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민감국가, 조속한 해결’ 합의… 정부 “美, 해제 긍정적”
내달 15일 발효前 해제는 어려울듯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현지 시간)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과 첫 회담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21일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1월 한국을 SCL에 포함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두 달이 지난 최근에야 확인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이번 회담에서 안 장관은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한미 양국은 절차에 따라 조속히 (민감국가 지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도 SCL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데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가 조속히 협의해 나가자고 합의한 만큼 에너지부도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기류”라면서 “이미 국무부나 백악관 등 미국 측과 소통한 결과 SCL 지정 해제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韓 민감국가 해제, 내달 15일 발효 전 결과 내기 쉽지않아”
[한미 ‘민감국가 조속 해결’ 합의]
한미 ‘조속 해결’ 공감대 형성했지만
정부 “해제절차 복잡, 한두달내 안돼”… 美, SCL 지정 이유 상세 설명 안해
알래스카 주지사 내주 ‘LNG 방한’… 포스코인터-세아제강 등 면담 조율
한미 양국이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한국이 포함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로 명단에서 제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한국을 목록에서 빼준다는 결정을 당장 내리더라도 에너지부 내부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데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가 안보에의 위협, 핵 확산 우려,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학술 교류 시 고려가 필요한 나라를 민감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해당 목록에 포함되면 국내 연구자들이 미국 연구기관과 원자력,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데 제약이 불가피하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1월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에 한국을 추가했다. SCL은 관리 대상 국가를 3개의 범주로 나눠 테러 지원 국가와 위험 국가, 기타 지정국가로 구분한다. 테러 지원 국가에는 북한과 시리아, 위험 국가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돼 있다.
민감국가 지정의 효력은 다음 달 15일 발효된다. 한국 정부는 최근에야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미국에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구체적인 해제 시점은 언급이 되지 않았으나 양국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속한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전력망,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에너지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미 당국 간 ‘에너지 정책 대화’ 및 ‘민관 합동 에너지 포럼’을 주기적으로 개최할 방침이다.
안 장관은 “이번 방미를 통해 민감국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국의 의지를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고 한미 에너지 협력 모멘텀을 강화하는 기회였다”며 “트럼프 정부에서 강조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양국 간 협력 사업 및 투자 확대 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함께 주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한미 간 에너지 분야 협력도 본격화
양국 간 에너지 분야 협력은 곧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한국을 찾는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방한 기간 중 포스코인터내셔널, 세아제강 등 한국 기업들과도 개별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미얀마에서 대규모 가스전 개발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LNG 터미널 운영부터 LNG 트레이딩까지 에너지 사업 전반에서 탄탄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소재 에너지 기업 ‘멕시코 퍼시픽’과 연간 70만 t 규모 북미산 LNG 장기 도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던리비 주지사와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인 단계로 참여 인사나 안건 등 세부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세아제강의 경우 강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업 참여 후보로 거론된다. LNG 프로젝트는 고압과 극한 환경에서 천연가스를 운반하거나 저장하기 위한 강관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세아제강은 캐나다, 모잠비크, 카타르 등 해외 주요 LNG 프로젝트에 스테인리스 강관을 공급한 경험이 있다. 세아제강 측은 던리비 주지사와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은 맞으나 성사 여부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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