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삼키려는 내 인생, 내 집…“두고 어떻게 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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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두고 어찌 가, 못 가지. 내 인생이 걸린 건데. 불에 타더라도 내 눈으로 봐야제."
경북 의성에서 난 불이 마을 뒷산 코앞까지 밀고 들어오는데도 서씨네 가족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집을 지켰다.
경북 포항과 안동을 오가며 지낸다는 권씨는 "의성 산불에 우리 동네 이야기가 나오더라. 집이 걱정돼서 어제(24일) 오후에 왔다"며 "대피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끝까지 지켜봐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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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불이 붙으면 그때는 도망가야지
그래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지켜야지…”
“이걸 두고 어찌 가, 못 가지. 내 인생이 걸린 건데. 불에 타더라도 내 눈으로 봐야제.”
2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들머리의 집 앞을 지키고 선 서무장(65)씨는 이렇게 말했다. 서씨와 부인 추신애(58)씨, 아들까지 세 식구는 전날 산불 대피 문자를 보고도 차마 집을 떠나지 못했다. 경북 의성에서 난 불이 마을 뒷산 코앞까지 밀고 들어오는데도 서씨네 가족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집을 지켰다. 집 옆에는 서씨가 납품하는 일회용 옷을 보관하는 창고, 아들이 농사짓는 사과밭이 나란히 있다.
서씨는 산불이 무섭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그는 “고향이 문경인데, 20대에도 지금처럼은 아니지만 큰불을 봤다”며 “귀농하는 아들을 따라 14년 전, 산을 등진 이 집에 터를 잡았는데 스프링클러라도 몇 개 달아두면 괜찮을까 싶어 직접 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부터 손수 설치한 스프링클러 10개를 틀었다 껐다를 반복했다. 점점 조여오는 산불 앞에서 서씨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었다. 그는 “정말 불이 붙으면 그때는 도망가야지.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느냐”며 “그래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지켜야지. 내가 봐야지”라며 다시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켰다.
오전 11시께 가뜩이나 짙은 연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마을 산 아래로 불줄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권중인(75)·김옥순(59) 부부 집 바로 뒤다. 집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온 이들 부부는 길 하나를 건너 주저앉은 채 소방관들이 물을 뿌려 불을 끄는 모습을 지켜봤다.
경북 포항과 안동을 오가며 지낸다는 권씨는 “의성 산불에 우리 동네 이야기가 나오더라. 집이 걱정돼서 어제(24일) 오후에 왔다”며 “대피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끝까지 지켜봐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불길이 저 멀리 산 너머 있는 것처럼 연기가 났는데, 언제 이렇게 집 뒤까지 불이 내려왔나 싶다”고 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난 불은 사흘째인 24일 오후부터 의성과 맞닿은 경북 안동시 길안면 일대까지 번지고 있다. 안동시와 산림당국은 25일 아침부터 진화를 위해 헬기 1대를 준비했지만, 짙은 연기 탓에 오전 내내 뜨지 못하고 있다. 인력 880명과 장비 1150대로만 방어선을 구축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산불로 안동 주민 1264명이 안동체육관과 마을회관, 인근 숙박시설 등으로 대피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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