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반정부 시위 격화…물대포로도 끌 수 없는 민주주의 열망

선명수 기자 2025. 3. 2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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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정적 제거’에 분노
12년 만에 최대 규모 시위
강경 진압에도 전국적 확산
최루액 분사하는 경찰 2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히는 야권 인사가 체포된 뒤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당국이 시위 금지령을 내리고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강경 진압하고 있으나, 시위는 오히려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54)이 지난 19일 체포된 뒤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시위는 사흘 만에 전국 81개주 가운데 55개주로 확산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속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이스탄불에서만 3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이후 약 12년 만에 튀르키예에서 열린 최대 규모 시위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당국은 이마모을루 시장이 체포된 당일부터 나흘간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한편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 등을 동원해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있다.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에 가담한 343명이 체포됐다. 당국은 이스탄불 시위 금지령을 오는 26일까지 확대했다. 앙카라와 이즈미르에서도 시위 금지령이 5일 연장됐다.

이틀간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날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됐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에 지지자들이 모여들자 당국은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인근 역의 지하철 운행을 중단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하고 협력한 혐의, 지난해 3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사업가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자신에 대한 수사가 에르도안 정부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이 참패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마모을루 시장은 차기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22년 장기집권을 끝낼 유력한 대항마로 꼽혀왔다. 그가 CHP의 대선 경선 후보 선출을 불과 나흘 앞두고 체포되며 대통령의 ‘정적 제거’를 위한 표적 수사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체포 하루 전에는 모교인 이스탄불대학으로부터 학위가 취소되는 등 대통령 피선거권도 박탈됐다. 튀르키예는 학사학위가 있어야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CHP는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에도 23일 대의원 150만명이 참여하는 당내 경선을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CHP는 시민들에게도 선거에 참여해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연대의 뜻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마모을루 시장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그들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민주적 투표권을 매우 두려워한다”면서 투표함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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