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민박집 지킨 비상소화장치, 영남엔 턱없이 부족…강원 11% 수준

경북 의성·경남 산청 등 영남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대형산불이 번지고 있지만, 마을을 지키는 비상소화장치는 같은 산불 위험 지역인 강원보다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는 총 1만 4032개다. 이 중 경북에는 1120개, 경남에는 570개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산불 발생이 잦은 강원(2492개)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경북은 2260명당 1개, 경남은 5664명당 1개꼴로 비상소화장치가 있다. 각각 강원(609명당 1개)의 27%와 11% 수준에 불과하다.
산림 인근 마을 유일한 방어 수단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불이 점차 대형화하면서 비상소화장치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백두대간 지역에서 발생하는 봄철 산불은 강풍을 타면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또, 이번 산불처럼 동시다발로 화재가 번지면 모든 마을에 소방차를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불길이 마을을 덮칠 경우 비상소화장치는 주민들이 집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어 수단이 된다.
꾸준히 늘린 강원…경남은 산림 인근 23개 불과

반면 최근 대형산불이 연이어 발생한 영남 지역은 강원에 비해 산림 인근에 비상소화시설을 갖춘 마을이 턱없이 부족하다. 강원은 1852개가 설치된 데 반해 경북과 경남은 각각 434개와 23개가 설치돼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강원도에서는 비상소화시설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많은 마을에 설치됐지만 이번에 대형산불이 발생한 의성군의 경우 산림 인접 마을 대부분에 비상소화장치가 없었다”며 “산불이 일상화되고 어디에서든 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소화장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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