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월드컵 못 간다

‘고양 굴욕’에 이은 ‘수원 굴욕’이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안방에서 오만에 이어 요르단과도 비기며 북중미월드컵 본선행에 빨간 불을 켰다.
홍명보(56)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8차전에서 요르단과 1-1로 비겼다. 전반 5분 이재성(33·마인츠)이 선제 골을 터뜨리며 리드를 잡았지만 전반 30분 마흐무드 알마르디에 동점골을 내줬다.
한국은 4승4무(승점 16)로 조 선두를 유지했지만 본선행을 조기에 확정 짓진 못 했다. 두 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요르단(3승4무1패·승점13)과 승점 3점 격차를 벌리지 못 했다.
오는 6월5일 이라크와의 원정 9차전과 6월10일 쿠웨이트와의 홈 10차전 결과가 매우 중요해졌다. 북중미월드컵은 각 조 1·2위는 본선에 직행하지만 3·4위는 4차예선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지난 20일 고양에서 80위 오만을 상대로 1-1로 비긴 데 이어 64위 요르단과도 한 골씩 주고 받았다. 지난해 11월엔 101위 팔레스타인과도 비겼다. 홍 감독은 요르단전을 앞두고 “상대의 밀집 수비를 깰 비책이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실전에선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전했다.

출발은 좋았다. 133번째 A매치(이운재와 함께 최다 출전 공동 3위)에 나선 간판 공격수 손흥민(33·토트넘)을 최전방 원톱에 세우는 ‘손 톱(Son top)’ 전략으로 이른 선제 골을 뽑아냈다. 전반 2분 왼쪽 측면 코너킥에 앞서 손흥민이 두 팔을 번쩍 들어 홈 팬들의 함성을 유도했다. 4만1532명 만원 관중이 만들어낸 소음이 록밴드 라이브 공연과 엇비슷한 105데시벨(㏈)까지 치솟았다. 뜨거운 환호를 등에 업은 손흥민이 오른발로 감아 차 올려준 볼을 상대 문전에서 빈 공간을 파고든 이재성이 받아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재성의 요르단전 2경기 연속 골.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못 했다. 야잔 알나이마트가 전반 30분 드리블 돌파 후 내준 공을 무사 알타마리가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 조현우(울산)가 쳐낸 볼을 알마르디가 리턴 슈팅했고, 수비수 권경원(코르파칸)의 몸에 맞고 굴절돼 동점 골이 됐다. 앞선 장면에서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가 센터서클 부근에서 공을 빼앗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 요르단의 과감한 역습에 우리 수비진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 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이른바 ‘해줘 축구’ 논란을 잠재울 기회였지만, 홍 감독은 전술적 유연성을 보여주지 못 했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빠진 중앙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공백이 더욱 도드라졌다.
패스의 흐름을 조율하기 위해 투입한 이동경(김천), 황인범(페예노르트) 등도 경기 흐름을 바꾸진 못 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양민혁(19·QPR)을 넣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교체 카드였다. 오현규(헹크)를 후반 막판 넣어 투톱을 가동했지만 FC서울에서 뛰는 중앙 수비수 야잔 알아랍을 뚫지 못했다.
한국은 3차예선 조 추첨에서 일본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를 피해 ‘꿀 조’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8경기 중 4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그것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홈에서만 3무승부다.
![붉은악마가 월드컵 11회 연속 진출 염원을 담은 카드섹션을 하고 있다. [뉴스1]](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3/26/joongang/20250326003033312rnmk.jpg)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이날 ‘1986 시작된 꿈, 11th KOREA, 2026 가보자고’라는 대형 카드 섹션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1986년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한국의 11회 연속 본선행을 염원하는 문구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 흐름은 강풍 속에서 공들여 준비한 카드 섹션이 민망할 정도의 졸전이었다.
수원=박린·피주영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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