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만명 소액주주 울린 ‘금양’···20만원 바라보던 주식은 어쩌다 1만원이 됐나

김경민 기자 2025. 3. 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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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가격 리포트가 무색할 정도로 급등
2차전지 성과나지 않고 재무상황 악화에
매매 거래 중단…상장폐지 가능성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금양 부스에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2차전지붐’을 타고 한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기기도 했던 ‘금양’의 주식이 2년만에 휴짓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2차전지의 낙관적 전망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실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재무상황 악화에 거짓 공시까지 이어지면서 회사의 존폐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24만명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대국민 사기’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2차전지 주식 신화’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금양 주식은 현재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21일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하면서 매매 거래가 중단됐다. ‘의견거절’은 회사가 재무상황 등이 불안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지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상장폐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자금을 시급히 조달해 재무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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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양은 지난 2022~2023년 이차전지붐을 타고 ‘개미’들을 잇따라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만든 상징적 종목이다. 고무 등에 사용되는 발포제 제조사였던 금양은 2020년부터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해 지난 2022년 7월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 7월 주가가 5000원대였던 금양은 1년간 3000% 가량 폭등했다. 2023년 7월26일 장중 주당 19만4000원까지 올라 시총이 1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배터리 아저씨’로 유명한 박순혁 작가가 금양 홍보이사가 되면서 인기가 높아졌고 배터리 양산과 리튬 광산 투자 계획 등 청사진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증권사에선 이차전지주가 폭등해 주가 리포트를 내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가격 분석 리포트를 내는 것보다 주가가 더 빠르게 올랐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000원짜리 주식을 만원으로 파는데 종목을 분석할 필요도 없었다”며 “모든 2차전지주가 광기에 휩싸여 펀더멘탈보다 과대 포장된 것이 본원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박순혁 금양 전 홍보이사. 김작가TV 유튜브 캡처

금양은 최고점 대비 94.8% 추락하며 시총도 633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상승의 기반이 된 장밋빛 미래는 허상이었다. 배터리는 개발했지만 양산과 수주에 실패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금양은 본업인 발포제에선 연결기준 약 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차전지 부분에서 약 4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5월엔 약 7~800억원을 들여 추진한 몽골 광산 지분 인수를 통해 향후 매년 4000억원대 매출과 1000억원대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 공시했지만, 지난해 9월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수십억원대로 하향조정해 거짓공시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재무환경 악화로 공장 완공이 지연되고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유동비율은 약 15%까지 추락했다. 단기 부채를 막을 현금성 자산이 거의 고갈됐다는 의미다. 회계법인이 감사 의견 거절을 내놓은 이유도 재무상황이 불안정하고 공장완공 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양이 상폐 위기를 마주하면서 금양 소액주주 약 24만명도 대규모 손실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종목토론방에선 ‘대국민 사기’였다는 비난도 나온다. 금양뿐만 아니라,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뒤 성과를 내지 못한 전기그릴 제조업체 ‘자이글’ 등도 지난 2023년 고점 대비 80% 넘게 주가가 추락한 상태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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