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Z여자들] 봄이 왔으니 향수를 바꾸겠어요
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편집자말>
[한재아 기자]
외투를 챙기고 현관문을 열었다. 곧바로 옅은 풀 냄새가 실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봄인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전보다 한결 가벼워 보였다. 언제부터인가 검은색의 두꺼운 패딩 대신 색색의 코트와 카디건, 후드 집업이 자주 보였던 것도 같다.
날씨와 기온은 여전히 겨울을 붙들고 있었지만 작은 생명들은 달랐다. 산책로에 늘어진 나무는 여전히 앙상해도 나뭇가지에는 싹이 돋아나고 있었고, 겨울 동안 보이지 않았던 오리떼도 이제 유유히 수면 위를 유영했다. 해가 길어진 만큼 노을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산책을 즐기는 반려동물의 옷에도 화사함이 묻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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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 향수가 가득한 진열대 |
ⓒ 한재아 |
우선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향수를 다른 곳에 옮긴 뒤 물티슈를 꺼내 진열대의 쌓인 몇 없는 먼지를 닦아냈다. 깨끗해진 진열대에 겨울에 썼던 금목서 향수와 장미, 만다린, 우디 향수들을 가장 뒷줄에 일렬로 세웠다. 그리고 남은 향수들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오랜만에 가지고 있는 향수들을 자세히 떠올려보면서 남은 생각은... '무슨 향수가 이렇게 많지?'였지만 덕분에 다가올 봄에 뿌릴 향수를 고를 수 있었다. 봄은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기 때문인지 옅은 풀 냄새와 진한 꽃향기가 어우러진 바람이 자주 불어오고는 했다. 덕분에 3월이 되면 매번 생화 자체의 향을 담은 향수에 자주 손이 갔었다. 올해도 비슷할 것 같다.
늦겨울과 초봄에 어울리는 아카시아 향과 봄에 피는 라일락 향, 옅은 과일 향을 주로 그려낸 향수 3개를 꺼내기 쉬운 앞 줄에 놓고, 선택 받지 못한 나머지 향수들은 다음 계절을 기약하며 뒷줄에 세워두었다. 진열대 아래에서 굴러다니던 롤온 향수와 콘서트 굿즈로 받은 향수들까지 정리하니 2시간이 금세 사라졌다. 마침 틀어 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도 지금 날씨와 어울리는 노래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러고보니 이때쯤이면 제철 과일, 특히 딸기의 달콤상큼한 향이 자주 생각나기도 했다. 길거리에 대문짝만하게 세워진 딸기 시즌 홍보 배너 때문인가. 아쉽게도 딸기의 이미지를 담고자 한 여러 향수들은 매번 불량 식품이나 감기 물약 같은 냄새가 먼저 코를 찌르는 탓에 들여온 적은 없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꽉찬 진열대에 또 새로운 향수를 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메모장에 적힌 '향수 위시리스트'가 자꾸 눈에 밟히는 것도 한몫했다. 아무래도 새로운 계절의 흐름을 타고 지름신도 같이 온 모양이다.
내 통장 눈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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