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소진 K배터리, 그룹에 SOS

황민혁 2025. 3. 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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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셀 기업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위기 돌파에 나섰지만 자금 조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통상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지을 때 때 토지, 건물 관련 비용이 60~70%고 기계, 장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30~40%"라며 "기존 생산시설을 새로운 폼펙터·케미스트리용으로 전환하려면 적어도 수조원대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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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설비 다변화 수조원 필요
해외 공격적 투자로 재정 약화
차입금 43조… 자금조달 골머리


한국 배터리 셀 기업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위기 돌파에 나섰지만 자금 조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 생산설비를 다른 제품용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투자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이미 대규모 해외 생산시설 투자로 재무 체력이 약화한 터라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을 요청하기도 한다.

2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배터리 셀 기업 중 한 곳은 사업부별로 폼펙터(물리적 외형)·케미스트리(화학적 구성) 다변화 계획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투자 규모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룹 최고경영진에 관련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통상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지을 때 때 토지, 건물 관련 비용이 60~70%고 기계, 장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30~40%”라며 “기존 생산시설을 새로운 폼펙터·케미스트리용으로 전환하려면 적어도 수조원대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리튬인산철(LFP), 전고체 배터리로의 케미스트리 다변화 등을 목적으로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단일 폼펙터 집중·LFP 경시 분위기는 옛말이 됐다.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배터리 사양이 더 다양해지고,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게 셀 업체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다. 파우치·원통형에 집중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각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과거 파우치형만 만들던 SK온은 지난해 하반기 원통형 제품 시험 생산(파일럿) 라인을 준공하며 연구·개발에 나섰고, 각형 배터리는 이미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설비 투자를 위해 고객사를 물색 중이다. 삼원계(NCM) 배터리에 집중하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배터리 3사 모두 중국이 잘하는 LFP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며 케미스트리 다변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시제품을 대량 양산하고 상용화하기까지는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수다. 배터리를 만드는 전극·조립·화성 공정 가운데 조립·화성 공정은 생산하는 제품 종류에 따라 설비 등 공정 자체가 달라진다. 기존 생산시설에 대한 큰 폭의 교체·조정이 불가피한 이유다.

대규모 해외 공장 건설로 배터리 3사엔 이미 재무 부담이 축적돼 있다. 각 사가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총 차입금 규모는 약 43조원이다. 1년 사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차입금 증가액은 각각 약 4조5000억원, 5조9000억원, 7조5000억원에 달한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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