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품화 아닌 기회의 문이라는 '언더피프틴'의 해명

이이슬 2025. 3. 2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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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착취 논란에 "오해 없도록 숙고"
K팝 뒤편의 구조적 착취 문제 도마위
서혜진 대표. 크레아 스튜디오 제공

"재능 있는 '알파 세대'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

미성년자 성 상품화, 아동 착취 논란에 휩싸인 15세 이하 여성 아동 청소년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 제작진이 25일 서울 한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일부 편집본을 공개하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지만, 비판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언더피프틴'은 어린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경쟁을 부추겨 과도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하고, 성적 대상화 하는 행위는 성 착취이자 아동 학대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달 31일 첫 방송을 앞두고 프로그램을 알리는 과정에서 홍보용 영상, 사진이 공개되자 논란이 커졌다.

바코드가 찍힌 8~15세(2009~2016년생) 아동 청소년 참가자의 프로필사진에 관해 황인영 크레아스튜디오 대표는 "멋지다고 생각했다"며 "학생증 콘셉트에서 가져왔다. 여기가 꿈과 희망을 키우는 학교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작사는 여성 디자이너가 이 바코드 이미지를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서혜진 크레아스튜디오 대표는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의 성 인지 감수성이 바닥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미디어 여성 노동자들을 낮게 보시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소 본질에서 비껴간 답변을 했다.

논란이 거세자 MBN 측은 "프로그램 세부 내용은 물론 방영 여부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작사 측은 기자회견을 열며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 대표는 "모든 제작비는 MBN이 아닌 크레아스튜디오가 부담했다"며 "MBN은 방영 플랫폼이다. 그렇다고 해서 MBN과 저희가 다른 의견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프로그램 공개 여부와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서 대표는 "여러 조언을 받아 방송 편집을 하고 있다. '31일이 아니면 안 된다'는 아니다. 여러 지점을 찾겠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의도와 다르게 어른 흉내, 섹시 콘셉트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며 "미비한 점은 없는지 숙고할 시간과 기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거센 비판 속 어린 참가자들과 보호자들이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용 PD는 "방송이 안 된다면 아이들과 학부모가 받을 상처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시민 단체들은 '언더피프틴' 측이 아이들을 앞세워 방송 강행 의지를 다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 11개 단체가 참여한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는 "시민들이 비판한 것은 참가자가 아닌 제작사와 방송사였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어린 참가자들을 방패 삼은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어른들의 비겁함만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프로그램 폐지는 곧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 거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아동 성 상품화를 향한 비판을 회피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K팝 산업의 화려한 이면에 뿌리 깊은 성 착취와 성 상품화 고질적 문제가 드러낸 것이라 지적한다. 박 위원장은 "아이들의 꿈을 볼모 삼아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정당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문체부와 노동부 역시 이를 손 놓고 방치하며 방송·엔터산업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성범죄 피해, 성인방송 출연 강요, 수익 정산 지연, 무리한 다이어트와 성형 강요 등 심각한 수준의 착취와 폭력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으나 관련 데이터마저 제대로 수집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N과 크레아스튜디오는 비겁하게 어린아이들을 앞에 내세워 뒤로 숨지 말고 폐지로 책임지라"며 "진정으로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면 성을 상품화하지 않고도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문화 제도와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MBN이 방송을 예정대로 내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여성단체연합·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 대표는 '언더피프틴'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지만, 방심위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및 '방송법' 제32조에 따라,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심의를 거쳐 심의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사후 심의를 하고 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방심위는 입장문을 내고 "방송 이전에 완본 프로그램을 받은 바 없고, 이를 검토해 심의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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