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조카를 위한 삼촌은 드물다

2025. 3.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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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후 중국을 통일한 주 왕실은 제후국에 왕실 여성을 출가시켰는데, 시집간 공주들을 높이는 의미에서 출가한 나라의 이름이나 남편 이름 뒤에 '희'를 붙였다.

□대한민국 많은 여성이 그 이름의 고귀함을 빚진 주나라는 유교적 모범 국가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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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30·40세대 여야 의원들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이름 아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국민의힘 김재섭, 개혁신당 이주영,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개혁신당 천하람,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 연합뉴스

'희(姬).‘ 30대 이상 우리나라 여성 이름에서 흔히 사용되는 한자다. 이 때문에 본래 뜻과 달리 ‘여자 희’ 자로 불리기도 한다. 이 한자는 중국 고대 주(周)나라와 관련이 깊다. 희는 주 왕실의 성(姓)이었다. 주나라 시조 후직(后稷)이 농사법을 백성에게 알린 공을 치하하기 위해 요 임금이 하사했다. 이후 중국을 통일한 주 왕실은 제후국에 왕실 여성을 출가시켰는데, 시집간 공주들을 높이는 의미에서 출가한 나라의 이름이나 남편 이름 뒤에 ‘희’를 붙였다. 예컨대 남편이 문공(文公)이었다면, 주 왕실 아내는 문희(文姬)라고 불렀다.

□대한민국 많은 여성이 그 이름의 고귀함을 빚진 주나라는 유교적 모범 국가의 전형이다. 특히 주공(周公)으로 더 유명한 단(旦)은 주의 기틀을 세운 인물이다. 무왕의 동생이었던 그는 형이 일찍 사망하자, 어린 조카(성왕)를 보좌하고 불안한 정국을 안정시켰다. 왕위에 올라 선정을 베풀라는 유혹이 있었을 텐데 끝까지 신의를 지켰다. 수양대군이던 세조가 계유정난으로 권력을 빼앗을 때도 “주공처럼 조카인 임금(단종)을 보위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세조의 파약이 보여주듯, 특정 왕조나 명망 가문에서 야심가 삼촌이 조카를 도운 사례는 매우 드물다. 세조는 물론이고, 중국 역대 왕조에서도 삼촌이 조카의 자리를 빼앗은 경우가 흔하다. 송나라 태종, 명나라 영락제 등은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형의 장남, 즉 장조카에게 돌아갈 왕위를 강제로 차지한 대표적 인물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 재계에서도 창업자의 경영권이 장자 승계된 경우가 많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삼촌과 조카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4050세대와 2030세대가 국회에서 통과된 모수 변경의 유불리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2030세대는 연금 고갈 시점만 잠시 연장됐을 뿐 미래세대가 불리한 구조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여야 합의 법안이었지만, 소장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기권이 83표(반대 40, 기권 43)나 나왔다. 미래세대에 짐을 지우는 건 어른의 도리가 아니다. 연금개혁 후속 논의에서 조카들이 ‘독박’ 쓰지 않는 보완책 논의가 필요하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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