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지킴이 900살 은행나무도 화마에 ‘잿더미’
[KBS 창원] [앵커]
산청 산불이 하동 옥종면으로 번지면서, 하동의 900년 역사를 함께 한 은행나무도 화마에 쓰러졌습니다.
이 나무를 신성하게 여기던 주민들도 잿더미가 된 모습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미령 기자입니다.
[리포트]
폭격을 맞은 듯, 나뭇가지들이 새까맣게 불에 탄 채 처참하게 꺾여 있습니다.
나무 곳곳에서는 아직도 상흔이 사라지지 않은 채 뜨거운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높이 27m, 둘레 9.3m, 수령 900년의 위용을 뽐내던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화마에 쓰러진 건 어제, 산청 산불이 하동 옥종면으로 확산하면서 피해를 입은 겁니다.
1983년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이 나무는 하동의 900년 역사를 함께 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릴 정도.
마을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겼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큽니다.
[강신건/'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관리인 : "집은 무너지면 새로 지으면 되지만, 은행나무는 한번 불타면 살아나지 못하는데…. 이 귀한 나무를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인근에 있는 경상남도 문화유산자료인 '두방재' 관리동 2채도 잿더미가 됐습니다.
다행히 불이 고려시대 강민첨 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까지 번지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큰 화를 입을 뻔했습니다.
후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강석규/진주 강씨 은열공파 대종회장 : "명당하고 사당하고 안 탄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고. 영정을 가지고 나올 때는 앞산에 연기가 엄청나게 많이 뻗어져 나왔거든요."]
지난 주말과 휴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국가유산은 모두 3건, 이 가운데 경남이 2건입니다.
국가유산청은 산불 발생 지역 주변의 국가유산 피해 여부를 확인해, 응급 복구 계획을 세우고 긴급 보수비 지원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조미령입니다.
촬영기자:변성준/영상편집:조형수/그래픽:조지영
조미령 기자 (pearl@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한덕수 탄핵 소추 기각…“재판관 미임명, 파면할 정도 아냐”
- “적극 행위 없었다”…비상계엄 적법성 판단 미뤄
- 의성 산불, 강풍 타고 안동으로 확산…진화대원도 긴급 대피
- 폐허로 변한 삶의 터전…주민들 복구 막막
- 9번째 기각으로 한덕수 복귀…‘탄핵’ 국정 공백 이대로 괜찮나?
- ‘전원일치’ 판결 나올까…윤 대통령 선고 전망은?
- ‘평균 나이 61세’ 산불진화대…체력 시험 중 사망 잇따라
- 서울 명일동 ‘대형 땅꺼짐’…“차량 빠지고 1명 부상” [제보]
- “도주 차량에 돌진해 쾅!”…파리 경찰의 미친 추격전
- 교황이 나타났다! ‘엄지척’…“다시 뵐 수 있어 희망이 됩니다” [이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