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가 뽑은 1위 출연작"…4년 기다린 이병헌의 '승부', 그 매력 [인터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대배우 이병헌에게도 인내의 시간이었다. 영화를 찍고 4년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던 그는, 드디어 빛을 보게 된 주연작 '승부' 개봉에 "뛸 듯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미소를 한가득 머금은 채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던 이병헌은 "아들이 재미로 제 출연 영화 순위를 매겼는데 '승부'가 1등이라고 하더라. 2등이 '공동경비구역 JSA'"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모습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 그리고 혹여나 '승부'를 세상에 내놓지 못할까 오랜 시간 삭혀온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바둑이 최고의 두뇌 스포츠로 추앙받던 90년대를 배경으로, 현시대의 김연아, 박지성, 손흥민과 같은 스포츠 스타들처럼 전 세계가 인정한 바둑 레전드 조훈현과 이창호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 삼은 영화다.
'승부'가 지난 2021년 크랭크업하고도 4년이 지나서야 개봉하게 된 까닭은 작품의 또 다른 주연인 유아인의 사회적 물의 때문이었다. 유아인은 지난 2023년 상습 프로포폴 투약 의혹이 불거진 후 마약 복용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최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커다란 리스크를 떠안은 영화는 출연 배우, 감독, 스태프의 탄식 속에 4년의 시간을 흘려보낸 후에야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승부'를 만든 사람들이 뱉었던 탄식을 함께 뱉을 수밖에 없다. 이병헌은 '승부'에 대해 "굉장히 드라마틱한 실화라 이게 영화로 그동안 안 만들어진 게 신기할 정도다. 바둑을 몰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고,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승부' 속 이병헌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사생활과 별개로 상대역 유아인의 연기도 그러하다. 연기의 대가들이 모여서 장인 정신으로 한신 한신 빚었으니 모든 장면이 펄떡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정적인 스포츠 장르로 극적 전개를 이끌어야 했던 만큼, 이병헌은 감정선을 더 세심하게 분화해 미묘한 감정의 진폭을 품위 있게 형상화했다.
"환희, 절망감 등 안에서 감정이 엄청나게 소용돌이치고 있지만 모든 게 정적인 가운데 표현해야 했어요. 미세한 떨림으로요. 그런 지점이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려면 영화관에서 봐야 합니다.(웃음)"
이병헌은 그간에도 '남한산성', '남산의 부장' 등에서 실존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승부'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은 처음이다. 그런 만큼 "자유로움이 많지는 않았"지만, "의존할 구석"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실제에서 꼭 가져가고자 한 건 90년대에도 말이 많았던 조훈현 국수의 몸짓 같은 태도다.
"영화에서 제가 라이벌 남기철(조우진)한테 '아 매너도 없이'라는 말을 해요. 그럼 남기철이 '네가 그럴 입장이냐'라고 이야기하죠. 사실 당시 조훈현 국수님의 매너에 대해 말이 많았어요. 대국 중에 양반다리를 하거나 거의 드러눕고 그러셨죠. 바둑에서 중요시하는 매너와 예의에 관해서 좀 파격적인 분이셨어요. 당신께서 이기고 계실 때 다리를 떠는 것도 그렇고요. 그런 자세를 영화에 담는 게 재밌는 포인트가 될 거로 생각해서 꼭 가져가고자 했어요."
현존하는 인물을 연기하며 또 하나 이득이었던 건, 실제 조훈현 국수를 마주하며 직접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이다. 조훈현이 이병헌에게 가장 크게 당부한 건 바둑돌을 놓는 방식이었다.
"조훈현 국수님이 아무렇게나 돌 놓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바둑돌을 놓는 방식이 있다고요. 그러면서 프로 바둑 기사다운 손 모양으로 놔달라고 당부해 주셨어요. 조 국수님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대부분을 혼자서 이야기하실 만큼 이야기꾼이세요. 만나면 전 거의 듣는 입장이에요(웃음). 한 번은 조 국수님한테 여쭤봤어요. 일본에 가서 살때, 바둑 스승님께 어떤 레슨을 받았는지 물었어요. 조 국수님이 그곳에 사는 동안 스승에게 2~3판 정도 졌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상 실력으로는 배울 게 없던 거죠. 그래서 대체 뭘 배웠다고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삶의 방식과 태도'를 교육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생각했죠. 그 선생님도 매너가 안좋으셨나?(웃음)"
조심스럽게 극에서 제자를 연기한 상대역 유아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실제 이창호 국수는 정말 돌부처 같은, 말이 없고 생각을 알 수 없기로 유명해요. 그래서인지 유아인도 촬영장에서도 정말 과묵한 편이었어요. 촬영 후반부까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캐릭터에 빠져있으려 노력하는구나 싶었어요. 영화를 보면 아역(김강훈)에서 성인으로 바뀌면서 비로소 돌부처 이창호의 모습이 드러나요. 그런 성격 변화를 주는 게 극적 효과를 위한 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창호의 대비가 있어서 좋긴 했어요."
영화에서 이병헌은 표정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웃음을 머금는 일도 드물고, 감정을 과장하는 법도 거의 없다. 절제된 표정, 담백한 톤, 묵직한 눈빛으로 캐릭터를 밀도 있게 채워나간다. 그의 연기는 격정보다 절제에서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때때로 예상치 못한 웃음이 피어난다. 전혀 개그를 의도하지 않은 장면임에도 관객은 피식, 혹은 박장대소한다. 이병헌은 그저 진지하게 인물 감정에 충실할 뿐인데, 어느 순간 분위기를 비트는 전환점이 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특별한 틈을 만들어내는, 이병헌의 독보적인 존재감이다.
"'승부'가 실화임에도 거짓말 같은 극적인 부분이 있으니까 그것만으로 힘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유머러스함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언론시사회 때 객석에서 많이 웃어주셔서 놀랐어요. '번지 점프를 하다' 때와 감정이 비슷했어요. 진지하고 슬픈 작품이에요. 당시에도 언론시사회를 했는데 되게 심각한 장면에서 객석에서 웃는 거예요. 영화에서 제일 심각한 장면에서는 기자들이 폭소하더라고요. 큰일 났다 싶었어요. 그래서 화장실에 숨어서 다들 집에 가기만을 기다리며 숨어있었어요. 전 너무 창피했는데 매니저가 이야기하기를 사람들이 나오면서 '너무 재밌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거예요. '승부'도 저는 전혀 웃기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는데 많이 웃어주셔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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