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씨, 보라씨, 미자씨…우리 모두가 주인공 '중도빌라'[툰터뷰]

김혜미 2025. 3. 23.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웹툰 신작 중도빌라 연재 심우도 작가 인터뷰
필명 '심우도'는 '심흥아와 우영민이 그린 그림' 의미
"중도빌라는 전작과 달리 픽션…인간극장 느낌 담아"
"내 아이가 선한 마음 잃지않고 행복한 어른 됐으면"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가끔 뉴스를 보다 지칠 때가 있다.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정쟁, 정치권의 격한 대립, 서로를 향한 비난과 격앙된 목소리들, 믿을 수 없는 사건 사고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내 앞에 닥친 삶도 버겁기에 현실 도피를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찾곤 한다.

(이미지=카카오웹툰)
카카오 웹툰에서 ‘중도빌라’를 연재 중인 심우도 작가의 작품은 그림체에서부터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그냥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 같다. 외모도 그렇지만 엄마에게 작은 반항을 하다 날아온 등짝 스매싱에 아파하는 젊은 처자나, 오랫동안 아껴두다 못해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과자들을 하나하나 꺼내 고마움을 표시하는 할머니, 시어머니 때문에 속상한 일이 많은 우리네 엄마 같은 모습의 아주머니까지.

심우도 작가의 작품은 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함께 평범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서툴지만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는 카페의 모습을 그린 카페 보문,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낸 우두커니, 어린 아들을 키우며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그려낸 ‘나의 꼬마선생님’까지. 남이 보기엔 평범하거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경험했을 뿐이지만, 막상 내게는 너무도 큰 사건인 경험들을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작은 울림을 느끼게 된다.

이미 팬들이라면 알고 있는 사실은 심우도 작가가 사실 두 명이라는 것이다. 아내인 심흥아 씨가 스토리를, 남편인 우영민 씨가 그림을 담당한다. 둘은 늘 함께 하기에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잘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싸움이 커지면 손해가 너무 크기에 양보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작가의 말이, 결혼 6년 차에 접어든 기자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심우도 작가님은 한 분이 아니라 두 분이고, 부부가 함께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요. 필명의 뜻은 무엇인가요.

‘심우도’는 ‘심흥아와 우영민이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 담겨있어요. 두 사람 이름의 성을 따서 만들었는데요. 심우도는 사실 역사 속에 있는 그림의 이름이기도 해요. 깨달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그림으로 십우도라고도 하고 심우도라고도 하는데, 그림이 담고 있는 의미가 좋아서 팀명을 지을 때 자연스레 심우도가 떠올랐던 것 같아요.

△전작인 우두커니와 나의 꼬마선생님은 작가님의 경험에서 나온 작품들이었는데 이번 중도빌라도 경험담인가요.

말씀처럼 우두커니와 나의 꼬마선생님은 저희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업이었는데요. 중도빌라는 픽션이에요. 에피소드에 저희 경험을 일부 담기도 했지만, 대부분 새로 만든 이야기입니다.

△시대는 지금이라고 보기엔 좀 오랜 느낌도 있는데 언제로 보면 되나요.

사실 연도를 정확하게 정해놓진 않았어요. 그냥 동시대 즈음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요즘 사람 같지 않고 좀 옛날 사람 느낌이라 그런가봐요.ㅎㅎ

△중도빌라의 주인공은 역시 101호와 201호에 사는 성원씨와 보라씨인 것 같은데요. 큰 틀에선 러브스토리인가요 아니면 인간극장 같은 느낌인가요.

중도빌라는 주인공이 딱히 없고, 모두가 각자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데요. 그래도 이야기의 비중이 많은 캐릭터를 꼽으라면 집주인 미자씨와 101호, 102호, 201호 사람들이에요. 웹툰 대표 이미지에 너무 많은 사람을 넣을 수가 없어서 미자씨, 성원씨, 보라씨만 넣었는데 사실 모두가 주인공이면서 조연이에요. 앞으로 성원씨와 보라씨의 러브스토리도 나오겠지만 둘의 러브스토리가 메인은 아니고, 인간극장 느낌의 드라마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중도빌라는 실존하는 곳인가요.

중도빌라는 만화를 위해 설정한 곳이에요. 물론 제가 빌라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빌라의 모습은 비슷할 수 있는데, 이야기 자체가 픽션이고 이름도 새로 지었어요. ‘중도’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제가 중도라는 말을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정치에서 ‘중도’ 말고요ㅎ) 중도가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정도를 말하더라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중도의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양각색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중도빌라에 담아 보려고요. 독자님들이 만화를 보면서 자신과 가족, 이웃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고, 다들 잘 살아보려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구나…하고요.

△전작에 관해 이야기 해볼게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나의 꼬마 선생님을 보며 많이 공감했을 텐데요. 출산을 고민하는 분들, 아이를 낳고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희 집 꼬마 선생님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요. 아주 어린 시기는 지나서 육아가 많이 수월해지긴 했지만 아이가 크면서 또 다른 걱정과 고민들이 생기더라고요. 육아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마도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 이어질 거예요.

나 하나 먹고 살기힘든 세상에 육아, 살림, 일까지 해야 하는 삶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희생’으로 보일 수 있는데, 저는 단순히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 같지만 사실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 조건 없는 사랑과 육아하며 함께 성장하는 시간은 참 귀하거든요. 살면서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경험이고, 잊고 있던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이미지=카카오웹툰)
△내 아이가 어떤 세상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나요.

뉴스를 보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걱정될 때가 많아요. 내가 당장 세상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은 하고 있지만 이걸로 세상이 바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세상이 좋아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아이가 어떤 세상에서든 선한 마음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전쟁과 폭력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면 좋겠고, 자연, 동물, 사람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면 좋겠고, 인류애가 넘치는 따뜻한 세상이면 좋겠어요. 너무 이상적이죠? 그래도 이런 좋은 세상이 되는 데 심우도의 만화가 아주 작은 영향이라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두 분이 늘 모든 것을 함께 하시는데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싸웠을 때 최단 시간 화해하는 방법은?

저희는 작업실이 따로 없어서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거의 24시간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주변에서 싸우지 않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요. 사실 다투는 일은 별로 없어요. 둘의 성격이 감정적이지 않고, 갈등 일으키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 약간의 냉기가 돌기 시작하면 서로 알아차리고 문제가 커지지 않도록 조율하는 편이에요.

종종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크게 다투진 않아요. 싸움이 커지면 일상이 망가지니까요. 손해가 너무 커요. 차라리 한발 양보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에요. 같이 일하면 가장 좋은 점은 소통이 쉬워요. 필요한 부분을 바로바로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쉽고요.

△작가님의 작품을 보다 문득 SG워너비 김진호 님의 ‘가족사진’이 생각났는데요,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가요나 영화는 무엇인가요.

(심흥아)김진호님의 가족사진 노래 처음 들었을 때 울었어요. 저도 좋아하는 노래예요. 그리고 심수봉님의 ‘백만송이 장미’ 좋아해요. 심수봉 님의 목소리도 아름답고, 가사가 참 좋아요. 영화는 많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박하사탕’이요. 스무 살 즈음 봤었는데 굉장히 강렬하게 남은 저의 인생 영화예요.

(우영민)저는 최근 본 영화 중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인상 깊게 봤고요. 가요는 양희은 님의 ‘엄마가 딸에게’를 좋아해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가사가 많이 와닿아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족’을 다룬 것들에 공감하고 감동 받는 것 같아요.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