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안’ 벌써부터 ‘빈깡통’ 지적…다음 과제는?
"청년 가입자 부담 증가·대책 없는 임시방편" 비판 목소리
자동조정장치 도입놓고 의견대립 팽팽…특위도 진통 예상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의 개혁안 통과는 기금소진 시점을 늦추고 노후보장 수준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청년세대 부담 증가와 근본적인 대책 없는 임시방편이라는 혹평도 이어진다.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및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군 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등 모수개혁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끝에 하루 만에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부터 본회의까지 속전속결로 통과됐지만, 재석 277인 중 찬성 193인, 반대 40인, 기권 44인으로 가결되는 등 반대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700만원 더 내고 2100만원 더 받는다= 개정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기로 했다. 매년 0.5%p씩 2033년까지 8년동안 인상한다. 월 309만원을 버는 직장인의 경우 올해 월 27만8000원을 내야 하지만 내년에는 29만3000원을 내야 한다. 직장인의 경우 절반은 사업장이 부담한다. 보험료율이 모두 오른 2033년에는 40만1700원이 된다. 8년간 12만3700원 가량이 오르는 것이다. 사업장이 절반을 부담하기 때문에 본인 부담은 6만1850원 정도다.
지역가입자는 올라간 보험료를 전액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진다. 이에 정부는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12개월간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는 등 보완책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시행령에 위임될 예정이다. 또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연금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는 크레딧의 경우 군 복무자는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난다. 둘째 자녀 아이부터 적용되던 출산 크레딧은 첫째 아이부터 적용된다.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한다.
40년 가입하고 25년간 연급을 수급하게 되면 현행 기준(보험료 9%, 소득대체율 40%)으로는 보험료 1억3349만원을 납부하고 연금 2억9319만원을 수급하게 된다. 개정안에 따라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3%면 1억8762만원을 내고 연금 3억1489만원을 받게 된다. 보험료 5400만원(본인부담 2700만원)을 추가로 더 납부하고 2169만원을 더 받게 되는 것이다. 첫해 연금액은 기존 123만7000원에서 9만원 오른 132만 9000원이 된다.
내야 하는 보험료가 올라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개정안에 대한 반대·기권표가 많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여당은 절반가량이 야당에서도 10명 안쪽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료 상승에 불만목소리가 있지만 보험료를 올리지 않을 수도 없다.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로 시작했다. 초기에 제도 안착을 위해 보험료율은 매우 낮게 소득대체율은 매우 높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결국 연금개혁은 이후 세대에게 필연적 과제로 남아왔다.
◆자동조절장치, 연금개혁특위서 논의 전망=비판의 핵심은 이번 개혁안이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하지 못한 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숫자만 바꿨다는데 있다. 이에 연금고갈 시점이 조금 연장됐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혁 조치로 기금고갈 시점이 현행 2056년에서 15년 늘어난 2071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 사이에선 연금개혁의 근본 대책으로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거론된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대수명이 늘어나거나 연금의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또는 출산율이 감소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출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제시돼 있었으나 이번 개혁안에는 빠졌다. 다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이를 논의할 전망이다.
정부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최소한 낸 만큼은 받을 수 있고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는 연금 개혁안에 자동조정장치를 포함하면서 국민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아지는 2036년에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하면 기금 소진이 2088년(기금수익률 5.5% 적용 시)으로 늦춰진다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자동조정장치를 ‘자동삭감장치’라고 부르면서 수령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여야도 의견이 엇갈린다. 여당은 모수개혁만으로는 미흡한 재정 안정을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이 장치가 사실상 연금을 삭감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를 논의해야 하는 특위는 국민의힘 6명·민주당 6명·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 특위에 법률안 심사권까지 부여됐기 때문에 관련 법안을 심의할 수 있다. 다만, 안건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로 한 만큼 어느 한쪽이 밀어붙이지 못한 채 지리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특위 활동기간은 올해까지고 필요시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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