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회담' 되려나 했는데 트럼프·시진핑 대면 '안갯속으로'
"중국 당국자들 혼란... 일정 잡는 데에 신중"
'대만 문제' '관세 압박'으로 미중 관계 악화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뒤 첫 미중 정상회담 개최의 갈피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관세 전쟁 △대만해협 긴장 상승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 외교 매너 등 마이너스 요인만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중 개최될 것이란 게 당초 관측이었지만 "물 건너 갔다"는 회의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중이 6월 정상회담 개최안을 두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생일이 모두 6월이라 '생일 정상회담'이라는 별칭까지 공공연했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외교를 지켜본 시 주석으로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회의감을 느꼈을 것이란 게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진단이다. 이 신문은 최근 "중국 당국자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같은 외국 지도자들을 공개적으로 적대적으로 대하는 태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백악관 회담을 가졌다. 언론이 지켜보고 있는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격적인 어투로 몰아붙였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사실상 쫒겨나듯 나와야 했다. 시 주석도 젤렌스키 꼴이 나지 않으란 법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오락가락 정책 행보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첸징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공동 설립자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중국 엘리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한' 소통이 방향을 잃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최근 가동 중인 미중 간 5개 소통채널에서 미국 측 입장은 모두 제각각인 상황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군사적 긴장까지 서서히 상승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에 공유한 새 지침을 보면,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 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에중국은 2일 대규모 '대만 포위' 훈련을 반년 만에 재개하며, 대만 문제에선 양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했다. 스인훙 런민대 교수는 "이번 훈련은 중국이 트럼프에 거는 기대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곧 만날 의향이 있었다면, 이번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란 의미다.
2일 예고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는 미중관계에도 악재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일 러시아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문제와 관련, "미국이 한사코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계속해서 각종 위협을 가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 밝혔다. 중국을 겨냥한 상호관세가 발효되면 중국도 그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를 새로 적용할 것이란 경고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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