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헬기까지 띄운 일본 오카야마현…전세계 대형산불 비명
한국을 포함해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뭄을 심화시키고 바싹 마른 산림에 붙은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기 때문이다.
당장 일본 오카야마현과 에히메현에서 각각 산불이 번지면서 24일 이틀째 진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현지 소방당국이 자위대 헬기까지 지원받아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오카야마현의 경우 250㏊(헥타르·1㏊는 1만㎡)가 소실됐다. 에히메현에서도 산불 피해 면적이 128㏊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불로 에히메현 주민 1880여 명과 오카야마현 주민 890여 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진 상태다.
이렇게 대형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강한 바람, 건조한 기후, 낮은 강수량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산불이 빈번해지고 장기화되는 특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덮친 대형 산불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7일 LA 카운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화재는 24일 만인 같은 달 31일에 겨우 진압됐다. 29명이 사망하고 건물 1만8000채가 소실되는 큰 피해도 남겼다. 미국에선 LA 산불이 급속히 번진 원인으로 국지성 돌풍인 ‘산타아나 강풍’이 불면서 소방 항공기와 헬리콥터가 화재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점이 꼽힌다. 미국에선 산타아나 강풍을 ‘악마의 바람’으로 불렀다. LA는 통상적으로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우기다.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겨울 폭우가 쏟아져 수풀이 무성하게 자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10월부턴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다. 우거진 수풀이 가뭄으로 메마르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여기에 돌풍이 겹치면서 산불 피해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국제 기후변화 연구 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가뭄이 겨울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면서 산타아나 강풍이 부는 동안 작은 불씨가 치명적인 화염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산불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산불로 1명이 숨지고 시설물 100여 채가 피해를 봤다. 소실 면적은 약 2900㏊로, 1989년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산불 소실 면적 중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현지 소방당국은 여전히 잔불을 확인 중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이와테현의 지난달 강수량은 2.5㎜로 평년(41.0㎜)의 6% 수준에 그쳤고,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18m에 달했다. 그리스 역시 여름철마다 산불에 시달린다. 2023년 8월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11일간 이어져 20명이 숨지고 8만1000㏊가 불에 탔다. 유럽연합(EU)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로 기록됐다.
대형 산불 증가가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리 기후변화협약 시나리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지구촌 산불 발생 위험도는 최대 1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0년 산불 건수는 최대 14%, 2100년에는 5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서유진·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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