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vs. 정관장, 김연경의 마지막 상대는?
[양형석 기자]
지난해 10월 19일에 개막했던 2024-2025 V리그가 지난 20일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마쳤다. 2020-2021 시즌 이후 4년 만에 봄 배구 복귀를 위해 FA시장에서 무려 33억 원을 투자한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시즌 중반 이후 속절 없이 무너지면서 또 한 번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FA 최대어' 강소휘를 영입했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역시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상위권 경쟁 만큼이나 탈꼴찌를 위한 사투도 치열했다.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창단 4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승리(11승)를 기록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지만 6라운드 1승5패 부진으로 4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반면에 전반기를 1승17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마무리했던 GS칼텍스는 후반기 11승7패로 선전하면서 극적으로 최하위에서 탈출해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한편 봄 배구에 진출한 상위 3개 팀은 지난 시즌과 같았다. 다만 정규리그 우승팀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시즌 후반 현대건설과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서 차례로 부상 선수들이 발생했지만 봄 배구 진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된 현대건설과 정관장 중 은퇴를 선언한 '배구황제' 김연경의 마지막 상대가 될 팀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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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파위가 시즌 아웃된 현대건설에서는 플레이오프에서 고예림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
ⓒ 한국배구연맹 |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정지윤, 나현수를 붙잡고 외국인 선수 모마,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과 재계약했다. 아웃사이드히터 김주향이 GS칼텍스로 이적했지만 우승 전력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챔프전 2연패에 도전하겠다는 의미였다. 팀의 기둥 양효진이 건재하고 정지윤과 이다현,김다인 세터 등 핵심자원으로 성장한 주전 선수들도 전성기에 접어들었으니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니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컵대회에서 정관장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은 V리그 개막 후 14연승을 내달린 흥국생명에 밀려 시즌 내내 한 번도 선두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4라운드까지 18승6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사실상 봄 배구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2월 7일 정관장과의 5라운드 경기에서 '살림꾼' 위파위가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위파위의 대체 선수를 데려오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현대건설은 아시아쿼터 없이 봄 배구를 치르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은 현대건설의 벤치에 무릎 수술을 받기 전까지 붙박이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던 고예림이 있다는 점이다. 위파위를 대체하게 될 현대건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시즌을 마치면 통산 3번째 FA자격을 얻는 고예림에게도 이번 봄 배구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건설은 정규리그에서 정관장과 3승3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정관장이 주전 선수들을 제외했던 6라운드를 제외하면 2승3패로 열세에 있었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 선착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흥국생명에게 3연승을 거뒀던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에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챔프전 티켓을 따야 한다. 과연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은 정관장을 꺾고 두 시즌 연속 챔프전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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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장은 시즌 후반 부상을 당한 부키리치(왼쪽)와 박은진의 복귀 여부가 플레이오프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
ⓒ 한국배구연맹 |
정관장은 지난 시즌 맹활약했던 '인도네시아 특급' 메가왓티 퍼티위와 재계약하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2022-2023 시즌 도로공사에서 활약했던 반야 부키리치를 지명했다. 지난 시즌 득점 3위(부키리치)와 7위(메가)를 기록한 아포짓 스파이커 2명을 보유한 명백한 '포지션 중복'이었다. 고희진 감독은 부키리치를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배구팬들은 두 선수의 공존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많은 우려 속에 시즌을 시작한 정관장은 부키리치와 메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30일 기업은행전부터 1월 26일 페퍼저축은행전까지 내리 14연승을 내달리면서 투트쿠 부르주 부상 후 주춤했던 선두 흥국생명을 위협하기도 했다. 특히 부키리치는 638득점과 함께 34.38%의 준수한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아웃사이드히터 변신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어냈다.
그러나 정관장은 시즌 막판 부키리치와 미들블로커 박은진이 나란히 발목을 다치면서 정규리그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 고희진 감독은 지난 21일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부키리치와 박은진의 플레이오프 출전 여부에 대해 '뛰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키리치와 박은진의 출전 여부는 1차전 당일이 돼야 알 수 있겠지만 두 선수의 출전이 플레이오프의 큰 변수가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두 시즌 동안 정관장의 '복덩이'로 활약한 메가는 다음 시즌 아시아쿼터 및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신청을 포기했다. 물론 정관장과의 재계약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어쩌면 이번 봄 배구가 메가와 정관장이 함께 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관장은 시즌 막판 주전들의 부상으로 2위 경쟁에서 뒤졌지만 봄 배구에서 부키리치-메가 콤비가 재결성되면 우승에 도전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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