

예선 매 경기 승점에 급급한 팀보다, 본선을 염두에 두고 진취적인 운영을 한 팀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곤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감독의 전술이 오랜 조련기간을 요구해 갈수록 완성도를 높인 경우, 두 번째는 예선 매 경기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본선에서 쓸 카드와 버릴 카드를 구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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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왼쪽),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의 마무리만 남겨놓고 있다.


8경기에서 4승 4무를 거둔 지금, 결과보다 아쉬운 건 과정이다. 예선 매 경기 승점에 급급한 팀보다, 본선을 염두에 두고 진취적인 운영을 한 팀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곤 했기 때문이다.


▲ 발전하는 대표팀의 조건? 갈수록 정교해지거나, 갈수록 뛰어난 선수가 들어오거나


예선을 통해 대표팀 전력을 갈수록 향상시킨 과거 사례를 돌아보면 크게 두 가지 운영법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감독의 전술이 오랜 조련기간을 요구해 갈수록 완성도를 높인 경우, 두 번째는 예선 매 경기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본선에서 쓸 카드와 버릴 카드를 구분하는 것이다. 보통은 두 가지 운영이 동시에 이뤄진다.


첫 번째의 대표적 사례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행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이다. 벤투는 4년 넘는 긴 기간 동안 대표팀을 맡았는데, 마치 클럽처럼 오랜 조련기간이 필요한 조직적인 축구를 추구했다. 2년차, 3년차에는 발전속도가 더뎌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3차 예선에서 경기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마침내 그의 축구가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 경기력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발휘됐다.


설영우. 서형권 기자
홍명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 예선에서 실험을 많이 해야 본선에서 강해진다


홍명보 호가 좀 더 참고했으면 좋았을 두 번째 운영법은 실험실을 자주 여는 것이다. 매 경기 약간 과감한 선수 실험을 병행하면서 3차 예선을 치르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월드컵 본선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주전을 고집하지 않고 실험을 한다고 해서 꼭 경기력이 저하되는 건 아니다. 뜻밖의 선수가 주인공이 되어 한국의 승리를 이끌 수도 있고, 팀에 활력이 더 생길 수도 있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다. 브라질은 본선 전까지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한때 예선 탈락 위기에 몰리면서 감독을 여러 번 바꿨고 본선을 1년 남긴 시점에야 스콜라리 감독을 선임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스콜라리의 월드컵 준비는 부진과 논란의 연속이었지만 이는 그만큼 격렬한 변화를 주면서 본선을 대비했기 때문이었다. 코파 아메리카에서 온두라스에 충격패를 당해 8강에 그쳤다. 브라질 역사상 최고 공격수 중 하나인 호마리우를 대표팀에서 빼 버렸을 때는 선수 본인부터 정계까지 그를 압박했다. 하지만 스콜라리는 호나우두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진, 파격적인 스리백 도입 등 정확한 선택을 하며 본선에서는 정상에 올랐다.


예를 들어 2001년 11월 브라질의 예선 2연전을 보면 두 경기 선발 라인업에 5명이나 변화가 있었다. 교체 카드도 두 경기에서 각각 다르게 썼다. 완전히 다른 라인업과 이에 따른 경기방식을 두루 테스트했다.


'예선 통과에 급급해서는 본선 호성적을 낼 수 없다'는 태도다.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답을 찾기 위한 모색은 압축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기는 잡음은 이는 미래의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다.


국내에서 예선을 통해 전력상승을 꾸준히 모색했고, 결국 성공을 이끈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이끌었던 허정무가 대표적이다. 당시 유망주이긴 했지만 어린 나이였던 기성용과 이청용을 국가대표로 발탁해 일찌감치 육성했다. 정답이 없던 중앙수비에 다양한 선수를 테스트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동문 수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본선에서 가동할 이정수, 조용형 조합을 찾아냈다.


허 감독이 심각한 부진으로 큰 비판을 받았지만 승리에 급급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과정으로서 치렀던 대표적인 경기는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중국에 0-3으로 진 일이다. 당시 멤버 구성과 포메이션 모두 평소 쓰던 것과는 달랐다. 결국 이날 전술을 폐기하고 기용해 본 선수들 중 상당수가 월드컵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한 데이터를 쌓았다.


▲ 선수변화의 폭이 너무 좁은 홍명보 호


현재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경기력 부진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결과적으로 3차 예선의 80%가 진행된 가운데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마지막 2경기 중 이라크전에서 무승부 이상만 해도 본선진출 확정이고, 최악의 경우에 2패를 당한다 해도 크게 지지만 않으면 한국이 올라갈 가능성이 꽤 있다. 한 마디로 본선행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이웃 일본의 조기확정에 비하면 늦지만 불안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이번 대회부터 예선이 많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3차 예선에 12팀이 올라 그 중 4팀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이번 대회는 본선 참가팀이 확대되면서 18팀이 올라 그 중 6팀이 본선에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시아 최강을 다투는 한국이 아시아 1위도 아니고 6위 이내에 들지 못할 거라 생각하긴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임 당시 본선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던 홍 감독 입장에서는 3차 예선 통과에 급급하기보다 좀 더 과감한 운용을 시도해도 괜찮았다. 지난 8경기 동안 많은 유망주를 선발하고도 기존 주전선수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좀처럼 투입하지 않았는데, 이처럼 느긋하게 선수단을 늘려나가는 건 4년을 보장받았던 벤투 시절에나 어울린다.


심지어 축구 강국들은 월드컵 본선에서까지 실험을 한다. 요즘 월드컵 트렌드는 조별리그에서 마치 평가전처럼 전술실험 및 선수 조합 실험을 하는 팀이 우승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은 조금 높아지지만, 대신 월드컵 우승 확률도 높아진다.


현재 한국도 마찬가지다. 3차 예선 통과가 어차피 매우 유력하다면, 매 경기 승점을 잃을 위험이 조금 높아지더라도 본선을 더 준비하는 운영이 이치에 맞았다.


이런 실전 경기에서 실험을 해야, 단순 평가전에서 하는 실험보다 더 유의미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평가전은 상대팀이 느슨하게 나오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선수실험을 느리게 한 결과 홍명보 호는 출범 당시 물려받은 선수단에 비해 그리 전진하지 못한 상태로 남고 말았다. 홍 감독은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선수를 불러다 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선수풀을 더 넓혀야 이득이다.


일부 선수가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을 경우, 홍 감독이 그를 감싸는 인터뷰를 하는 건 이치에 맞는다. 하지만 말로는 감싸더라도 다른 선수로 바꾸는 조치는 취해봐야 한다. 훈련에서 홍 감독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더라도 충분한 시간 동안 실전 기회를 줘 봐야 진짜 옥인지 돌인지 알 수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한 감독 아래서 8년이나 조련하면서 이미 온갖 실험을 거친 팀이 아니다. 예선 1패를 감수하지 않아서는 본선 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급히 지휘봉을 잡았다가 최악의 성적에 그쳤다. 이번엔 준비할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12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 자신을 밀어넣는 꼴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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