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확대 시행 3일 만에 강남3구·용산구 매물 급감
매물 감소→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듯, 2020년에도 같은 현상
매도 호가, 토허제 시행 직전 내렸다가 다시 올리기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4일부터 서울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토허제) 확대 지정이 시행되면서 이들 4개구를 중심으로 매물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 감소는 거래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매물이 감소했더라도 매도 호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토허제 시행 직전 매도호가를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사례도 있었다.
송파 헬리오시티 매물 66% 급감·잠실 엘리트도 21%↓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25개 자치구 중 송파구, 서초구, 용산구, 강남구의 아파트 매물은 2만 2480가구로 토허제 시행 전 평일이었던 21일(2만 4794가구) 대비 9.3% 감소했다.
송파구는 매물이 6911건에서 5701건으로 3영업일 만에 17.6% 급감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감소세를 보였다. 그 다음은 서초구(-8.3%), 용산구(-7.0%), 강남구(-4.2%) 순으로 집계됐다. 토허제 확대 지정이 시행되는 4개 자치구가 매물 감소 상위 1~4위를 기록했다.
단지별로 보면 송파헬리오시티 매물이 689건에서 237건으로 줄어 65.7%나 급감했다.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매물도 1061건으로 835건으로 21.3% 줄었다. 개포동 우성8차 아파트도 44건에서 23건으로 47.8% 매물 감소가 나타났다.
토허제는 개발(예정)지 및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일정 규모 이상 주택·상가·토지 등 거래시 관할 관청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토허제 지정 구역에서 주택 등을 거래하려면 토지이용계획서와 자금조달계획서를 관할 관청에 제출해야 하고 주택의 경우 매수인 본인이 2년 이상 실거주할 것이란 점을 증명해야 매매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이 지역에 전세를 끼고 갭투자 하는 수요는 사실상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토허제 시행 직전까지는 매도 호가를 낮춰 어떻게든 집을 팔아보려는 수요가 있었으나 시행 이후엔 이러한 수요마저 쏙 들어간 분위기다. 매물 감소는 거래 위축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2020년 6월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토허제가 지정됐을 당시에도 거래가 대폭 위축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아파트 거래량은 2018년 6월부터 2020년 5월까지, 토허제 시행 전 2년간 4456건을 기록했으나 토허제 시행 이후인 2020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2년간 1936건으로 71.8% 급감했다. 잠실동은 이 기간 4456건에서 814건으로 무려 81.7%나 쪼그라들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 부동산팀장은 “당시 강남 주요 지역의 거래량이 반토막난 이유로 실거주 의무 부과, 갭투자 차단,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이 꼽힌다”며 “토허제 시행 후 이들 지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매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투자 수요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당시엔 기준금리가 2021년 8월 연 0.5% 사상 최고치에서 인상되기 시작해 2022년에만 2.75%포인트 오르는 등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올해는 그때와 달리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시기이지만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됨에 따라 대출 증가폭은 제한될 수 있다.
과거에도 매물 줄어 거래 위축, 가격 하락은 제한
매물이 감소했다고 해도 매도 호가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 규모는 2월 30억 5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기도 했으나 28일 27억원, 25일 22억원에도 거래된 바 있다. 현재 해당 아파트의 매도호가는 27억~30억원 수준으로 호가가 형성돼 있다. 한 매물은 토허제 시행 전인 21일 1억 3000만원 매도 호가를 낮췄다가 안 팔리자 토허제 시행일인 24일 다시 1억 5000만원 호가를 올렸다. 또 다른 매물은 30억원에 내놨다가 24일 3000만원 더 올려 30억 3000만원까지 높이기도 했다.
토허제로 매도 호가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과거 학습효과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신한투자증권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치동 아파트 매매 가격은 토허제 시행 전 2년간 22.7% 상승한 반면 시행 후 2년간 23.8% 올라 되려 상승폭이 커졌다. 잠실동도 이 기간 상승률이 20.8%에서 22.5%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양 팀장은 “토허제는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도구로 도입됐지만 실제 효과를 보면 거래 경직성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며 “강남3구와 용산구에 토허제가 확대되면서 단기적으론 가격 조정과 거래 감소 현상이 이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자재비 상승에 따른 공급 축소 등으로 다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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