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면 깔수록 기가 막힌 MBK [편집장 레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이사가 3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10년간 MBK가 홈플러스에서 받은 돈은 0원”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공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이후 MBK가 홈플러스로부터 5조원 안팎의 현금을 빼낸 것으로 분석합니다. 그 돈으로 무얼 했냐고요? 빚을 갚았습니다. 결국 김 부회장 말의 의미는 “빚을 갚았을 뿐, MBK가 가져온 게 아니다”라는 거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홈플러스가 원래부터 갚아야 할 빚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MBK는 홈플러스를 테스코로부터 7조2000억원에 사들입니다. 우리나라 M&A 사례 중 최대 규모였죠. 그런데 그 7조2000억원이 MBK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홈플러스홀딩스 → 홈플러스스토어즈 → 홈플러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합니다. 이때 홈플러스스토어즈는 금융권 대출을 통해 5조2702억원의 현금을 확보합니다. MBK는 이 돈으로 홈플러스 인수 금액을 충당합니다. 나머지 금액은 MBK가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에서 나갑니다.
홈플러스를 사들이기 위해 5조원가량을 빌렸으니 그다음 수순은 당연히 부채 갚기입니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은 “2015년 이래 홈플러스 투자 현금흐름이 3조1546억원에 달한다”고 들려줍니다. 정상적이라면 투자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여야 합니다. 왜냐? 투자는 돈을 쓰는 것이니까요. 실제 같은 기간 롯데와 신세계의 투자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수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홈플러스는 투자 현금흐름이 플러스일까요? 자산을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전국 곳곳의 홈플러스 매장을 팔아치워 엄청난 현금을 마련했다는 의미죠. 당연히 그 돈으로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빌린 돈을 갚았을 거고요.
결과적으로 현재 홈플러스 전체 점포 중 임대 점포 비중은 54%에 달합니다. MBK가 인수할 당시인 2015년만 해도 홈플러스 임대 점포 비중은 37%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임대 점포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내야 하는 금융비용이 증가했다는 뜻입니다. 실제 2024년 2월 홈플러스 금융비용은 4573억원으로 인수 후 첫해인 2016년 2월의 633억원 대비 약 7배 증가했다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홈플러스는 껍데기만 남습니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10년간 MBK가 홈플러스에서 받은 돈은 0원’이라는 문장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해봅시다.
홈플러스는 2015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9년 동안 한국리테일투자라는 이름의 회사에 9148억원을 지급합니다. 2020년 홈플러스와 합병한 홈플러스홀딩스가 2019년 2월까지 한국리테일투자에 지급한 배당금만 857억원이고요.
한국리테일투자는 2015년 8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죠. 까면 깔수록 기가 막힌 MBK와 홈플러스 스토리입니다(p.32~46).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2호 (2025.03.26~2025.04.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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