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고생했어" 한마디에 쏟아진 남편의 눈물

이준목 2025. 3. 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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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JTBC <이혼숙려캠프>

[이준목 기자]

 <이혼숙려캠프>의 축구부부
ⓒ JTBC
경제적 문제와 시댁과의 갈등으로 오랫동안 불화를 빚어온 부부. 하지만 남편이 아내에게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그저 한 마디의 따뜻한 위로와 인정이었다.

20일 방송된 JTBC <이혼숙려캠프>에서는 이혼과 화해 사이의 기로에 놓인 9기 부부들의 사연이 그려졌다.

캥거루 부부의 사정

재혼부부인 캥거루 부부(이병무-최미화)는 남편의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 아내의 지나친 아들사랑(아내와 전 남편 간의 자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남편은 심리극 치료 시간을 통하여 사고로 잃었던 동생에 대한 상실감에서 벗어나고 금주 의지를 다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남편은 숙소에서 유혹을 참지 못하고 또다시 몰래 음주했다가 아내에게 적발됐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캥거루 부부는 최종 조정을 앞두고 법률상담에 돌입했다. 남편 측 변호사는 여전히 음주 문제를 가볍게 여기고 개선 의지도 부족한 남편에게, "이대로면 남편의 유책이 90% 이상이다. 조정이든 소송이든 모두 불리하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한편 아내 측 변호사도 "부부에게는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 아내는 남편보다 아들을 더 챙긴 것이 부양 의무 소홀로 유책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부는 현재 아내 친정 측의 유산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재산분할에 있어서는 아내가 훨씬 유리한 입장이었지만, 아내는 변호사가 제시한 '8대 2'에도 납득하지 못하고 불만을 드러냈다.아내는 "남편이 몸만 나가는 게 맞지 않나. 그 병이 나랑 살아서 생긴 게 아니지 않나. 왜 내가 남편을 책임져야 하나"며 재산을 분배해 줘야 하는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변호사는 "유산도 상속받고 5년 이상이 지났기 때문에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인정된다. 아무리 미워도 아픈 사람을 혼자 내보낼 순 없다. 그게 부부라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는 "그냥 중국으로 비행기 태워 보내서 남편이 좋아하는 푸바오랑 살라고 하면 된다"고 속사포처럼 울분을 토해내며 변호사를 당황하게 했다.

부부와 함께 거주 중인 아내 아들의 독립 문제에 대해서도 아내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내는 "여건이 되면 아들을 독립시킬 의향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들이 독립을 안 한다고 해서 남편이 이혼을 요구한다면 저는 차라리 이혼할 거다. 자식을 버리고 남자를 택할 순 없다"이라고 선언하며 여전히 아들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휴대전화만 보는 남편

바닥부부(정광수-이보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24시간 바닥에만 누워 휴대폰과 게임중독으로 시간을 보내는 남편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었다. 남편은 심리생리검사(거짓말탐지기)에서 "게임을 못 끊겠다"는 고백이 진실로 드러났다.

아내는 남편이 "스스로 게임에 대한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는 게 '중독'"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남편은 게임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에 짜증을 내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남편의 게임중독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고 있지 않냐. 내 가족의 아픔을 들여다보지 못하는데,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냐"고 일침을 놓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아내의 눈물 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집에 컴퓨터를 사주지 않아 PC방에 간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가 하면, 고성을 지르며 화를 내다가 갑자기 표정이 바뀌어 아내를 비웃으며 놀리고 빈정거리는 등, 밑바닥을 드러내는 언행을 이어갔다.

축구부부(강지용-이다은)는 축구선수 출신 남편이 현역 시절 부모에게 맡긴 재산을 결혼 후에도 돌려두지 않는 원가족(시댁) 때문에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시댁으로부터 돈을 돌려받겠다던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최종조정을 앞두고 법률상담에서 남편 측 변호사는 "아내가 만일 시댁 측에 연봉 반환소송을 제기한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렸다. 또한 남편은 아내와 부부싸움 할 때마다 자살로 목숨을 건 협박을 한 것도, '협박죄'로 유책 사유가 될수 있다고 진단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한편 아내는 법률상 재산분할에서 남편이 가져온 채무도 대상에 포함되어 분할해야 한다는 변호사의 설명에, 납득하지 못하고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축구부부가 최종 조정에 돌입했다. 부부는 먼저 이혼을 전제로 한 조정사항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재산분할과 위자료 책정, 양육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남편 측은 혼인 파탄의 이유가 아내의 지속적인 무시와 구박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남편 측 축구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에 뛰어들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지만, 아내는 이런 남편의 노력을 전혀 인정해 주지 않았다고.

남편은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한 달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일화를 밝혔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못 들어온 게 아니라 자신의 연락을 먼저 차단했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과열되며 부부간의 언쟁이 높아지자 조정위원이 개입하여 중재해야만 했다.

배인구 조정장은 아내가 요구하는 수준의 위자료(5천만 원) 청구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아내는 남편이 만일 본가에서 돈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혼자 키웠을 것이라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돈을 찾아오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았다는 아내의 주장을 반박했다. 남편 측은 결국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아내가 주장하는 대로 이혼의 귀책 사유가 될 만큼 행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대가 부모이기 때문에 법적 소송 등 강하게 나가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조정장은 "남편의 그러한 태도를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부모와 형제에게 양보하는 만큼 아내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옆에 있는 아내가 첫 번째 가족이니까"라고 진심을 다해 조언했다.

서장훈은 "지금 현재의 형편에서 이 부부가 이혼해서 양육비를 주거나 하는 상황이 된다면 둘 다 지금보다 나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혼 유예를 적극 제안했다. 부부는 고심끝에 조정위원의 제안을 수용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조정 합의에 돌입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수입에 걸맞은 지출을 할 것, 부부 싸움을 할 때 남편의 이름을 무시하듯 호칭하는 습관을 금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남편 측은 대응 차원에서 연상 아내를 놀리기 위해 '누나'라는 호칭을 꺼내 들었지만, 정작 아내 측에서는 오히려 설레며 반색하면서 팽팽하던 조정장의 분위기는 일순간 폭소가 터졌다.

또한 남편은 부모님의 아파트 평수를 줄여서라도 금전적 지원을 받아내기로 아내에게 먼저 약속했다. 예상치 못한 남편의 제안에 감동한 아내는 "이제 정말 내 편이 되어주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짠하고 고마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남편은 아내를 공포에 떨게한 자살 협박도 앞으로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내는 앞으로 남편이 퇴근하면 쌀쌀맞게 대하는 대신, 따뜻하게 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자기야, 왔어, 고생했어"라는 아내의 다정한 시범 한마디에 벌써 감동한 남편은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족의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절실했던 남편은 "사실 이것만 필요했던 거다"라는 진심을 고백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아내의 눈시울도 덩달아 붉어졌다.

아내는 "남편이 보듬어줄 사람이 필요한 거였는데, 알면서도 안 해준 게 너무 미안하다. 화가 나고 미울 때가 있어도 '자기야 왔어?'라는 말을 꼭 해주겠다고 다짐했다"고 약속했다. 축구부부는 서로 이혼 의사를 철회하고 앞으로 함께 그려나갈 새로운 미래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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