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살인 쿵푸킥→월드컵 꿈 와르르! 반성은 없다…"문제될 거 없어" 태연한 감독 반응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중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은 경기 도중 나온 황당한 '쿵푸킥'으로 인해 중국의 월드컵 본선행 꿈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전 결과는 잊고 다음 경기인 호주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착한다면 침착한, 하지만 무심하다면 무심한 태도다.
이반코비치 감독이 지휘하는 중국 축구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킹 사우드 유니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캐나다 공동개최) 아시아 지역 3차예선 C조 7차전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C조가 혼돈의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 가능성을 높이며 기대감을 끌어올린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찍이 중동으로 넘어가 현지 적응 훈련을 실시했을 정도로 사우디아라비아전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 번의 황당한 실책으로 인해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경기 도중 중국 공격수 린량밍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앙 수비수 하산 카디시의 얼굴을 발로 차 레드카드를 받으면서다.
전반전 막바지 린양밍이 퇴장당한 뒤 급격하게 흔들린 중국은 후반전 초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의 주장이자 핵심 공격수 살렘 알다우사리에게 선제골을 헌납했고, 경기 내내 동점골을 만들지 못한 채 0-1로 패배했다.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중국은 C조 최하위(2승 5패∙승점 6∙골득실-11)에 머물렀다. 4위 인도네시아(1승3무3∙승점6∙골득실-7∙득점14), 5위 바레인(1승3무3패∙승점6∙골득실-7∙득점12)과 승점이 같기 때문에 8차전 결과를 통해 4위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3차 예선 이내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기는 상당히 어려워졌다.
이미 일본이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기 때문에 이제 C조에서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가져올 수 있는 팀은 한 곳밖에 남지 않았다. 3~4위를 차지하는 팀은 4차 예선에 진출해 두 개 조로 나뉘어 조마다 한 장의 본선행 티켓을 걸고 경쟁한다. 4차 예선을 2위로 마감하면 다른 조의 2위 팀과 겨뤄 FIFA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사실상 조 1~2위 내에 들지 못하면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 중국은 점유율 20%로 크게 밀리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한 번의 슈팅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80%의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슈팅 19회(유효슈팅 7회), 결정적 찬스 4회 등을 기록했다. 다만 네 번의 기회 중 세 번을 놓치면서 단 한 골만 득점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전반 37분경 사우디아라비아에 선제 실점을 허용하는 듯했으나, 이전 과정에서 핸드볼 파울이 선언되며 골이 취소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전반전 막바지 린량밍이 카디시의 얼굴에 발길질을 해 퇴장당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린량밍은 카디시가 공을 걷어내기 위해 머리를 갖다대는 순간 발을 높게 들었는데, 이것이 그대로 충돌로 이어지고 말았다.
카디시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주심은 단호하게 빨간색 카드를 꺼냈다. 명백한 퇴장감이었다. 중국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당연하게도 주심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수적 열세에 처한 중국은 결국 후반전 초반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제 실점을 내줬다. 후반 5분 아이만 야히야의 슈팅을 왕달레이 골키퍼가 쳐냈지만, 이 공이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에게 향했다. 공을 잡은 사우드 압둘하미드가 알다우사리에게 내줬고, 알다우사리가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중국 골네트를 가르면서 일격을 날렸다.
중국은 공격의 고삐를 당겨 추격을 시도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에 추가 실점 기회를 허용하는 등 부진한 경기력 끝에 0-1로 패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로 그간 중국이 준비했던 시간과 투자했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린량밍의 '황당 쿵푸킥'이 만든 참사였다.
중국에서도 린량밍의 황당한 퇴장을 지적했다.
중국 언론 '시민 이브닝 뉴스'는 "퇴장이 경기 상황을 바꿨다"면서 "중국은 강적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수비를 잘 막아내면서 수비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사고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언론은 "중앙 수비수 장광타이가 부상으로 교체됐고, 린량밍이 발을 너무 높게 들어서 상대 머리를 차고 말았다. 이는 퇴장으로 이어졌고, 중국은 수적 열세에 놓였다"며 린량밍의 퇴장이 경기를 바꿔놨다고 했다.
린량밍의 퇴장으로 경기를 망친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패배해 월드컵 본선 진출과 멀어진 내용을 국내 언론에서도 다루자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국가대표팀이 한국 언론에 집단 조롱을 당했다"며 한국 언론의 반응을 주목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반코비치 감독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조직적으로 잘 움직였다. 우리는 한 명이 부족했고, 상대 팀에는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라면서 "린량밍의 퇴장은 분명히 영향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반코비치 감독은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호주전을 바라봐야 한다. 항상 다음 경기가 중요하다"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우리는 훌륭한 팀을 상대로 싸웠고, 선수들은 용감하게 싸웠다"고 덧붙였다.
사진=중계 화면 /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 / 엑스포츠뉴스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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