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벤처캐피탈' 역전…대기업 급감, 중견기업 증가

이승주 기자 2025. 3.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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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투자 중 CVC 비중 32%
3년간 대기업 투자 5분의1 수준 급감
"투자 행위 제한 최소화 등 정책개선"
[서울=뉴시스] 모기업 유형별 CVC 투자금액 및 CVC 투자금액의 모기업 유형별 비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지난해 국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대기업 투자는 감소하고 중견기업 투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리포트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리포트는 국내 CVC의 투자 현황과 변화 양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정책적·제도적 보완 방향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CVC 투자금액은 3056억원으로 2022년 1조7318억원과 비교해 5분의1 수준으로 축소됐다.

국내 CVC 투자금액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해외기업 등 모기업 유형에 따라 구분한 결과, 최근 대기업의 비중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37%, 2023년 30%, 2024년 16%로 줄었다.

사내부서형(비금융 일반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내 자금)CVC의 경우 무려 10분의1 수준까지 급감했다.

이는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대기업들이 전략적 투자 성과에 한계를 느끼며 투자를 조정한 결과로 분석했다.

반면 중견기업은 반등하며 비중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견기업은 2022년 36%에서 2024년 59%까지 23%p 증가했다.

리포트는 크래프톤·엔씨소프트 등 주요 중견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을 주요 요인으로 봤다.

다만 다수의 중견기업들은 여전히 스타트업 정보 부족과 협업 파트너 발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뉴시스] 국내 스타트업 투자 대비 CVC 투자 비중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CVC 투자금액은 전체 스타트업 투자의 3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평균(26%)과 미국(29%)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과 미국 시장에서 CVC 투자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여전히 투자 위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글로벌 CVC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10%, 미국은 24% 증가한 반면, 국내는 9%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세는 특히 대기업 CVC 투자 축소에서 비롯됐다.

CVC의 투자 행태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과거 기술 선점과 옵션 확보 성격이 강했던 초기(시드) 투자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후기(시리즈 B·C 이상) 투자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으로 투자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산업별 현황에서는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게임, 모빌리티, 금융, 콘텐츠 순이었다.

금융 분야는 최근 투자 감소가 두드러져 지난해에 Top 10 투자 분야에서 제외됐다. 반면 엔터프라이즈·보안, 음식·외식 분야는 꾸준히 Top 10에 포함되며 안정적인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리포트는 국내 CVC 생태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내부서 CVC에 대한 정책적 관심 및 지원 제고 ▲독립법인 CVC(비금융 일반기업이 출자해 별도로 설립한 독립적인 투자회사·운용자금)의 오픈이노베이션 연계 유도 ▲중견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투자 행위 제한이 아닌 관리 감독 및 공시 기능 강화 등을 들었다.

또한 "현재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 CVC의 행위 제한 규제 대상은 대부분 중견기업"이라며 "CVC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투자 행위를 세부적으로 제한하기보다 관리 감독과 공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글로벌 고금리가 닥치자 많은 대기업의 사내 투자 조직이 작동을 멈췄다"며 "전략적 투자자인 CVC 관련 정책도 결국 실수요자인 중견기업 중심으로 가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jud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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