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 풍경, '7세 고시'가 뭐길래

서울문화사 2025. 3.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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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때부터 사교육 전선에 뛰어들지 않으면 대입에 실패한다는 무시무시한 속설이 돌고 있다. ‘7세 고시’가 대치동 학원가에 등장한 이유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책가방을 메는 것도 어색한 어린아이들이 영어 학원 앞에 줄을 선다. 고사리손을 흔들며 엄마와 인사를 나눈 아이들은 학원강사의 안내에 따라 입학시험을 치를 시험장으로 향한다. 발이 땅에 닿지도 않는 아이들이 의자에 걸터앉아 시험을 본다. 아이들에게 배부된 시험지에는 A4 한 페이지 분량의 영어 지문이 담겼으며 난이도는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사교육 열풍, ‘7세 고시’의 이야기다.

7세 고시가 뭐길래

초등학교 입학 전, 학군 내 이름난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거치는 고난도의 레벨 테스트, 이른바 ‘7세 고시’를 향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고시’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고난도를 자랑하며, 학원이 요구하는 높은 기준에 통과하기 위한 사전 준비는 필수다.

통상 영어 유치원에 다녔던 유아가 넥스트 스텝으로 7세 고시에 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문난 영어 학원의 7세반은 미국의 초등학교 3~4학년 영어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해 학부모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유학을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높은 수준의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학부모들을 혹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최근 KBS1 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추적 60분>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 편에선 실제 대치동의 빅 3, 빅 10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부모들을 조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주말 아침부터 모 영어 학원 앞은 시험에 응하기 위해 모여든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북새통이었다. 나흘간 진행된 레벨 테스트에 참여한 아이는 1,200명,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기회마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았다.

7세 고시가 오늘날 등장한 키워드는 아니다. 사교육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유아 시기부터 준비해야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기조가 대치동 학원가에 자리 잡았다. 초등학교 졸업 전에 중등 과정을 선행하는 사교육이 열풍이었던 것처럼 초등 과정 또한 미리 준비하는 수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맘카페에선 7세고시에 대한 정보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빅 3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물론, 레벨 테스트에 대비한 족보까지 돌고 있다. 일각에선 7세 고시라는 말도 옛말이라며, 4세부터 학습하기 때문에 ‘4세 고시’라고 칭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시작된 7세 고시는 전국 사교육 시장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교육의 흐름을 담은 콘텐츠까지 등장하고 있다. 7세 고시를 소재로 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라이딩 인생>이 그것이다. 유아기부터 영어 필기체 과외를 받는 아이들, 부모 대신 아이의 학원 픽업을 도맡은 조부모, 교육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보를 끌어모으는 열혈 학부모까지. 유아 사교육 현장, 7세 고시에 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실을 그려낸다.

취재 : 이보미(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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