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주식도 ‘오징어 게임’인가요

2025. 3. 2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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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폭등한 밈 주식으로 화제를 모은 게임스탑 미국 맨해튼 매장.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미국의 한 운용사가 쓴 투자 레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주식시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글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의 특성이 오징어 게임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평범한 한국인이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다 기괴하고 폭력적인 사건을 겪으며, 결국 대부분이 비극을 맞이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다음과 같은 현상을 관찰한다. 한국 개인 투자자가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다 이상하고 폭력적인 주가 변동을 겪는다. 한국 투자자만 오징어 게임을 할까? 미국의 운용사는 한국 주식투자자에게 ‘투기꾼’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 같지만, 사실 이런 행동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투자자 사이에서도 폭넓게 나타나는 행동 패턴이다. 저명한 행동 재무학자인 테렌스 오딘 교수 등은 미국 주식투자자 행동을 분석한 논문을 통해 로빈후드 투자자가 압도적으로 잦은 거래를 한다고 보고한다.

로빈후드란 수수료 없이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가상자산 등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회사로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2020~2021년 미국 주식시장 참가자의 관심을 집중시킨 밈(Meme) 주식 열풍을 이끈 곳이기도 하다. 게임스탑(GameStop)이나 AMC 등의 밈 주식들은 로빈후드 투자자의 집중적인 매수 덕분에 급등했지만,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승이었기에 다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며 수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고 말았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다시 오딘 교수 등의 논문으로 돌아가면, 로빈후드 투자자가 집중적으로 매수한 상위 20% 종목의 시장 대비 20 거래일 초과 수익률은 -4.7% 포인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즉, 한국의 오징어 게임 투자자뿐만 아니라 미국 로빈후드 투자자도 잦은 매매와 부진한 성과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국 개인투자자의 매매 패턴이 미국의 로빈후드 투자자와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약 20만 명의 거래자료를 분석한 이 결과에 따르면, 소수의 소형주에 집중 투자할 뿐만 아니라 1년에 50회 이상 매매하는 등 단타 투자에 집중한다. 문제는 이러한 잦은 매매와 집중투자의 결과, 강세장 속에서도 약 60%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기록했다는 데 있다.

잦은 매매, 그리고 집중 투자로 성과를 거둔다면 모를까 손실만 입는다면 투자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필자가 30년 넘게 금융 업계 생활하며 얻은 교훈은 ‘꾸준한 공부를 통해 간접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투자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2008년 만난 해운 업계의 전문가였다. 그는 30년 이상 종사했던 해운 업계를 은퇴하며 통계 프로그램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잘 다니던 해운 회사를 퇴직한 이유를 묻자, “해운 운임이 버블 레벨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기에, 운임 지수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구축할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실제 그를 만났을 때의 발틱건화물선지수(BDI) 흐름은 심상찮았다. 그는 2007년부터 시작된 운임지수의 상승이 비정상적인 투기라고 판단해, 명예퇴직하면서 목돈을 챙긴 한편 BDI 선물 거래에 도움이 될까 싶어 통계 공부까지 했다. BDI 가격이 폭락한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왜 그때가 버블이라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 가격에는 대부분의 수출입 업자가 돈을 벌 수 없다”고 답했다. 즉 그는 운임이 너무 비싸서, 앞으로 글로벌 무역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수년 뒤 한진해운을 비롯한 세계적인 해운회사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회사의 연쇄적인 파산 및 회계부정 사태가 벌어짐으로써 그의 분석이 정확했음을 입증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 주식시장 참가자는 동등한 조건에서 투자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공개된 정보의 이면을 분석하고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극소수의 투자자가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조선 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었지만, 아주 소액 투자에 그쳤다. 왜냐하면 조선·해운 업계의 프로 투자자들에 비해 확고한 정보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해운 업계 투자자와의 만남 이후 필자의 투자 방식은 180도 달라졌다. 소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고수의 영역이라 생각하고, 한국 주식은 물론 해외의 주식과 채권 등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한 해에 몇백 퍼센트의 성과를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근처럼 글로벌 증시가 흔들릴 때도 최대 손실이 5% 내외에서 관리되니 새벽에 일어나 미국 주식시황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는 독자의 마음에 달려있지만, 필자는 마음 편하게 늦잠 잘 수 있는 방식이 더 성향에 맞는 것 같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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