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이 없다고 하자 그녀는 펑펑 울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없는 이병원 [세상&]

손인규 2025. 3. 2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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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를 넘나드는 병원은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아픈 식물을 치료해 주는 '반려식물병원'에도 사람이 오고 가는 병원처럼 다양한 사연이 있다.

황영주 반려식물병원 원장(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은 "코로나 시기 집에만 갇혀있다 보니 식물을 키우면서 위안을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키우는 것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병들거나 죽는 식물이 많아지자 서울시가 반려식물병원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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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서초구 내곡동에 국내 최초 반려식물병원 개원
지난해 2300건의 상담·치료 이뤄져
“적당한 물주기, 햇빛, 환기, 온도 중요”
잎이 다 말라버려 반려식물병원에 입원한 다육식물. 손인규 기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님이 장사 대박 나라고 사주신 건데…결국 엄마도 못 지키고 식물도 이렇게 되다니 제가 잘 못한거 같아서요”

생과 사를 넘나드는 병원은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이 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 병원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도, 간호사도, 환자복을 입은 환자도 없다. 오로지 화분에 담긴 식물들뿐이다. 아픈 식물을 치료해 주는 ‘반려식물병원’에도 사람이 오고 가는 병원처럼 다양한 사연이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서울농업기술센터에는 국내 최초의 반려식물병원이 있다. 지난 2023년 4월 개원했다.

황영주 반려식물병원 원장(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은 “코로나 시기 집에만 갇혀있다 보니 식물을 키우면서 위안을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키우는 것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병들거나 죽는 식물이 많아지자 서울시가 반려식물병원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반려식물병원 입구. 손인규 기자

반려식물병원 입구에 들어서면 일반 병의원처럼 접수 창구가 있다. 접수하고 나면 반려식물병원 내 전문가(식물보호 기사·기능사)가 상담을 진행한다.

황 원장은 “물은 얼마나 자주 주는지, 분갈이는 어떻게 했는지, 집안 환경은 어떤지 등을 묻는다”며 “대개는 이런 문답 과정을 통해 문제점을 80%는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단한 이상이 있다면 현장에서 치료가 진행된다. 세균이 감염됐다면 감염 부위를 가위로 잘라내고 항생제를 투약한다. 곰팡이균에 감염됐다면 해당 곰팡이를 없앨 수 있는 농약을 살포한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면 입원 조치한다. 입원실은 센터 뒤편에 있는 온실 비닐하우스다. 현재 이곳에 입원해 있는 식물은 10여개다.

황 병원장은 “뿌리가 거의 없거나, 물관이 막혀 썩거나 입원실에 오는 식물들 상태는 다양하다”며 “한 40대 여성은 ‘이 아이(식물)는 가망이 거의 없다’고 말하자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장사 시작할 때 성공하라고 사주신 건데 자기가 잘 돌보지 못해 죽인 거 같다고 펑펑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려식물병원 내부. 손인규 기자

이 여성처럼 이 병원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식물을 잘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황 병원장은 “내가 잘 키우지 못해 이렇게 만든 거 같아 미안하다고 우는 분도 많다”며 “정말 사람이 가는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장면과 똑같은 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말하는 식물 잘 키우는 팁은 ‘불가근불가원’이다. 식물을 너무 사랑해서 물을 너무 자주 주거나 과잉으로 보살피다 보면 탈이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해도 좋지 않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적당한 관심을 주면 웬만한 식물은 잘 지낸다는 것이다.

황 병원장은 “물은 너무 많이 주면 오히려 수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흙이 약간만 축축한 정도로 유지하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식물은 햇빛을 봐야 좋으니 아파트라면 볕이 드는 곳에 두고 환기도 가끔 해주는 것이 좋다”며 “너무 덥거나 추운 환경은 사람에게도 좋지 않듯 식물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마그네슘 부족으로 잎에 줄이 그어진 식물. 손인규 기자

반려식물병원에는 하루 평균 15~20건 정도의 상담과 내원 방문이 이루어진다. 지난 한 해 총 2300건의 상담 및 처치가 이루어졌다.

반려식물병원은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내원상담, 전화상담, 영상상담 모두 가능하다.

황 병원장은 “현재 종로구, 동대문구, 은평구, 양천구 4곳의 생활권에 반려식물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며 “가까운 곳에 가서 상담받아도 되고 반려식물병원으로 바로 문의해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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