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에도 한화에어로 쓸어담은 외국인…"자본조달 논란에도 매력적" [김동현의 K웨폰]
지난 주 국내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증자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상증자 공시 다음날 순매수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외국계 IB(투자은행)들은 역대급 유증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목표주가를 올리는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조선사 인수 등 대규모 투자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JP모건 "증자는 글로벌 기회 잡기 위한 전략 단계"
지난 주 국내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과 비교 9만 4000원(13.02%) 하락한 62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0년 3월 19일(-13.91%)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 하락이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기관이었다. 기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1313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투자자는 각각 779억원, 534억원어치 담았다.
시장에 알려진 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날 장 마감 후 시설자금 및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조달을 위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게 가장 큰 원인이란 평가다. 이번 유상 증자는 신규 주식 수가 595만500주로 전체 주식 수(4558만 주)의 13%에 달할 만큼 방대한 규모다. 주주 가치 희석에 따른 주가 하락이 불가피했던 이유다.
시장에선 이번 유상증자 발표 후 외국인이 매도세를 보이지 않은 것과 관련해 주목하고 있다. 외국계 IB들이 유상증자 발표에도 투자의견에 '비중확대'를 유지하면서 한화의 방산 사업에 대한 낙관적 태도를 유지한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당시 한화의 유상증자 발표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 주가를 70만원에서 8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BofA는 이번 유상증자로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13% 가량 희석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 경영진은 이번 유상증자의 원인과 관련해 크게 △예상보다 강한 해외 수주 수요 (글로벌 재무장 추세) △해외 바이어들의 현지화 요구(EU 재무장 프로그램 대출 중 65% 이상이 유럽산 제품에 할당)을 꼽았다.
BofA는 특히 한화 경영진이 2035년 매출 및 영업이익의 가이던스를 각각 70조 원, 10조 원으로 제시한 점에 신뢰를 보였다는 판단이다. BofA는 "2035년의 10조 원 영업이익 중 약 5조 원은 육상 (무기) 시스템에서, 약 3조 원은 조선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증자 이후, 회사의 제품 및 지역 다변화 전략과 여전히 강한 육상 시스템 수주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자금 조달은 매력적인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날 JP모건도 목표주가를 95만원으로 유지했다. JP모건 측은 "자본 조달 방식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며 "회사는 글로벌 기회와 제약을 이해하고 있고, 이번 투자는 그 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단계라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JP모건은 이번 유상증자의 긍정적 요인으로 △유상증자 자금이 비(非)방산 영역이나 그룹 투자 지원에 사용되지 않은 점 △EU 및 중동 지역의 수출 지속성 확보를 위한 현지 생산이 필요한점 △포탄 모듈화 장약(MCS) 생산 능력 확보는 탄약 수요 대응과 서유럽 시장 진입 가능성을 열어주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지역별 투자계획과 M&A 대상의 구체성 부족 △중장기 현금흐름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유상증자 방식 선택한 점 △대주주인 (주)한화의 청약 참여 여부 불확실 등을 부정적 요소로 함께 꼽았다.
"지배구조 리스크가 다시 부각"
다만 JP모건은 "이번 발표 후 주가는 10% 가량 하락했으며, 이는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문구도 넣었다. 이같은 문구가 들어간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부수적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유상증자 결의 1주일 전인 지난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로부터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한 사실이 더해져 주주들의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번 유증에는 호주 등 해외 조선사의 인수에도 8000억원이 배정돼 있다. 지난해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1억 달러를 들여 미국의 필리조선소 인수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지난 17일 호주증권거래소를 통해 호주 조선업체인 오스탈의 지분 9.9%를 직접 매수했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조선 사업이 주력인 한화오션이 아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선업체를 인수하려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의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주주인 (주)한화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지주사인 한화의 주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한화 일가의 지분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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