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휴전' 합의했지만…러 수출 제재 완화는 논란

임다연 2025. 3. 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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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재 끝에…에너지시설 이어 해상 휴전
러, 농산물 수출 재개되나
美 "결제 시스템 복구 도울 것"
제재 완화까지 EU 동의만 남아
공격 중단 시점, 입장 엇갈려
젤렌스키 "발표 동시에 발효"
美·러시아는 공식 발표 없어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미국 중재로 흑해에서 무력 사용 중단을 합의했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휴전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다만 미국이 이 과정에서 러시아에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반발했다. 공격 중단 발효 시점 등 구체적 내용을 두고 3국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합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휴전 협상에서 첫 성과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업 선박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해상에서의 휴전’을 의미하지만 성명문에선 ‘휴전’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또 백악관은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30일간 중단하기로 한 미국과 러시아 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이달 23일부터 사흘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이 중재한 협상에서 나온 결과다.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첫 휴전 합의지만 앞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30일간 전면 휴전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상 및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의 발효 시점을 두고 양측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해상 휴전이 이날 미국의 성명 발표와 동시에 즉시 발효됐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와 미국은 해상 휴전이 언제, 어떻게 시작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크렘린궁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 조치는 지난 18일부터 30일간 적용되며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 가능하다고 밝혔다. 18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해당 사안을 논의한 뒤 합의한 날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공식 합의 체결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영토 분할 등 근본적인 쟁점은 여전히 합의까지 요원한 상태다. 러시아는 미국에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이 주장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러 제재 완화 앞둬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일부 해제하기로 약속한 것도 비판했다. 러시아가 흑해 휴전 발효 조건으로 농산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미국이 이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합의가 성사됐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의 농산물 및 비료 수출을 위한 세계 시장 접근을 복원하고, 해상 보험 비용을 낮추며, 관련 거래를 위한 항구 및 결제 시스템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첫 주요 제재 철회”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이번 합의가 국영 농업은행(로셀호스)과 국제 결제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간 연결 복원 등 제재 완화를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조치가 이행되려면 유럽의 동의가 필요하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은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 자체를 제재하지 않았지만 결제 시스템 차단 등 금융 제재를 통해 거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을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것이 제재 약화라고 본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대러 제재가 당초 협상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공동 성명에 포함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광물 협정은 이전에 무산된 기본 협정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해당 제안을 자세히 검토하지 않았지만 미국 측에서 거론된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를 미국이 소유·운영하는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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