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배신의 강’ 건너 시속 100㎞로 달릴 수 있을까 [2025 별의순간, 잠룡 SWOT 분석]
철옹성 같은 배신자 프레임, TK의 벽은 여전히 높다
리스크 없는 보수 후보, ‘전략적 선택’ 받을 수 있나
당심 없는 본선형 주자, 치타의 속도로 벽을 뚫을 수 있을까
국방위 여당 간사였던 유 의원은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 “좀 떳떳하게 용감하게 바른 소리 하시고, (국방개혁) 2020 같은 것 안 되겠으면 (이명박) 대통령한테 안 된다고 말씀 좀 하고 이러셔야지, 이게 뭐냐”고 호통을 쳤다. 친박(친박근혜)계였지만 여당 의원인 그가 야당보다 더 세게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또 유 의원은 자신을 “DJ(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야당으로서 누구보다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 권력을 손에서 놓고 군 인사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손에서 놓은 부분도 있다. 그것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인 유승민’의 매섭고도 합리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다음 질의 순서였던 문 부의장은 “동료 의원 유승민 위원의 감사 행태에 참으로 참을 수 없는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한 말씀 드리고 시작하려 한다”며 “이런 분이 계셔서 이명박 정권의,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존경의 염(念)을 표시한다”고 했다.
정작 그는 보수 진영에서 외면받는다. 실제 유 전 의원은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나 보수층으로 좁히면 초라한 성적을 거두기 일쑤다. 유 전 수석도 그의 위협성을 평가하면서도 경선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한 19대 대선 이후 선거에서 단 한 번도 본선에 출마하지 못한 이유도 ‘당심과 민심의 격차’에 있다. 본선 경쟁력은 높지만 경선 경쟁력은 낮은 후보. 유 전 의원은 이 괴리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를 S.W.O.T 기법으로 집중 분석했다.
‘개혁 보수’, ‘합리적 보수’를 내세운 유 전 의원의 주 무기는 ‘중도 확장력’이다. 스스로 “중도에서 야당 후보와 싸웠을 때 파괴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국민의힘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유승민 역할론’이 제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반윤(반윤석열) 대표 주자,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그의 소신 발언은 중도층을 넘어 일부 진보층에서도 호응을 받아 왔다.
당내에서 유 전 의원만큼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에 소구력 있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 지난 1월 말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유승민·이재명 양자 대결 결과 중도층 42%가 이 대표를, 38%가 유 전 의원을 지지했다. 오차범위(±3.1%포인트) 안으로, 다른 주자들은 9∼17%포인트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여권 1위 주자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21%포인트 차로 이 대표에 뒤처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는 여야 잠룡을 통틀어 유일한 ‘경제 전문가’다. 12년 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했고, 2000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제안으로 여의도연구소장직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이후 당내에서 ‘정책통’으로 활약해 왔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여당 전직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사실상 이회창 후보 연설을 유 전 의원이 홀로 책임졌다고 보면 된다. 집에 며칠씩 들어가지 못하곤 했다”라고 전했다.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로 요구되고, 윤 대통령과 민주당 이 대표를 비롯해 법조인 출신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WEAKNESS(약점): 배신자 프레임, 당내 입지 취약
배신자. 유 전 의원의 많은 강점은 한 단어 앞에서 빛을 잃는다. 그는 “제 입으로 그 말을 쓰기도 싫다. 100%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말하지만, 10년째 그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지자 유 전 의원이 ‘원조 배신자’로 칭해질 정도다.
유 전 의원은 왜 배신자 낙인을 벗어나지 못할까? 그는 ‘원조 친박’으로 통했다. 2005년 대구 동구을 보궐선거 출마가 박근혜와 유승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유 전 의원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이자 박근혜 당대표 비서실장이었다. 상대는 노무현 정부 핵심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당에선 유승민만이 그와 대결할 수 있다고 봤다. 후보로 차출된 그는 비례대표직을 사퇴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차례 지원유세로 유 전 의원 당선을 이끌었다. 유 전 의원은 당선 후 “박근혜 대표의 도움이 컸고 (당선돼) 박 대표에게 힘이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유 전 의원과 친유(친유승민)계 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심한 내홍을 겪었다. 김무성 전 대표의 ‘옥새 파동’도 이때 일어났다. 그는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했지만 김 전 대표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주도했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하며 대구·경북(TK)에서 완전히 ‘배신자’로 찍혔다.
TK 출신이자 대구에서만 4선을 한 유 전 의원이 “대구에서 가장 힘들다”고 하는 이유도 이런 부정적 정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좁아진 당내 입지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한층 축소됐다. 윤 대통령에 각을 세우며 반윤(반윤석열) 선봉장에 선 덕에 한때 유승민계로 불리던 인물들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며 거리를 뒀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중에도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유 전 의원 이름만 꺼내도 고개를 젓는다.
◆OPPORTUNITY(기회): 여론 변화 가능성, 타 후보 리스크
유 전 의원 운명은 보수층 선택에 달려 있다.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시 여권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그에게 기회가 온다. 유 전 의원도 잘 알고 있다. 그가 최근 인터뷰에서 빼놓지 않고 “이재명을 이길 사람은 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중 30∼40%에 달하는 ‘의견 유보층’이 탄핵 기각·각하를 바라는 강경 보수가 아닌 중도보수라면, 유 전 의원 입장에서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언변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 유사성이 있지만, 간혹 직설적 화법이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문제가 됐던 한 전 대표와는 차이가 있다. “최상목 몸조심” 발언 등 ‘설화 리스크’가 있는 민주당 이 대표와도 차별점이 있다.
오히려 유 전 의원의 말에선 ‘따뜻한 보수’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2015년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세월호’ 이야기로 시작된 것이 대표적이다. 여권 내 세월호 언급이 금기시되는 분위기에도 그는 실종자 아홉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인양을 주장했다. 연설 말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 저는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만약 토론이나 연설 등에서 유 전 의원이 이런 장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다면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THREAT(위협): 당내 경선 통과 어려움, 진영 대결 심화
문제는 누가 유 전 의원을 ‘찍어’ 줄 것이냐다. 당장 경선이 문제다. 거대 양당 구도하에서 현실적으로 유 전 의원이 대권을 잡기 위해선 국민의힘 후보가 돼야 한다. 유 전 의원이 ‘제1보수당’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꾸준히 당 주류에 각을 세우고, 수없이 탈당·창당설에 시달리면서도 국민의힘에 남아있던 것도 이런 판단이 깔렸을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2017년 19대 대선에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해 6.76%를 득표, 4위에 그쳤다.
당내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그에게 ‘당심’은 여전히 난제다. 두 번째 도전인 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경선(2021년)에서 3위(7.47%)로 탈락했다. 2022년 경기도지사 후보 당내 경선에서는 44.56%로 초선 김은혜 의원(52.67%)에 밀렸다. 유 전 의원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60.31%로 김 의원(39.7%)보다 크게 앞섰지만,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28.82%로 김 의원(71.18%)에게 참패했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과 같은 ‘빅 이벤트’가 있어야 그가 ‘당심’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유 전 의원의 별명은 ‘치타’다. 사실 시작은 ‘기타’로, 그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타 후보로 분류되면서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지지자들이 여기에 ‘출발은 늦어도 치타처럼 빠르게 달려 다른 후보들을 따라잡으라’는 의미를 붙여주면서 ‘유치타’가 됐다.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인용 결정을 하면 최장 60일의 초단기 레이스가 시작된다. 치타의 달리는 속도는 최고 시속 100㎞가 넘어 동물 중 가장 빠르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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