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운전자 결국…장마철도 아닌데 20m 싱크홀 왜
25일 서울 강동구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지름과 깊이 각 20m 싱크홀(땅꺼짐)에 매몰됐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싱크홀 사고가 난 지 17시간 만인 이날 오후 12시36분 오토바이 운전자 30대 박모(33)씨를 구조했다. 박씨는 헬멧을 쓰고 바이크 장화를 착용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한다. 발견 장소는 싱크홀 하부, 지하철 9호선 공사장 터널 구간 바닥 부근으로 싱크홀 중심에선 5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앞서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시 37분쯤 싱크홀 아래 지하철 9호선 공사장에서 운전자의 것으로 확인된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이어 2시간 후인 오전 3시 30분에는 싱크홀 하부에 쌓인 토사 근처에서 번호판이 떨어진 오토바이가 발견됐다. 김창섭 강동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구조대상자가 핸드폰이 발견된 곳보다 더 앞쪽(싱크홀 쪽)에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설명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유가족은 “우리 애기 깨워야 해”, “확인을 다시 해달라”며 통곡했다.
소방은 싱크홀에 매몰됐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구조하는 데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사고 직후 구조 대원 30여명이 로프를 이용해 싱크홀 안으로 들어가 구조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단의 균열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소방 관계자는 “지하철 9호선 공사장에서 수직으로 내려가 싱크홀 사고 현장 쪽으로 나 있는 내부 터널로 우회했다”며 “토사를 일일이 파내는 방법밖에 없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소방은 이날 밤샘 배수 작업을 통해 상수관이 터져 싱크홀 내부로 유출된 물 2000t을 빼내고 구조대원 17명과 인명구조견 1두를 투입했다. 물이 빠져나가 단단해진 흙을 포크레인 2대 등 중장비를 동원해 퍼내거나 사면화(경사면 안정화) 하면 이후 잠수복을 입은 구조대원들이 접근하는 식이었다. 현장엔 단단해진 흙을 퍼내느라 부러진 삽이 곳곳에 널려 있다고 한다.
소방은 또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인근 주유소 지하 기름 탱크에서 기름을 모두 빼내는 작업을 병행했다. 김 과장은 “내부 작업을 하며 진동이 생길 수 있고, 지표면 안정화 공사도 필요해 탱크로리 5대로 기름을 모두 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싱크홀은 지난해 8월 장마철에 발생한 연희동 싱크홀과 달리 초봄에 발생했다. 지반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집중 호우와 폭염이 없었던 만큼 계절적 요인보다는 상·하수도나 가스, 통신 등 지하 매설물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전국 땅꺼짐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에서 805건의 싱크홀이 발생한 가운데 원인으로는 하수도 손상이 336건(41.7%)으로 가장 많았다.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싱크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소방당국은 싱크홀 중심부가 지하철 공사장 입구에서 약 80m 떨어진 곳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하철 공사장 관리 책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사 과정 중 (땅꺼짐) 조짐이 있었는지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사건 수습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이재혁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지하철 공사와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않고 고려하고 있다”며 “정밀 조사를 통해 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대형 싱크홀 사고에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부터 거리에 나와 사고 현장을 지켜본 15~20명의 주민 중 일부는 “도로가 불안정한데 사고 지점에서 도보로 5분 떨어진 주택가에선 땅을 파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인근 아파트 주민 박영덕(69)씨는 “평소 산책하며 걸어 다니는 곳이 이렇게 꺼질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아직 도로가 울퉁불퉁한데 같은 사고가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수민·오소영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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