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역사문화가 한곳에,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정윤섭 2025. 3. 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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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거리 거닐며 근대건축물, 기념관, 고택까지 돌아볼 수 있어

[정윤섭 기자]

그래도 봄은 온다. 시국이 하 수상한 탓일까? 매화가 한창 피어 봄을 알리기 위해 야단인데 며칠 전 차가운 날씨에 눈보라가 봄을 기습했다. 눈 속에 핀 설매화는 그 인고의 고고함을 보여주어 더욱 아름다웠다.

계절은 춘분(20일)을 넘기고 있지만 가슴속의 봄은 아직도 멀리 있어 먹먹함이 감돈다. 겨울을 보낸 꽃들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매화와 더불어 봄을 알리는 전령 목련화가 화사하다.

목련은 일제히 꽃봉우리를 터트려 화려함이 더한다. 우리의 삶도, 이 한반도도 한번쯤은 이 목련처럼 화려하게 피어난다면 좋으련만, 그래도 희망을 갖자, 화려하게 꽃 피울 날이 있을 것이다 한다.
▲ 양림동 호남신학대 교정의 목련 멀리 무등산을 배경으로 양림동 호남신학대 교정에 핀 목련화가 화사하다.
ⓒ 정윤섭
멀리 광주 무등산을 바라보는 양림동 호남신학대 교정의 목련화가 눈부시게 화사하다. 무등산을 등에 안고 있어서인지 그 화려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빛고을 광주를 묵묵히 지켜온 무등산이다. 호남의 심장 광주, 1980년 5.18은 한국 현대사에서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만들었다. 광주를 끌어안듯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무등산을 바라보면 괜히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심속 역사문화의 거리 양림동
▲ 역사문화마을 양림동 일대 양림동은 양림산과 사직산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최고의 역사문화마을로 자리잡고 있다.
ⓒ 정윤섭
양림동은 빛고을 광주에서 근현대 역사문화를 한눈에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근현대기 광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 호젓한 자연과 쉼의 공간도 맛볼 수 있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마을의 거리를 산책하듯 둘러보면 좋을 곳이다. 봄이 왔으니 더욱 걷기도 좋다.
▲ 양림동 근현대 역사문화거리 양림동은 근현대의 건축물과 전시관, 미술관, 예술인들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광주의 근현대 역사문화마을이다.
ⓒ 정윤섭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일대에는 100년이 넘는 근대건축물, 기념관, 미술관 등이 거리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근현대를 오가는 전통문화와 서구문화가 결합된 한옥과 서양식 건축물, 선교문화유적지, 전통문화재 등 역사, 문화, 예술 자원이 곳곳에 널려있어 역사문화마을로 조성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광주 출신의 대표 시인 김현승, 작곡가 정율성이 이곳에서 살았으며, 소설가 황석영, 문순태와 같은 작가가 작품 활동의 거처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역사, 건축, 문화와 예술, 인물도 만나 볼 수 있는 광주 도심속의 최고 거리다.

이곳의 역사문화 공간을 이용하여 2024년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기간에는 주변 미술관이나 빈 건축물을 이용 비엘날레 작품이 전시되기도 하였다. 현장속의 문화공간이 비엔날레 전시공간으로 활용되어 새로운 전시의 모델로 많은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옛 가옥과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문화예술활동 공간으로 만들거나 개성있는 카폐나 식당도 만날 수 있다. 시에서는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사업을 지원하는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어울리는 마을로 조성하고 있다. 전통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광문화 프로그램들도 운영하고 있어 도심개발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이곳에서는 매년 인문학 축제, 양림문화제 등 복합문화축제가 열려 마을속의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양림동 옛 마을의 추억

양림동은 광주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는 사직산과 양림산을 뒤로 경사 지면에 자리잡고 있다. 일제강점기 하에는 선교사들이 들어와 학교와 교회, 병원을 개설하고 선교사들이 살았기 때문에 '서양촌'이라고도 불렀다.

양림동은 광주천변에 있는 버드나무 숲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양촌(楊村)과 유림(柳林)에서 한자씩을 따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1914년 광주군 효천면 양림리로 되었다가 1947년 양림동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옛 전통마을이 들어선 탓인지 양림동의 70, 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곳의 경사진 언덕을 따라 좁은 골목길 옆으로 들어선 한옥 거리를 생각할 것이다. 자동차도 들어가기 힘든 좁을 골목길을 따라 다닥다닥 서민들이 사는 한옥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재개발되어 찾아보기 어렵다. 양림동은 도시의 변두리 마을로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던 곳이다.

양림동이 도시의 새로운 마을로 변화해 가기 시작한 것은 1904년 미국인을 포함한 선교사들이 이곳에 터를 잡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 일대에는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으로 인해 지어진 어비슨 기념관, 오웬기념각, 유진벨 선교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오웬 기념각 근대기 서양건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건물로 광주의 최초 선교사였던 오웬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 정윤섭
양림교회와 기독간호대학 사이에 있는 오웬기념각은 근대기 서양식 건축물을 감상해 볼 수 있다. 전남지역 최초 선교사이자 의사였던 오웬과 그의 할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오웬 사후인 1914년 건립된 건물이다. 그 옆에 있는 어비슨기념관은 캐나다 출신의 미국인 농업전문가로 우리나라 농촌운동에 헌신했던 어비슨의 동상과 가족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이 일대에는 당시 선교사들의 선교활동으로 인해 지어진 역사 깊은 교회도 찾아 볼 수 있는데, 광주교회사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교회가 언덕받이에 있는 양림교회다.
당시 교회와 미선계 학교를 중심으로 민족 항일운동이 일어났는데 이때 양림교회는 그 중심이 되었던 교회로 현재 이 일대가 3.1운동 거리로 조성되어 있다.

역사문화의 거리에서 만난 이장우 고택
▲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이장우 고택 양림동에는 서양식 건축물과 함께 대저택을 자랑하는 전통고택도 있어 가볼만 하다.
ⓒ 정윤섭
주로 서양식 건축물이 많은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이장우 고택이다. 전통적인 한옥 고택은 아니지만 근대기에 지어진 한옥건축 양식을 감상해 볼 수 있다.

이장우 고택은 광주 지역의 부호였던 정낙교의 아들 정병호가 1899년 안채와 1935년 문간채를 건축하였다고 한다. 이를 동신대학교와 동신중고등학교를 설립한 이장우 박사가 1959년 매입한 후 사랑채, 행랑채, 곳간채까지 완성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마당에는 둥그런 형태의 일본식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유리를 사용한 창문, 거실의 여닫이문 등이 사용된 건축양식 등을 보면 전통 한옥과 근대기를 거쳐온 건축의 변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안채를 받치고 있는 계단 초석을 보면 궁궐에서나 쓸법한 잘 다듬어진 계단석을 사용하고 있어 부자집의 화려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집 담장 뒤로는 아주 오래된 고목 한그루와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어 고택과 정원이 어우러진 대 저택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은 도심속의 옛 문화를 느껴볼 수 있게 해설사를 동반한 거리투어도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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