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공매도 재개 임박… 대차잔고 흐름에 주목하라
무차입 공매도 원천차단 시스템 대비
종목별 대차잔고 흐름 주시 필요
한국 증시의 '아픈 손가락' 공매도가 돌아온다. 역대 최장기간 존속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전면 해제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으로 사전 물량 확보가 공매도 투자의 관건이 되면서 전문가들은 종목별 대차잔고의 흐름에 주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상장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재개된다. 2023년 11월 무차입 공매도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을 이유로 전면 금지된 지 약 17개월 만이다. 앞선 세 차례(2008년·2011년·2020년) 공매도 금지 때와 비교해도 역대 최장기간이다. 금지 직전 350개로 제한됐던 공매도 가능 범위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약 5년 만에 전 종목으로 확대된다.
NSDS, 공매도 불신 해소할까공매도란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증권사 등 기관으로부터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저렴하게 다시 매수해 빌렸던 주식을 상환하면서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문제가 됐던 '무차입 공매도'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이 시스템의 허점을 노려 주식을 실제로 빌리지 않은 채 공매도를 한 것으로 불법에 해당한다.
국내에선 공매도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려왔다. 투자업계와 학계에선 대체로 과대평가된 주가를 조정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뚜렷하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초래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공매도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임과 동시에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NSDS)을 도입하며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오는 31일부터 한 종목이라도 공매도 순보유잔고가 0.01%(1억원 미만 제외) 또는 10억원 이상인 법인과 시장조성자 및 유동성공급자는 자체적으로 잔고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실시간으로 무차입공매도 주문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공매도 접근성을 둘러싼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도 정상화한다. 기관투자가가 공매도 목적으로 차입한 상장 주권의 상환기간은 90일 이내(연장 시 최대 12개월)로 제한되며, 개인투자자들이 신용공여 대주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적용되는 담보 비율도 기관투자가들의 대차거래와 똑같은 105%로 낮아진다.
관건은 차입 물량 확보이번에 강화된 공매도 시스템은 기관투자가의 매도 가능 잔고를 확인해 무차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골자다. 즉 공매도하려는 주식의 충분한 물량을 사전에 차입해 확보하지 못하면 공매도가 불가능한 셈이다. 한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가능해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차입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될 것"이라며 최근 1개월간 대차잔고가 증가한 종목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공매도하려는 종목의 주식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기관투자가의 움직임도 분주한 모습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종목별 1개월 주가 흐름을 보면 대차잔고가 대부분 정(+)의 방향을 나타낸다"며 "최근 여러 종목이 상승하기 어려운 환경임에도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주식 대차를 위한 선제적 매수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일단 자신이 보유 중인 종목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면 대차잔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상장주식 대비 대차잔고 비율이 3%를 상회하면 대차한 주식이 공매도 물량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만약 보유한 종목의 대차잔고 비율이 5%를 넘어서는데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시장보다 낮거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 평균보다 현저히 높다면 경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내 시가총액 2조원 및 상장주식 대비 대차잔고 비율 3% 이상인 기업 중 최근 한 달간(2월21일~3월21일) 대차잔고가 2배 이상 증가한 기업들로는 이수페타시스, HD현대미포, 한미반도체 등이 있다. 코스닥 내 시총 3000억원·상장주식 대비 대차잔고 비율 3% 이상 기업 중에선 주성엔지니어링, 코미코, 넥스틴의 대차잔고가 최근 한 달간 급격히 늘어났다.
"공매도 변동성, 위험 아닌 기회"단기적으로는 공매도에 따른 수급 불확실성이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자신이 보유한 종목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공매도 압력이 발생해도 매입 단가를 낮추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세 차례 공매도 재개 이후 지수의 1개월 수익률에는 영향이 있기도 했으나, 3개월 수익률은 대체로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며 "실적 대비 과도하게 상승한 기업 및 성장주의 경우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지만, 공매도 재개 자체보다는 글로벌 유동성이나 국내외 경기 여건, 기업 실적, 정치적 변수 등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실적전망 상향 여부에 따라 차별화된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줄 풀고 미친 듯이 뛰어 내려왔다"…산불 속 남겨진 반려견들 - 아시아경제
- "껌 씹은지 2분 내 수천 개 나온다"…美 연구진, 미세 플라스틱 연구 - 아시아경제
- 수술 후 안 쓰던 영어 '술술'…세계 9명만 겪은 '외국어 증후군'? - 아시아경제
- 거대한 '연기 기둥' 솟은 한반도…나사가 공개한 한국 산불 사진 - 아시아경제
- "청소에 방해된다"…생쌀에 살충제 섞어 비둘기 11마리 죽인 50대 - 아시아경제
- "계좌이체 하지 마세요"…안성재 주의보 발령 나온 까닭이 - 아시아경제
- 김수현, 대만 팬미팅 결국 취소…"일정 조정으로 불참" - 아시아경제
- [단독]"분진으로 폐질환, 왜 경고 안 했어요?"…5조 소송 위기에 몰렸다 - 아시아경제
- "왜 이럴까"…수족관서 '70만원 유모차' 빌려줬더니 들고 사라져 - 아시아경제
- "봄 왔으니 달려보자" 매출 38배 '껑충'…불티나게 팔리는 '이 운동화'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