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글쓰기] 아이들은 아는 대기업, 엄마들은 몰랐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4050 시민기자가 취향과 고민을 나눕니다. <기자말>
[전영선 기자]
"J가 C 회사에 갔다네?"
얼마 전,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며 J의 소식을 전했다.
"뭐어? 대박!!"
아이들은 일제히 밥 먹던 동작을 멈추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아이들의 반응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거기가 무슨 회산데 그래?"
"엘지, 현대, 삼성 정도 되는 대기업이지."
큰아이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 회사 이름이어서였다.
"그런 대기업이 있어? 엄마는 처음 듣는데..."
내 반응에 아이들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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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회사 입사가 이렇게 대단한 일인 줄 몰랐다 |
ⓒ onurbinay on Unsplash |
그런데 그 게임 회사가 우리나라 대기업과 맞먹는 수준이라니. 큰아이에게 J가 입사했다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그 회사가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상장회사로 시총이 16조가 넘는다는 정보가 뜬다. 허걱! 내친 김에 어떤 게임 회사들이 있는지 검색했다.
크래프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시프트업,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더블유게임즈 등등등... 상위 20개 기업이라고 뜨는 회사 중에서 카카오게임즈를 빼고는 아는 이름이 하나도 없다. 이렇게 게임 회사들이 많다니.
나는 모르고 아이들은 아는 세상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게임'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자기 성장에 하나 도움 될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에 변화가 온 것은 몇 년 전 시청한 <슈퍼밴드 II>에서 'Legends Never Die'라는 노래를 듣고서였다.
"무슨 노래가 저리 멋지지?"
혼잣말로 감탄을 하는 내게 곁에 앉았던 둘째가 말했다.
"저거 롤 주제곡이야."
그때까지 '롤'이 무언지 몰랐던 나는 그게 무어냐고 둘째에게 물었고, 둘째는 'Legends Never Die'가 울려 퍼지는 롤드컵 개막식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때 월드컵과 다를 바 없는 규모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 일 이후 나는 매년 롤드컵 개막식 중계를 즐기는 둘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둘째에게 게임은 아빠가 애정하는 축구와 다름없는 세계라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쟤는 어떻게 축구를 안 좋아하나 몰라."
혼자 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남편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런 남편에게 말했다. 둘째에겐 게임을 시청하는 게 당신이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거랑 똑같은 거라고. 그러면서 롤드컵 중계를 보여주었다. 그제야 남편도 게임이 아들이 즐기는 또 다른 스포츠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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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당진 면천에 있는 서점 '오래된 미래'에서 눈길을 끌었던 문구다. |
ⓒ 전영선 |
"그 언니는 덕업일치를 이뤘네."
올해 어느새 대학 졸업 학년에 접어든 막내가 말했다. '덕업일치'라는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그동안 게임을 '업'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기에. J의 취업이 새삼 대단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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