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이해불가' <조선> 칼럼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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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은 "숫자 많다고 이기는 것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조선일보>에 실렸다. |
ⓒ <조선일보> |
해당 칼럼에서 김 전 주필은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한국 정치 사상 귀중한 변화를 발견하고 있다. 그것은 2030 세대의 탄핵 반대 전선(前線) 등장"이라며 "이번 탄핵도 박근혜 탄핵 제2막 정도로 귀결되는가 했는데 2030 세대의 등장으로 탄핵은 새로운 양상으로 진전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주필은 "2030 세대는 거대 야당의 독재에 의한 망국적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전선에 선 것으로 보인다"며 "나는 그들이 정작 추구하는 것은 구체적인 야당의 국정 방해 사안에 머물지 않고 기울어진 이 나라의 입법·사법 현실을 바로잡는 균형 감각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일부 젊은 세대를 전체 젊은 세대로 왜곡한 주장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2030 세대 중 다수는 여전히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게다가 '계몽령'을 운운하며 위헌 계엄을 옹호하는 젊은 탄핵 반대 세력을 가리켜 '현실을 바로잡는 균형 감각'이라고 상찬하는 것은 괴이한 인식이다.
"언제나 야당 편을 들고"... 여권의 역대급 승리인 21대 총선은?
김 전 주필은 "우리는 군사정권 시절에 이어 오랫동안 여대야소(與大野小) 속에 살면서 '집권층의 횡포=야당 탄압'이라는 단순 구도에 익숙해져 왔다. 정부-여당은 권력의 칼자루를 쥐고 소수 야당을 옥죄어 왔으며 권력형 부조리와 횡포 역시 여권 몫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왔다"며 "그래서 언제나 야당 편을 들고 야당을 도와주는 것이 민주 시민의 책임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우리 국민은 여당의 횡포에는 비판적이고 상대적으로 야당의 무리수, 부정에는 관대했거나 무지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김 전 주필의 주장대로 국민이 언제나 야당 편을 들도 야당을 도와줬다면 노태우 정권 이후 여당이 총선을 승리한 사례들은 대체 무엇인가. 당장 지난 2020년의 21대 대선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승하지 않았나.
이에 대해 김 전 주필은 "여권은 보수·우파, 야권은 진보·좌파로 편 가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며 "역대 최고 역전(逆轉)의 산물인 21대 국회 구성은 바로 그 결과"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다. 국민의 여야 인식에 대해 아무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분류해놓고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는 근거인 21대 총선 결과에 이를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
계엄이 '야권이 쳐 놓은 미끼'?
이어 김 전 주필은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옳고 그름에만 매달려 야권이 쳐 놓은 미끼(계엄)를 멋모르고 덥석 물었다. 윤 대통령의 결정적 실수"라고 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야권이 대체 어떤 미끼를 쳐 놓았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이 위헌 계엄 선포를 야권의 술책에 의해 벌어진 일로 규정한 것이다.
김 전 주필은 또 "그러나 이재명당(黨)의 거들먹거림은 곧 부메랑을 맞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은 덮어놓고 여당이라고 비난하고 야당이라고 두둔하던 그런 이분법적 시대를 벗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 역시 '한국 국민은 야당에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앞선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반박하고 있다. 야권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22대 총선이 채 1년도 안 지나 국민이 갑자기 변화했다는 얘기인가.
김 전 주필은 이에 대해서도 "어찌 보면 지난 총선에서 거의 3분의 2를 차지했다고 우쭐해진 거대 거만 야당에 대한 거부감"이라 "거대 야당을 잘못 만들어준 국민적 보상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거대 야당을 만들어준 게 국민인데 거대 야당을 잘못 만들어주었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리며, 국민적 보상감은 대체 무슨 뜻인가. 이해가 아니라 아예 독해 자체가 안 되는 문장들이다.
"헌재가 좌파 견제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불가인 칼럼
한편 김 전 주필은 "이런 인식 변화는 헌법재판소에도 불고 있다. 헌재도 무조건 도장 찍는 장소가 아닌 곳으로 변모했다"면서 "민주당이 마은혁 판사를 재판관에 추가로 투입하려고 최상목 권한대행 탄핵 카드를 꺼낸 것도 현재의 헌재 구성으로는 윤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뜬금없이 헌법재판소 또한 거대 야당에 비판적인 곳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주필은 "이것은 어제 한 총리 탄핵 기각으로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헌재에서도 좌파-야당 일변도로 이끌려 갈 수 없다는 일종의 사법적 균형 감각이 작동하고 있음을 감지하는 대목"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이 기각된 것이 헌재가 야권을 견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연하지만 헌재의 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은 야권 견제와 무관하고 윤석열 탄핵 심판과도 별개라는 게 대다수의 관측이다.
칼럼 말미에서 김 전 주필은 "사법(courts)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마지막 중요한 방어벽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고 무책임하다. 진정한 저항은 의회에서, 행정부 일선 현장에서 그리고 거리(streets)에서 일어나야 한다"라는 미국의 대학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우리나라는 지금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어벽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는 달리 어쩌면 그것이 사법(헌재)에서도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칼럼의 마지막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헌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으며, 헌법재판소가 좌파-야당을 견제하고 있다는 인식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칼럼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불가다. 윤석열 옹호 세력의 자기논리가 어떤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였다면 가히 명칼럼이라고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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