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수용시설에 대한 과거청산 현황과 과제
[김재형]
지난 몇십 년간 한국 사회는 과거의 국가 폭력과 인권 침해를 직시하며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노력을 이어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2005년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사정권 시기에 발생한 인권 침해를 조사하며 역사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너무나 중요한 문제가 빠져 있었다. 바로 '집단수용시설'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과 인권 침해 문제다.
집단수용시설은 이름 그대로 특정 집단을 한 데 모아 관리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호와 복지가 아닌 강제수용과 폭력이 자행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운영되었던 이 시설에서는 장애인과 거리의 아이들, 부랑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잡혀와 강제노동과 폭행, 성폭력을 당했다.
피해자들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자신의 억울함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을 외면했다. 이후 형제복지원 사건이 사회적으로 재조명되면서 국가에 의한 강제수용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피해생존자들은 수년에 걸쳐 국토대장정, 노숙농성 등을 벌였고, 마침내 2020년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집단수용시설의 인권 침해 문제도 공식 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출범 직후 정근식 위원장은 집단수용시설 조사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밝혀진 진실들, 시설장 일탈 아닌 국가 주도의 구조적 문제
필자는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집단수용시설에 관한 3개의 조사사업에 참여하며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몇몇 시설장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한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사실이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형제복지원뿐만 아니라 선감학원, 여성수용시설, 덕성원, 영화숙·재생원 등 전국 곳곳의 수용시설에서 유사한 인권침해가 벌어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여성수용시설, 덕성원, 그리고 영화숙·재생원 사건에 대한 진실결정을 내렸다. 진실결정이란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를 통해 피해 조사를 신청한 이의 피해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조사 결과 밝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형제복지원은 620명, 선감학원은 230명, 여성수용시설은 10명, 덕성원은 46명, 영화숙·재생원은 171명, 총 1077명이 진실결정을 받았다. 이 진실결정 수가 많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형제복지원만 해도 수용자가 많을 때는 3000명이 넘었고 전국에 집단수용시설이 널려 있었기 때문에, 이 숫자는 아직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신고를 했어도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피해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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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인천, 경기, 강원권 집단수용시설. 2022.4.6. 방송 캡쳐. |
| ⓒ SBS |
또 하나 중요한 조사결과는 이들 집단수용시설들은 대부분 부랑인 시설이었지만, 이 시설에는 아동, 성인, 환자, 부랑인, 노인, 장애인 등이 함께 수용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복지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이러한 시설들에 수용됐는데, 이러한 사실은 기존의 장애인에 대한 시설 수용 역사에서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시설들에는 점차 장애인들만 남아 형식상은 부랑인 시설이지만, 내용상은 장애인 노인 시설이 되었다.
이 조사 중 의료 및 사망에 관련한 자료도 수집되었다. 자료 분석 결과 연령 등 입소자의 개인정보와 의료기록, 그리고 사망기록을 통해 입소된 이들의 사망률이 일반 사회의 사망률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는 해외에서 노숙하는 정신질환자와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높다.
또한 사망정보 등이 정확히 기록되지 않아 사망원인이 불명확한 사례가 지나치게 많았다. 이것은 집단수용시설이 부랑인 등의 보호를 명목으로 설립된 사회복지시설이지만, 실제로는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곳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80년대 들어서면 장애인 관련법이 제정되면서 부랑인수용시설 등에서 정신장애인 병원이나, 요양소, 노인요양소 등을 설립해 같이 운영하게 된다. 장기간 수용이 제한되어 있었기에 집단수용시설들은 수용자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여러 시설들에 전원시키는 소위 '회전문' 수용이 관례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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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복지원재단에서 2002년 설립한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실로암의 집' |
| ⓒ 형제복지원 자료집 14권 |
이렇듯 수도권과 강원권에 있었던 여러 집단수용시설에서 이러한 인권침해가 흔했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된 시설에서 지금까지 진실화해위원회에 자신의 피해를 신고해 진실결정을 받은 사례는 전무하다. 이것은 집단수용시설의 피해사건이 이전의 다른 과거사 사건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이행기정의 개념과 제도의 확장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이행기정의는 국가폭력으로 발생한 인권침해로 이해되는데, 여기에는 일제강점기 하에 발생한 강제노동, 위안부, 그리고 정치적 억압 등의 사건이나, 한국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학살, 권위주의 시기의 정치적 자유와 억압, 그리고 반대파에 대한 숙청, 학생, 노동,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이 포함된다. 이러한 이행기 정의 프레임에 부랑인 및 장애인 등 소수자 문제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2기 진실화해위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너무 끔찍해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는 것과, 피해생존자와 시민사회의 헌신적인 활동 덕분이었지만, 위원회 내부에서도 여전히 형제복지원과 같은 집단수용시설 문제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다. 2기 위원회에서 형제복지원과 같은 집단수용시설 문제는 부랑인 문제라 인식된다. 일반적으로 '부랑인'은 '홈리스homeless'라고 인식되는데, 위원회에서도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된 이들 중 홈리스나 도시 빈민만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에 대한 기존 연구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수행한 용역조사를 통해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된 '부랑인'이라는 범주 속에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홈리스뿐만 아니라 생계능력이 없고, 자신을 부양할 자가 없는 다양한 이들이 포함되는데 여기에는 장애인 등도 포함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수용은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이행기정의 프레임에 장애인, 선주민 등 사회적 배제와 집단수용시설의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2022년 진실화해위원회의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 해외동향 연구' 보고서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의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국내외 집단수용시설 사건의 피해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이들은 오랜 집단수용시설의 수용에서 발생된 장애, 질병, 사회적 배제, 가족과의 단절, 교육기회의 박탈 등으로 자신의 피해나,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여전히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된 이들은 조사를 인지하더라도 시설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하기에 신청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한국의 진실화해위의 조사는 당사자 또는 유족 등의 조사 신청이 있고, 내부적인 검토를 통해 조사 결정을 해야만 조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애초에 피해자들은 이행기정의적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제한된 기간,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신고된 사건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집단적인 활동도 중요하다. 충분한 피해자 인원이 되는지, 이들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조사의 실행에 비공식적인 참고자료가 된다. 한국의 식민지 경험과 전쟁 및 독재의 경험은 다양한 종류의 피해들을 만들었고, 위원회 내부에는 예산과 인력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경쟁이 존재한다. 하지만 집단수용시설 피해자의 경우, 여러 이유로 자신의 피해를 사회적으로 발언하기가 매우 힘들다. 즉 진실화해위원회라는 제도는 형제복지원 등 집단수용시설 사건의 조사에 있어 여러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중단 없는 조사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제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도 그 기한을 다해가고 있다. 여전히 신청된 많은 사건들이 조사되지 않았으며, 더 많은 사건들이 아직 신청조차 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형제복지원이나 선감학원, 그리고 영화숙·재생원 사례를 봤을 때 심지어 여론에서 주목받아 자주 언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기간을 놓친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집단수용시설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이행기정의적 인식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중단 없는 조사와 제도적 보완 필요
2024년 필자가 수행한 또 다른 용역조사에서는 시설에서의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는 피해생존자들을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히며, 주변 이들과의 관계 맺기를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억울한 죽음들, 피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사과, 그리고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중단 없는 조사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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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집단수용시설피해생존자구술채록최종보고서 표지 |
| ⓒ 진실화해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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