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많고 조금만 올라도 헥헥” 현직 산불진화대의 하소연

“마을 주민이 등산로를 알려줘 투입 지점까지 갈 수 있었다.”
닷새째 이어진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 현장에 투입된 경남의 한 지자체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진화대원) A씨(53)의 말이다. 초행인 이 현장에 A씨 팀이 투입된 건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새벽. 그는 “민가에서 50~100m 산 속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지리에 밝은 분이 함께 했으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 진화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진화대원은 ‘산불 2·3단계’가 발령 때 다른 지역에도 투입된다. 낯선 지역이지만 현장을 잘 아는 인솔자가 동행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경기도 한 지자체 소속 진화대원 B씨(64·경력 1년)는 “현장은 항상 위험한데 멋 모르고 올라 가는 것”고 했다. 이어 “멀리서 불이 보이니까 반장이 그냥 줄 서서 가자는 식이니 우왕좌왕하다 죽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 털어놨다. “고령인 진화대원이 헉헉거리며 올라간다”고도 했다.
이에 현장을 잘 아는 인솔자 동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림청은 지자체 기간제 근로자인 진화대원을 '잔불 정리' 등 비교적 안전한 구역에 배치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형 산불 현장에선 바람 등 기상이 급변하면 ‘제2의 산청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지난 22일 산청 산불을 끄러 왔다 숨진 경남 창녕군 공무원·진화대원 등 4명에게도 이 현장은 생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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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6~7개월 근무…잦은 교체로 전문성↓
전문성 제고도 진화대원 운영의 숙제로 꼽힌다. 부산의 한 지자체 소속 진화대원 C씨(53·경력 4년)는 “기간제이니 해마다 사람이 바뀐다. 처음 온 사람은 교육은 물론 담당 지형 파악도 해야 한다”며 “매년 새 사람이 들어오니 두세 달은 수습 상태”라고 했다. 이어 “팀원 간 호흡이 중요한데, 당장 손발을 착착 맞추기 어렵다”고 했다.
진화대원은 산불 위험이 큰 11월부터 이듬해 5~6월까지 연중 6~7개월 정도만 근무한다. 매년 채용시험을 치러 뽑는다. 고용이 보장된 산림청 소속 전문 인력인 공중진화대·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다르다. 인솔 공무원마저 자주 바뀐다. “우리도 불을 꺼본 적이 없는 ‘초짜’고, 인솔자도 ‘초짜’인데 어떻게 불을 끄냐”는 말도 나온다.
진화대원 법정 교육은 1년에 단 한 차례(이론 5시간·실전 5시간)다. 진화대원들은 “갈퀴로 방화선 구축하고 살수펌프 작동하는 법 등을 제대로 익히기에 부족한 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체 훈련도 하지만 사람 바뀌면 또 호흡을 맞춰야 한다. 진화대원 운영을 담당한 한 지자체 공무원은 “업무 연속성이 중요하니 기간제가 아니라 전문 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오래 있어야 숙련도도 쌓고 현장도 잘 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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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중요한데…고령자 위기 시 대응 어려워”
진화대원 고령화도 문제다. 2022년 기준 전국 산불진화대원 평균 연령은 61세였다. B씨는 “다 60·70대다. 고령자들은 현장에 가면 힘들어서 중간에 앉아서 쉬고 그런다”고 했다. A씨는 “우리 쪽 최고령은 73세”라면서도 “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 관리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채용 과정에서 15㎏짜리 물통을 메고 뛰는 체력 검증을 치른다고 했다.
하지만 위급 상황 시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 시선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은 “산불 진화는 산 속 험로를 개척하며 불을 끄는 것이라 유연성, 민첩성, 체력이 요구된다”며 “지자체 진화대원을 위험 구역에 배치하진 않겠지만, 고령의 대원이 갑자기 산불이 번지는 상황에 대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진화대원 고령화는 농촌·산간 지역 노령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임금이 낮고, 고용 기간이 짧은 진화대원 특성 탓이다. 청년이 지원하지 않는단 얘기다. 진화대원 임금 기준은 전국적으로 동일한데, 최저시급(올해 1만30원)을 받는다. 보통 하루 8시간씩 주 6일(주 48시간) 정도 일한다. 월급이 약 250만원(세전·2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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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에 청년층 기피…평균 40대 강릉시 비결은?
‘젊은 진화대’를 운영하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 강릉시다. 시 본청 진화대 20명의 평균 나이는 40대 초반이다. 20·30대 대원이 9명으로 거의 절반이다. 산불이 잦은 지역이어서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비결이라고 한다. 강릉은 ‘양강지풍(襄江之風)’이란 국지적 강풍으로 매년 대형 산불을 걱정하는 지역이다.
임금도 20만원 더 많은 270만원(세전·2월 기준) 수준이다. 산불이 없는 우천 시에도 인화물질 제거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근무 시간도 인정, 기본적으로 주 52시간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조익현(경력 25년) 강릉 산불진화대장은 “대원 채용 시 책임감·사명감을 많이 본다”며 “비 조금 온다고 일 못 하면 젊은이들 생계에 문제가 생겨 최대한 보장을 받는다”고 했다.
산청·강릉=안대훈·오소영·박진호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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