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조카를 위한 삼촌은 드물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후 중국을 통일한 주 왕실은 제후국에 왕실 여성을 출가시켰는데, 시집간 공주들을 높이는 의미에서 출가한 나라의 이름이나 남편 이름 뒤에 '희'를 붙였다.
□대한민국 많은 여성이 그 이름의 고귀함을 빚진 주나라는 유교적 모범 국가의 전형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희(姬).‘ 30대 이상 우리나라 여성 이름에서 흔히 사용되는 한자다. 이 때문에 본래 뜻과 달리 ‘여자 희’ 자로 불리기도 한다. 이 한자는 중국 고대 주(周)나라와 관련이 깊다. 희는 주 왕실의 성(姓)이었다. 주나라 시조 후직(后稷)이 농사법을 백성에게 알린 공을 치하하기 위해 요 임금이 하사했다. 이후 중국을 통일한 주 왕실은 제후국에 왕실 여성을 출가시켰는데, 시집간 공주들을 높이는 의미에서 출가한 나라의 이름이나 남편 이름 뒤에 ‘희’를 붙였다. 예컨대 남편이 문공(文公)이었다면, 주 왕실 아내는 문희(文姬)라고 불렀다.
□대한민국 많은 여성이 그 이름의 고귀함을 빚진 주나라는 유교적 모범 국가의 전형이다. 특히 주공(周公)으로 더 유명한 단(旦)은 주의 기틀을 세운 인물이다. 무왕의 동생이었던 그는 형이 일찍 사망하자, 어린 조카(성왕)를 보좌하고 불안한 정국을 안정시켰다. 왕위에 올라 선정을 베풀라는 유혹이 있었을 텐데 끝까지 신의를 지켰다. 수양대군이던 세조가 계유정난으로 권력을 빼앗을 때도 “주공처럼 조카인 임금(단종)을 보위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세조의 파약이 보여주듯, 특정 왕조나 명망 가문에서 야심가 삼촌이 조카를 도운 사례는 매우 드물다. 세조는 물론이고, 중국 역대 왕조에서도 삼촌이 조카의 자리를 빼앗은 경우가 흔하다. 송나라 태종, 명나라 영락제 등은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형의 장남, 즉 장조카에게 돌아갈 왕위를 강제로 차지한 대표적 인물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 재계에서도 창업자의 경영권이 장자 승계된 경우가 많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삼촌과 조카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4050세대와 2030세대가 국회에서 통과된 모수 변경의 유불리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2030세대는 연금 고갈 시점만 잠시 연장됐을 뿐 미래세대가 불리한 구조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여야 합의 법안이었지만, 소장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기권이 83표(반대 40, 기권 43)나 나왔다. 미래세대에 짐을 지우는 건 어른의 도리가 아니다. 연금개혁 후속 논의에서 조카들이 ‘독박’ 쓰지 않는 보완책 논의가 필요하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이재명, '선거법 위반' 2심서 무죄 받아 | 한국일보
- 천년고찰 고운사는 불탔지만... 방염포 덮은 안동 만휴정은 살았다 | 한국일보
- 임영웅, 세금 미납으로 마포구 자택 압류… 뒤늦게 완납 | 한국일보
- 안동대 학생 "강의 중 재난문자 100개 실화인가" 산불 확산에 SNS 목격담 이어져 | 한국일보
- 김대호, MBC 퇴사 이유 이거였나... "출연료 150배 올라" | 한국일보
- 故 김수미 생전 일기 공개… 김혜자 "또 만나자" 문자에 서효림 눈물 | 한국일보
- "화재로 음식 부족" 안동 주민 호소에 온라인서 후원 잇따라 | 한국일보
- 올해 산불 97% 시작은 '사람'... 강풍보다 무서운 안전불감증 | 한국일보
- "1시 이후에 오세요"...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갑론을박 | 한국일보
- 최불암, 14년 진행한 '한국인의 밥상' 떠난다… 후임은 최수종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